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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후 창업 3년 만에 폐업확률 46.9%. 신문에 보도된 우울한 기사 제목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정년퇴직 혹은 구조조정 등을 통해 밖으로 내몰린 아직은 혈기 왕성한 중년의 남자들이 새로운 일터를 찾아 헤맨다. 오십이 넘은 이제는 머리가 희끗한 이들이 보험 업계 세일즈의 문을 두드리는 모습도 심심찮다. 자본금이 들지 않는다는 메리트가 있어서이겠지만 어쨌든 창업전선을 포함한 어느 업종이든 통계에서 보듯 성공이라는 월계관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그럴 때 우리는 이런 말을 내뱉곤 한다.
‘할 것 없으면 택시 운전이나 하지 뭐.’
할 것 없으면? 정말 그럴까. 택시 업종이 그렇게 쉬운 일일까.
출장 업무가 잦은 탓에 택시를 이용할 기회가 많다. 새벽녘 전철이 다니지 않는 시간 불이 켜진 한 택시의 앞자리에 올라탄다. 오늘은 어떤 기사분과 조우하게 될까. 생산자와 고객으로써의 일회성의 만남이지만 그 설렘은 일상의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좋은 하루 되세요 라고 인사 건네며 미소 짓는 기사 분을 만날 때면 기분이 업이 되다가도 반대로 왕재수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 업종에서는 말콤 글래드웰이 <블링크>에서 언급했듯 첫 2초가 첫인상에서 중요한 의미를 띤다. 대화를 나눈다. 업계에 종사한지가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이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애환들이 있는지. 그들은 자신들의 생업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일이 남들이 보기에 쉬어보일지 모르지만 직접 한번 해보라고 하세요. 노동도 이런 상노동이 없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 혹은 열두 시간 이상 핸들을 잡은 채 좁디좁은 갇힌 공간 안에서 각양각색의 승객들을 마주 대하다보면, 숨이 턱에 차오르며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거기다가 사고가 나서 사람이라도 치어 보세요. 벌금에다 구류에…….”
중노동은 들어봤어도 상노동은 낯선 용어이다. 그만큼 남들이 인식하는 이상으로 노동의 강도가 적지 않다는 의미이리라. 아무리 생계를 위해서 한다지만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에 고단한 몸을 일으켜 고객을 맞이하는 택시 영업이 그렇게 호락호락 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개인이 아닌 영업용 택시의 경우에는 세일즈맨들처럼 목표라는 당면과제로 인해, 하루의 목숨 줄 뿐만 아니라 부담감에 따른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당일 할당된 사납금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만사가 그렇듯 여기에도 나름의 성공 법칙이 존재를 한다. 경력이란 요소를 차지하고서라도, 똑같은 시간을 투자함에도 수입이 많은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있는 것이다.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것도 방문판매 영업과 닮은 구석이 있다.
첫째. 달려라 하니
방문하는 고객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찾아갈 것인가. 기사의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죽치고 앉아 언제 올지 모르는 고객을 기다리는 쪽과 적극적인 대시로 찾아가는 유형이다. 한번쯤은 보았을 풍경이다. 줄지어 늘어선 택시의 행렬 속에 지루하다 못해 하품을 일삼으며 애꿎은 담배만을 피우는 기사들을.
방문판매에 종사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침 조회가 끝났음에도 무어 그리 사무실에 볼일이 많은지 활동은 나가지는 않고 진드기처럼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옆 사람과 노닥거리며 간밤의 드라마 줄거리와 시어머니의 횡포에 핏대를 올린다. 그러다 점심까지 챙겨 먹고 있다 보면 어느새 시계 바늘은 오후가 훌쩍 넘어가고,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는 그들은 요새 경기가 좋질 않아 영업이 너무 안 되어 찾아갈 곳도 없다고 한다. 반면 그와는 다르게 사전 작성한 고객 리스트를 토대로 발이 부르트도록 다니는 분들이 있다.
경륜이 지긋한 기사 분은 이야기한다.
