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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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꽃 - 고은 -
누우면 끝장이다
앓는 짐승이
필사적으로
서 있는 하루
오늘도 이 세상의 그런 하루였단다 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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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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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나 왔소
모진 겨울 다 갔소
아내 무덤이 조용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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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한 물에 떠내려가다가
닿은 곳에서
싹 틔우는 땅버들씨앗
이렇게 시작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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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바다 오가며
사는 것들
너희들이 진짜 공부꾼이다
뱀장어야
참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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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장마비 맞는 거미줄
너에게도 큰 시련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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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
이 세상이
사람만의 것이 아님을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
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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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누구와 만나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제일 아름답더라
솜구름 널린 하늘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