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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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1일 15시 13분 등록

몇 해 전의 일이다.

섬찟 놀라 눈을 뜨니 부옇게 창이 밝아오고 있었다. 무언가에 놀라 잠이 깬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짙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돌린 자리에는 곤히 잠든 아내와 이제 갓 백일이 지난 아이가 누워 있었다. 갑자기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솟았다. 내 심장을 꺼내 주어도 아깝지 않을 그들의 모습에 눈물이 솟구치는 까닭의 절반은 행복이었고, 그 나머지 절반은 절망이었다.

실패한 벤처사업가라는 오명을 뒤짚어 쓰고 숨어든 회사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었다. 수 많은 책을 읽고 강의를 쫓아 다니는 동안 희망으로 가슴을 부풀렸던 주식 계좌는 어느 날 반 토막이 나있었고, 만삭의 아내를 이끌고 재개발이 예정된 산동네를 누비며 불태웠던 경매의 꿈은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더불어 거짓말처럼 사그라졌다. 갑자기 쫓던 길이 끊기고 눈 앞에 절벽이 놓여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아득한 그 절벽의 꼭대기에 내가 서 있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그것에 마저 회의가 일기 시작했다. 조금은 고단한 여정의 끝에 모두가 꿈꾸는 파랑새가 있을 거라 믿어왔던 굳은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현재의 지난함을 팔아 눈부신 미래를 사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일까? 매번 작은 걸림돌에 걸려 쓰러질 때마다 이 고비만 넘기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 질 것이라고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불확실한 장밋빛 청사진을 남발해도 괜찮은 것일까? 나는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고작 이것뿐이란 말인가? 미칠 것만 같았다.

불광불급(不狂不及)

이 책은 미치는 것에 대한 책이다. 그것도 그냥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미치는 것에 대한 책이다. 어딘가 가슴 속 깊은 곳에 봉인된 열정에 불을 싸질러 그것이 밖으로 뛰쳐나오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책이며. 다시 그 불길이 온 나를 태우게 하는 것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그렇게 미치기 위한 방법의 정 중앙에 바로 중독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어둡고 부정적인 겉모습을 훌훌 털어낸, 알몸으로 남은 순수한 중독이 그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중독은 멀쩡히 대기업을 다니던 엘리트 청년을 도박에 빠뜨려 단 몇 개월 만에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시키고, 멀쩡한 가정주부를 인터넷 채팅으로 내몰아 한 가정을 완전히 풍비박산 내버리는 놀라운 에너지를 품고 있다. 중독이 가진 에너지는 마치 미끄럼틀과 같아서 일단 엉덩이를 살짝 대고 올라타면 바닥에 확! 처박힐 때까지 도무지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 폭풍 같은 에너지에 재갈을 물리는 방법은 없을까? 그리고 재갈물린 중독을 몰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나아갈 수는 없는 걸까? 바로 이런 긍정적 중독에 대한 질문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사실 우리가 중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대단히 부정적인 것들 뿐이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라. 지구는 단 한 번도 평평한 적이 없지만 과학과 기술에 의해 기회를 얻기 전까지는 자신이 둥그렇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었다. 푸른 곰팡이는 의학의 힘을 통해 페니실린으로 거듭나 수많은 생명을 구하기 전까지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한 채 해로운 그 무엇인가로 매도 당해야만 했다. 중독은 아직 그 뒷모습의 한 언저리만 우리에게 드러냈을 뿐 아직 고개를 돌려 그 환한 웃음을 우리에게 지어줄 순간을 만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과학, 의학 그리고 기술의 조명이 그곳을 비추는 순간 중독의 역사는 새롭게 기록되기 시작할 것이다.

심심찮게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연예인들의 유명해지기 전 모습들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성형 수술을 통해 환골탈태했느냐에 문제의 핵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린 화려하게 빛나는 그들의 현재에서 어둡고 긴 무명의 터널을 와신상담하는 마음으로 지나왔을 과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혜성처럼 나타난 스타란 없는 법이다. 바로 이 순간에도 제목조차 일일이 확인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책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는 '단기 완성'과 '대박 인생'을 외치며 갖가지 유혹적인 문구로 자신을 포장한 껍데기뿐인 책들도 넘쳐난다. 이 책은 그런 껍데기뿐인 자기계발이론에 대한 작은 저항이자 도전이다.

이 책은 많은 고민 속에서 태어났다. 더 이상은 지금처럼 살지 않겠다는 평범한 한 사람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매일매일 저주처럼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겠다는 절박함이 나로 하여금 많은 밤을 지새우게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중독에 대한 책이기에 앞서 변화에 대한 책이다. 지금 서있는 자리가 어디이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찾아내려는 사람 그리고 눈부신 도약과 역전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중독에 감춰진 긍정적인 열정과 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

9회말 역전의 찬스에서 타석으로 향하는 대타자에게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고 말해줄 감독은 없다. 그것은 기초 체력이 덜 중요해서가 아니라 그 순간에 더욱 절실히 필요한 다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매번 다음 시즌을 기약하면 맥없이 타석에서 물러나올 수는 없다. 변화에 대한 타는 듯한 목마름으로 타석에 나서는 여러분이 재갈 물린 중독을 방망이 삼아 멋진 역전의 홈런을 날리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그 역전을 발판 삼아 힘차게 도약하길 가슴 깊이 응원한다.

여러분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미칠 것 같은 마음에서 출발했으면 좋겠다. 중독을 따라가는 두렵고 가슴 뛰는 여행에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것이 내 삶을 바꾸고 있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여러분을 움직이게 될 것을 믿는다.


IP *.227.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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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08.02.21 22:37:09 *.128.229.6
종윤아,
저자는 쓸까요 라고 묻지 않는다.
쓰고 싶은 것을 쓰고
믿는 것을 쓸 뿐이다.

내 의견을 묻는다면
다시 써야 겠구나. 완전히 새로 쓰는 것이 좋겠구나. 기가 센 제목에 비해 너무 평이한 서문이라 갑자기 흥미가 떨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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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21 23:13:12 *.109.90.101
사부님~ 덕분에 밤새 잘 자기는 틀렸습니다. 자다 울다 하면서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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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윤
2008.02.22 00:08:24 *.109.93.138
사부님~ 그냥 잠자리에 들 수가 없어서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의 서문을 읽었습니다. 읽기 전엔 '평이'하다는 말씀의 의미를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여러 번 읽어보고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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