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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3일 12시 00분 등록

1. 저자에 대하여

 

 니체가 존재하는 독일 최고의 책이라고 평가한 대화록이라고 해서 나는 요한 페터 에커만이 당연히 나는 잘 몰랐지만 고귀한 출신의 위대한 사람이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예상은 대화록 1부의 서문에서 이미 산산히 깨어졌다. 에커만이 그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귀족아이라기 보다는 그냥 농민, 그것도 가난해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기 보다 당장 노동력으로 써먹어야 겨우 먹고 살았던 하층민의 그것이었다. 아래 부분을 읽을 때면 글은 전원적이고 아름다운 매력이 있지만, 그 안에 이미 어른과 같은 삶의 고단함이 묻어나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나는 매일 집에서 나와 둑의 안쪽이나 그 밖의 높다란 곳에 떠밀려 와있는 갈대를 모아다가 우리집 암소가 좋아하는 푹신한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드넓은 목장에 파릇파릇 첫 싹이 트면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하루 종일 소를 돌보며 놀았다. 여름 동안이면 주로 밭일을 했으며, 또한 사시사철 아궁이에 필요한 장작을 마련하기 위해 가까운 가까운 숲으로 가서 마른 나무들을 끌고 왔다. 수확의 계절이면 나는 몇 주일 동안 들판에 나가 이삭줍기에 바빴다. p.17

나는 이 세상에 문학이나 미술 같은 것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따라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러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욕구나 동경이 생겨날 리도 없었다. p.17

 

그랬기 때문에 에커만는 김나지움에 늦깎이 학생으로 다니면서도 즐거웠던 모양이다. 자신을 크게 키워줄 수 있는 세계와의 만남, 마치 태어나기 전부터 안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 같은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문학과 예술의 세계. 그는 후원자들이 지원해주는 법률공부도 중도 하차한채 순수하게 자신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세계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그에게는 재능이 있었고, 단번에 핵심을 찌를 수 있는 배짱과 운도 있었던 것 같다. 갓 출간된 자신의 시집을 자기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가에게 보낸다는 것은 열 명중 한 명 정도만 가능한 것이다. 또한 자신을 그렇게 꽉 채워주는 작가가 나와 같은 나라, 같은 국적에 아직 살아있다는 것 또한 대단한 운이다. 에커만은 그렇게 괴테를 만나게 되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개를 읽다가 알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에커만은 평생을 궁핍하게 살았다고 전해진다. 나는 그의 대화록 곳곳에서 왕자를 가르쳤다는 내용이나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는 이야기에서 그래도 나름 글로 밥법이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괴테가 만일 다른 곳에서부터 문학과 관련된 청탁을 받게 된다면 거부하게. 아니면 최소한 나에게 미리 말해 주게. 자네는 일단 나와 결합되었으니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가진다는 건 그리 달갑지 않아라고 말했을 때도 본격적으로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일을 시키나보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을 뿐이다. 그러나 에커만이 곤궁했다고 하는 것은 괴테가 그에게 재정적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인 듯 하다. 그러고보면 약혼자가 있었는데도 약혼한지 20년이나 지나서야 결혼식을 올렸다고 하니, 그 부인은 에커만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을 법도 하다. 일이 안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이름깨나 알려진 선생님이 하지 말랬다고 가난함을 견디고 있는 것은 외부에서 보면 미련해 보였을 것이다. 게다가 이 괴테와의 대화는 소재 자체가 이미 당대 최고의 작가인 괴테와의 대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아주 아름답게 다듬어져있다는 점에서 좀 더 빨리 나왔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에커만도 출간을 앞당기고 싶다는 소망을 괴테에게 여러 번 말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괴테는 원고가 온전히 나의 정신에 부합되게 쓰였다는 걸 내가 입증할 수 있다면 책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질 수 있테니원고 출판을 미루자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런 면에서 에커만이 스승에게 야속함을 느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에커만이 왜 그랬을까? 무엇이 이 총명한 인재를 가난과 고단함,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모두 참고 이 책을 만들게 했을까? 나는 그 내용을 책의 마음의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들을 정리하면서 조금은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괴테의 표현을 빌리면 시대를 획기적으로 바꿨던 사람들은 각자 자기보다 윗 세대로부터 유산을 물려받는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을, 프리드리히 대왕은 슐레지엔 전쟁을, 루터는 사제들의 어리석음이라는 유산을 물려받았고, 괴테 자신에게는 뉴턴학설의 오류가 할당되었다고 말한다. 아마 괴테라는 유산은 에커만의 몫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숙제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숙제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떠넘겨 받은 듯한 인상을 주는 단어다. 그러나 이 유산이라고 하는 것은 작가 개인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일종의 운명적인 만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이 작업이 나의 것이라는 명확한 확신이 새로운 것을 완성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중반쯤 읽었을 때 나는 괴테가 나의 스승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매일 일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그와 식사를 하고, 그의 저녁 다과회에 참석해 연주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이 괴테의 말을 그대로 전하고 있고, 묘사 부분도 괴테의 문체를 따르고 있다 하니 그의 어조가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인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왼손으로 포크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괴테가 하는 말을 받아적거나 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음성 녹음기 같은 것도 없었으니, 에커만은 괴테와 나눴던 이야기들을 전부 혹은 일부 중요한 내용을 그가 말한 것 그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집에 와서 다시 썼을 것이다. 대단한 열정이며 기억력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고마움을 느낀다. 괴테는 이미 죽었지만 누구나 그 애정 어리고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아는 현명한 스승을 얻을 수 있다. 열정을 가지고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줄 수 있는 스승은 살아있는 사람 한 사람을 만나기도 어렵다. 그리고 살아 있는 작가를 만나는 것과 죽어있는 작가를 작품으로만 대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솔직히 독자로서 나는 내가 그 작가를 좋아하거나, 작품의 주인공을 좋아하거나 최소한 한 사람을 좋아해야만 작품을 끝까지 읽어내고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죽음과 삶 사이의 구분이 지엄해 고전의 작가 중에서 아직까지 살아 남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다행히 괴테의 경우에는 그의 제자가 남긴 대화록으로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으니 에커만은 인간으로서의 괴테를 살려준 은인이 된 셈이다. 또한 말년에는 바이마르 궁정에서 에커만의 부채를 전부 탕감해주었다는 것이다. 너무 늦기는 했지만 그의 노고가 보상받는 순간이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준다는 것은 고맙고 즐거운 일이다. 나는 괴테의 작품을 충분히 이해하면서 그 깊이를 제대로 파헤쳐 보지는 못했지만, 이 대화록만을 읽고서도 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사고 방식, 다른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읽어보면 섬세하고 딱 맞는다. 또한 그가 본인의 작품에 대해서 말할 때,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을 할 때는 장점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며, 어떤 특성이든지 친근하고 위엄을 가지고 대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것, 나와 세계의 연결 고리가 어디쯤일지 알아보는 것. 때로 그것은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나를 제대로 보게 된다면, 거기에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질 수 있다면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가 그렇게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즐거운 발견일 거라 생각한다.


