- 거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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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은 일반인들이 대상이 아닌, 현장에서 영업하는 보험에이전트를 대상으로 쓰는 글입니다.
특히 보험에이전트가 VIP시장 공략을 위해 왜, 어떻게,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실무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올리네요~ 게으른 날팸분자.
복기(復碁), 남성조직 10년 史
난 전작 <꿈꾸는 가방의 비밀>에서 보험인이 갖춰야 할 성공의 공통분모 KASH(지식 Knowledge, 태도 Attitude, 기술 Skill, 습관 Habit)을 언급하였다. 이 4가지 중에서 영업조직에서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태도(Attitude)다. 태도는 개인이 어떤 대상이나 환경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신념이다. 외부에서 자극이 왔을 때, 자신의 반응을 통제하는 것이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영업은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을 충실히 따른다. 대수의 법칙은 본래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근간이다. 측정대상의 숫자 또는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실제의 결과가 예상과 가까워진다는 확률법칙이다. 이 법칙은 영업에도 그대로 전용된다. 상담의 횟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계약의 확률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며, 높아진다. 그래서 영업은 근면, 성실과 같은 농업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가치는 과거에도 중요했고,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이순신 장군의 23전 23승 신화의 비밀이 판옥선이라는 최종병기에 있었음을 밝혔다. 그렇다면 질풍노도의 시기 속에서 영업으로 밥을 먹고 있는 보험인에게 판옥선은 무엇일까. 이 해답이 이 책을 쓰게 된 목적이기도 하다. 나 자신의, 우리만의 최종병기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한 만화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읽게 되었다. 그는 시쳇말로 최근 가장 잘나가는 웹툰의 작가였다. 그 인터뷰를 읽은 후에, 난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바둑스타일이 있다. 자기만의 사는 방식과 길이 있듯이… 그는 바둑에서 화두처럼 끌어안고 있는 것은 바로 복기(復棋)라고 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제이고, 생(生)의 가장 매혹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들어한다. 그는 실패를 직시한다는 것은 자기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있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깊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 윤태호 작가 인터뷰 中에서-
복기, 생(生)의 가장 매혹적인 과정. 너무 멋진 표현이었다. 복기(復碁)라는 것은 자신이 두었던바둑을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두어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패배한 게임을 다시 복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패배한 것도 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패배한 대국을 한 수 한 수 복기하는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과거를 되씹어 본다는 것은 미래를 어떻게 개척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insight)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내 지나온 보험의 역사를 복기해보기로 했다. 이 복기과정은 철저하게 주관적인 경험과 관점에서 진행될 것임을 밝힌다. 초점은 시기별로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영업적 성과와 이슈를 만들어냈던 회사의 마케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보험업계는 IMF 구제금융 시기를 기점으로 낯설은 기류를 접하게 된다. 바로 90년대 후반부터 외국계 회사를 중심으로 남성영업조직이 약진한 것이다. 전체 생명보험 시장점유율에서는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인당 컨설턴트의 성과와 소득측면에서 기존의 여성조직을 훨씬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기류의 핵심에는 바로 푸르덴셜생명과 ING생명이 있었다. 이들은 기존에 여성중심의 조직구성을 과감하게 지양하고, 대졸 남성조직으로 영업인력을 구축해나갔다. 그 이전까지의 보험영업에 대한 인식은 여성 특히 주부들의 전유물이었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2년도 이전에는 영업인력에 있어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90.0%로 압도적이었다.
<생명보험회사 남녀 설계사 비중>
년도 |
2002 |
2003 |
2004 |
2005 |
2008 |
2009 |
2010 |
남성 |
9.1 |
11.5 |
11.8 |
11.9 |
24.8 |
27.3 |
27.7 |
여성 |
90.9 |
88.5 |
88.2 |
88.1 |
75.2 |
72.7 |
72.3 |
출처 : 생명보험협회, [월간생명보험통계] 中
하지만 외국계 보험사는 이러한 리크루팅 관행을 버리고, 남성중심의 리크루팅을 통해 영업조직을 구축해 나갔다. 실제 외국계보험사가 국내에 진출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였다. 하지만 외국계 보험사는 10년 넘게 국내 보험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왔었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98년 IMF 구제금융을 통해서 완전고용과 평생직장의 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러한 혼란기에 외국계 보험사가 제시했던 새로운 보험영업의 방식은 기존의 샐러리맨들에게 탈출구와 같은 비전을 제시했다. 수많은 남성들이 샐러리맨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성장하고자 외국계 보험사의 문을 두드렸다.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외국계보험사가 대기업 출신의 유능한 자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푸르덴셜생명과 ING생명은 국내 대형 보험사와 비교했을 때 규모와 숫자는 보잘 것 없었지만, 한국 보험영업조직에 상당히 인상적인 궤적을 남겼다. 2000년도 초반 이 두 회사 컨설턴트의 인당 건수, 인당 생산성을 비교해보면 국내보험회사와 비해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 괄목한만한 성과의 중심에는 이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와 외국계보험사 영업성과 비교>