“정차하며 기다리고만 있기보다 손님을 찾아 무조건 달려야 합니다. 그래야 한건이라도 더 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당사자의 애창곡은 만화영화 주제곡인 ‘달려라 하니’란다.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고객을 찾아서~
둘째. 포인트를 잡아라
제주도에서 행사를 마치고 직장 동료들과 바다낚시를 함께할 경우가 생겼다. 처음 경험해보는 나로서는 줄을 요령 있게 감는 것이나 밑밥을 챙기는 것 등 모든 게 신기하였다. 동료들은 저마다 자신이 점찍은 자리를 선정해 위치를 잡으며 공통의 꿈을 꾼다. 월척이라는. 한 마리도 낚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가자 다리가 저려오기 시작한다. 지루하다. 이것이 뭐가 재미있다고 하는 거람. 그러던 차 한 강태공의 환호소리. 아싸, 왔다. 기다란 낚싯줄에 매달려 오는 한 마리의 펄떡이는 생선. 그놈은 정말 살아 있었다. 은빛 비늘이 태양에 반사되어 후광을 비추자 초보자인 나도 욕심이 절로 생긴다. 도미노 현상일까. 연달아 다른 이들에게도 함성이 튀어 나온다. 뭐야 이거. 초조해진다. 자리가 좋지 않은 것 아냐. 옮겨볼까. 낚시를 하다보면 동일한 장소이더라도 물고기를 쉽사리 낚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가 있다. 까닭은 똑같은 환경이더라도 포인트가 되는 지점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것을 다년간의 경험과 기술이 있는 분들은 쉽게 인식을 해낸다. 타깃의 기질과 모이는 집결장소들을.
택시도 그러하다. 기사들은 이곳저곳을 이동하며 다닌다. 학교 등하교길, 버스 정류장, 기차역, 쇼핑센터, 관공서, 시장, 병원 등. 그런데 무작정 옮기는 게 아니다. 오전, 오후 어느 타임에 어디를 가면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을 꿰뚫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고객의 텃밭과 동선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역시나 투입한 노력과 시간 대비 허탕을 치기 일쑤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셋째, 꾸준함은 필수
00 거래처. 오늘도 그녀는 매장 앞에 파라솔을 펴놓고 홍보중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살인적인 한여름 무더위에 연신 흐르는 땀을 훔쳐내며, 고객에게 설문지를 건네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그럼에도 반응이 별로 없다. 영업이란 것은 우리네 삶의 궤적을 닮았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도 개시한번 못하고 쪽박만 찬다. 그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주판알을 튕기며 투자한 금액과 시간을 환산한다. 입력 대비 출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그런 날들이 반복이 되면 판을 접기도 한다. 슬럼프가 찾아온다. 내가 뭐하는 짓이람. 적성에 맞지 않아서 그런가. 다른 업종을 찾아볼까라는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넘게 들락날락 날숨과 들숨을 힘들게 내쉰다.
반면 별다른 활동을 하지도 않았는데 뜻하지 않은 고객이 찾아오거나 전화가 와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날은 말 그대로 땡잡은 날이다. 오늘 벌이처럼만 되면 조만간 떼돈을 벌 것만 같다. 그런데 아는가. 그런 날들을 잡기위해 진정한 프로는 꾸준함의 동아줄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A기사의 그날도 그러하였다. 몸이 찌부등하고 몸살기가 있는지 하루 왠지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며칠째 사납금을 겨우겨우 맞추긴 했는데 벌이가 계속 신통찮다. 어떡할까. 그럼에도 마음을 다잡고 운전대를 잡으니 싸늘한 새벽 한파에 몸이 절로 떨려온다. 히터를 켜보지만 찬바람이 싸하다. 이런 날은 손님도 나오질 않기에 정말 제치고 싶은 유혹이 다시 스멀스멀 치밀어 오르지만 엑셀레터를 힘껏 밟았다. 인적이 없는 가운데 사거리 우회전 신호를 받아 턴하자마자 승객 한사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올라타며 외친다.
“아저씨, 대전이요. 미터 요금 곱으로 드릴 테니까 급한데 밟을 수 있죠.”
이게 웬 횡재람. 서울에서 대전까지면 우후후~
오늘 하루 꿀꿀하더라도 오늘 하루 땡땡이 치고 싶더라도 출근도장만 찍고 뒷담 화를 까는 한이 있더라도, 현장에 나가 고객을 만나노라면 인과율(因果律)의 공식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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