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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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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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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20일 10시 36분 등록

나는 벚꽃이 좋아요. 확 폈을 때 절정에 도달하는 뭔가 그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잖아. 물론 그 꽃이 한꺼번에 확 지지만은....그런데 한꺼번에 확 지는 것도 좋아.

 

EBS <고전읽기> ‘할아버지의 기도녹취록 중에서

 

그 때도 벚꽃이 한창이었다. 그리 보내는 것이 못내 아쉬워 며칠이고 병원을 드나들며 눈물을 뿌리던 그 때, 꽃은 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스케일로 슬픔을 뿌려대고 있었다. 생전에 그에게 받은 사랑에 보답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지금 생각해보니 신기하다. 나는 왜 피어있는 꽃이 아니라 지는 꽃을 보고 한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걸까?

 

그가 떠나고도 계절은 세 번이나 바뀌어 겨울. 그 화려하던 벚꽃나무도 눈의 힘을 빌려서나 겨우 제 몸 치장을 할 수 있는 계절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여름에도, 가을에도, 심지어는 첫눈을 몇 번이나 새로 맞을 때까지 이상하게 내 머리 위에선 꽃비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 그것은 분명 몽환이었으며 환상이었다. 무엇의 절정인지 알 수 없으나 매 순간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이었고, 좌절이었으며, 희열이었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절정의 체험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깨고 싶지 않았기에 이불 끝을 붙잡고 근근히 이어가던 꿈이었는지도 모른다. 살짝 한쪽 눈을 떠 보니 여전히 얇디 얇은 봄 차림새 그대로 거리에 서있는 내가 있다. 꿈에 취해 느끼지 못하던 한기가 한꺼번에 온 몸을 파고 든다. 두터운 외투를 챙겨입고도 어깨를 움츠리고 종종 거리며 재빠르게 추위를 피해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새삼 아프다.

 

<고전읽기> 작업이 이제 막바지다. 오로지 스승에 대한 그리움하나만으로 가진 것 모두를 걸었던 이 무모한 모험도 이제 끝이다. 어쩌면 길은 여전히 이어져 있을지도 모르나 숨 쉴 기력도 남김없이 모든 것을 다 써버렸으니 어찌 더 이상을 욕심낼 수 있을까.

 

너는 피가 달라, 유난히 삶이 빨간 너구나. 아마 네 책은 화산 같을 것이다. 천 장을 쓰고 백 장을 가려내 터진 그리움으로 날리는 벚꽃잎을 만들어 내도록 해라.

 

구본형 칼럼 <유끼 수료증> 중에서

 

화산 같고 벚꽃잎 같은 책이 어떤 책인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화산이고 벚꽃잎인 삶이 무엇인지는 알 것도 같다. 인간이 살아있음으로 스스로의 삶을 증명하는 존재고, 책이 그 사람의 삶을 담는 것이라면 내 피를 먹고 자란 책이 화산이 아니고 벚꽃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일 수 있단 말인가?

 

이젠 꿈에 스승을 만나도 당당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분명히 말하리라. ‘사부님, 이제 저 졸업합니다!

 

IP *.1.16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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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2:00:13 *.236.3.235

"졸업입니다."

 

텅 빈 네안에서 에밀레종소리같은

아니 기쁨이 슬픔과 절정으로 해후했을 때같은   

화산,

벚꽃엔딩,

핏줄기,

박미옥이구나

 

졸업 축하한다. 축하라는 한마디로 너무 미약하지만...

네가 자유임을 이젠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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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9:06:57 *.1.160.49

네. 이젠 '자...유....임당~'

일단 몸부터 추스린 후 쫌, 맘껏 놀아보려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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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3:26:05 *.30.254.29

러블리 미옥!

 

네가 해낼 줄 알았다.

 

지난 봄의 글과

겨울의 글이 이렇게 다르구나.

 

온 마음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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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9:07:58 *.1.160.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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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3:47:28 *.62.169.58
졸업을 축하드립니다. 부럽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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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19:09:19 *.1.160.49

네, 책은 1월말에 나오지만 축하는 미리 받을께요~

부러운 거 120% 이해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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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1 13:49:46 *.131.5.196

사랑만으로도 넌 그 누구 앞에서 꿇릴 것 없다! 졸업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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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1 16:26:46 *.1.160.49

한 인간의 시작과 끝이 드러나는 체험이라는 면에서, 사랑은 모두 닮아있나봐요.

저라는 존재를 다 쏟아냈던 작업.

힘든 고백을 마쳤으니 이제 대답을 기다리는 일만 남아있는 거겠죠?

 

결과가 어찌 되었든 일단 애처로운 짝사랑은 이걸로 졸업.

그것만으로도 정말 날아갈 것 같습니다.

축하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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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05:19:23 *.243.91.165

아 그렇군요... 애쓰셨습니다.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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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3 10:41:57 *.1.160.49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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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15:34:15 *.10.141.190
졸업 축하드려요. 사부님도 님의 환한 얼굴보다 더 환하게 축하해주고 계시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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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3 10:42:33 *.1.160.49

그렇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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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4 15:32:31 *.43.131.14

축하합니다. ^^

 

저렇게 숨쉴 기력도 남김없이 다 쏟아부을 수 있고,

피로 피운 꽃이라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모습이

너무너무 부럽고요, 아름다와요.

어떤 책으로 되어 나올 지 정말로 궁금하고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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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8 14:59:11 *.226.206.6

그렇게 말하고도 또 한참은 원고에서 손을 놓지 못할 듯 합니다.--;;

어떤 책이 나올지... 글쎄요~스승이 끌어주지 않으셨다면 혼자서는 감히 상상도 못 할 길이었으니 감히 뭐라 말씀드리긴 어려우나. 다시한번 하나만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작업의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제가 이해한 스승의 전부를 구현하고자 있는 힘을 아낌없이 다했다는 것.

혹 누군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 간극을 메울 기회는 오롯이 그 자신의 몫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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