년도 |
성과 |
삼성 |
대한 |
교보 |
ING |
Prudential |
2000년 |
건수 |
7.1 |
4.8 |
5.3 |
14.2 |
8.5 |
생산성 |
131 |
85 |
116 |
727 |
576 | |
2002년 |
건수 |
6.3 |
8.9 |
10.3 |
4.4 |
7.2 |
생산성 |
206 |
221 |
170 |
234 |
426 |
(생명보험협회 통계, 2000/2002년, 4월 1일~12월31일, 단위:백만)
이 두 회사의 독보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던 차별화된 공통요소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영업인력의 차별화다. 이들은 철저하게 4년제 대졸자, 직장경력 유경험자, 기혼남성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여성인력의 전유물로 여겼던 영업인력에 비해 대기업 남성에 대한 리크루팅은 그 자체가 신선했다. ‘남성이 보험을?’이라는 질문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더구나 90년대 후반 구제금융을 통해 리크루팅 측면에서 양질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일정기간 대기업에서 사회경력을 소유한 인재의 확보는 그 자체가 커다란 경쟁력이었다. 보험영업은 사람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인재를 리크루팅 한다는 것은 양질의 지인시장 확보를 의미했다. 비옥한 토양을 확보한 농부가 더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듯이, 좋은 지인시장은 높은 영업적 생산성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 상품의 차별화이다. 90년대 후반까지 국내 보험시장은 건강보험과 저축보험과 같은 패키지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소액보험의 다량판매가 주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에 고액의 종신보험(Whole Life Insurance)이라는 상품을 전파했다. 종신보험은 사망보험이다. 종신보험은 사망의 원인과 이유를 묻지 않으며, 평생 사망보험금을 보장하는 특징이 있다. 처음에 국내 대형 보험사들은 죽음을 금기시하는 유교적 문화가 잔존하고 있는 한국에서 종신보험시장의 성공에 지극히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종신보험은 예상과는 달리 중산층 샐러리맨 시장과 전문직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설득력을 얻어갔다.
셋째, 정형화된 상품판매의 프로세스를 도입했다. 공장에서 재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생산공정이 있듯이, 국내에 처음으로 판매프로세스 7단계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에이전트들은 철저하게 훈련된 프로세스에 의해 단계적으로 고객상담을 진행했다. 종신보험은 상품구입의 이유가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을 위한 이타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판매의 초점이 상품의 효용성에 맞춰지기 보다는 가장의 책임, 가족에 대한 애정과 같은 근본적 가치에 대한 설득이 중요했다. 추상적 가치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적 설득이 아닌 감성적 설득능력이 중요했다. 그래서 고객을 감성적으로 설득하기 위한 수많은 니즈환기 화법들이 에이전트를 통해 자발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누가 얼마나 더 감동적인 예화로 고객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영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했다.
위 세 가지 이유 외에도 차별화된 모습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흔하지 않았던 노트북, 재정안정설계라는 프리젠테이션 자료, 전문가적인 이미지 등의 경쟁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당시에는 이런 작은 모습 하나하나가 차별화의 핵심역량이었다. 그리고 업계에서 푸르덴셜생명과 ING생명의 인력에 대한 스카우트와 벤치마킹 붐이 불기도 하였다. 이러한 열기는 2000년대 초반까지 뜨거웠다.
이 두 회사는 공통된 특징과 요소도 있었지만, 다른 문화적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먼저 푸르덴셜생명은 여타의 생명보험 회사와 다르게 에이전트의 직업적 사명감을 대단히 중시했다. 가장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을 경우, 남아있는 미망인과 고아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직업의식은 신성한 사명감(SHIP)으로 격상되었다. 보험에이전트는 단순한 세일즈맨이 아니었다. 가족사랑의 가치를 전파하는 전도사, 교사 그리고 계몽가로 스스로 정의내렸다. 이러한 푸르덴셜생명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혹자들은 생명보험에 미친 종교집단 같다고 비유하기도 하였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이 자신의 종교를 더욱더 잘 전도할 수 있듯이, 생명보험 에이전트의 사명감(SHIP)은 독창적인 경쟁력의 중요요소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푸르덴셜생명은 마케팅적 오류에 빠지게 된다. 경영진의 종신보험 상품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다른 금융상품(연금, 변액연금, VUL적립……)에 대한 개발을 등한시하게 되었다. 종신보험에 대한 근본주의와 같은 집착은 유능한 영업인력의 타사유출로 이어졌으며, 리크루팅과 생산성의 정체로 이어졌다.
ING생명은 푸르덴셜생명과 비교했을 때 직업적 사명감보다는 자유로운 사업가적 마인드를 더 강조하는 문화였다. 이러한 사업가적 마인드에 대한 중시는 다양한 사업모델과 판매컨셉을 만들어냈다. 전속채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2000년대 초반에 처음 한국에 독립대리점을 처음 설립한 것도 ING생명 출신이었다. 또한 ING생명은 연금판매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연금판매에 있어서새로운 판매컨셉을 생산해냈다. 과거 보험시장에서 연금판매는 소액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ING생명에서 처음으로 연금상품을 단순한 노후보장의 목적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연금상품의 장기저축 기능을 강조해 고액의 연금상품 판매를 가능케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에이전트들이 상담시 활용하고 있는 백지 라이프 사이클 상담, 즉 하얀 백지를 꺼내놓고 수입곡선과 지출곡선을 통해 니즈환기를 하는 컨셉이 이 시기에 만들어져 전파되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ING생명은 질적인 성장에서 양적인 성장으로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 다음편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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