2. 가슴을 무찔러 들어오는 구절들

7. 이 책은 가치 있는 경험이나 진기한 체험을 글로 포착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나의 자연스러운 충동으로부터 생겨났다.

7. 나는 마치 두 손을 활짝 펴고 상쾌한 봄비를 잡아보려고 애를 쓰지만 그 빗물의 대부분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고 마는 소년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8. 책이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운명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9. 나는 인생과 예술, 그리고 학문을 주제로 삼고 있는 이 대화가 수많은 계몽과 귀중한 가르침을 내포하고 있다는 정도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9. 우리는 이 뛰어난 인간과 그의 정신을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다른 색을 반사시키는 다면체의 다이아몬드에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말하자면 괴테는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서, 그리고 그가 만나는 인물에 따라서 다양한 인물이 되었던 것이다.

11. 모든 주장과 모순들이 진리의 개별적인 측면이며, 그 모두가 합쳐져서 본질을 드러내고 진리 자체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17. (에커만 어린시절) 나는 매일 집에서 나와 둑의 안쪽이나 그 밖의 높다란 곳에 떠밀려 와있는 갈대를 모아다가 우리집 암소가 좋아하는 푹신한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하루 종일 소를 돌보며 놀았다. …가까운 숲으로 가서 마른 나무들을 끌고 왔다. 수확의 계절이면 나는 몇 주일 동안 들판에 나가 이삭줍기에 바빴다. …

18. 나는 이 세상에 문학이나 미술 같은 것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따라서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러한 것들에 대한 막연한 욕구나 동경이 생겨날 리도 없었다.

18. 동물들은 그들의 기관을 통해 배운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인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인간은 그가 아주 우연하게 행한 일을 통해서 자신에게 잠재해 있는 더욱 높은 것을 배우게 되는 법이라고.

18. 어느 날 밤 나는 불을 밝힌 램프 아래에서 부모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었다. …내 앞의 식탁에 놓인 그 담배 봉지에는 한 마리의 말이 그려진 상표가 붙어 있었다. 그 말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 데다, 마침 펜과 잉크, 그리고 종이가 한 장 있어서 나는 그것을 베껴보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아버지가 함부르크 이야기를 계속하는 동안 나는 부모님 눈에 띄지 않게 그림을 그리는데 몰두했다. 다 그리고 나서 보니 베낀 그림이 원래의 그림과 완전히 똑같아서 나는 이제까지 몰랐던 행복감을 느꼈다. 부모님에게도 보여드렸더니 놀라 마지않으면서 나를 극구 칭찬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쁨에 들떠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채 내가 그린 말 그림만을 계속 생각했고, 그것을 다시 바라보고 싶어서 다음 날 아침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20. 신분 높은 분들에게 나라는 존재를 알리게 된 것 같았다. 그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나를 찾았고, 또 여러 방식으로 나를 도와주었다.

20. 그때부터 나는 배우는 것이 좋아졌다. 그런 좋은 기회를 가능한 한 오래 누리고 싶었고, 부모님도 그 점을 인정했다.

20 희망대로였다념 나는 학문 연구의 길로 계속 나아가 김나지움에 갔을 것이다. ..그럴 만한 돈이 전혀 없었던 데다가, 나는 자신만을 돌보는 게 아니라 궁핍한 부모님에게 약간의 도움이나마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21. 간단한 변호를 하거나 관습적인 형식에 따라 소송장이나 판결문을 쓰는 일을 가끔하며 보내는 그러한 생활을 이 년간, 그러니까 1810년까지 계속했다.

21. ..조국의 의용군 대열에 가능한 한 빨리 참여하고 싶어서였다. …이 부대와 함께 크노프 대위가 지휘하는 중대에 들어가 1813년에서 1814년에 걸친 겨울 원정에 종군했다.

22. 나는 네덜란드 사람들의 위대한 그림을 접하게 되었다. 나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렸던 것이다. 나는 하루 종일 교회나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 나는 여기서 비로소 화가라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다. 또한 화가의 제자들이 영광스러운 발전을 하는 것을 보고는, 그러한 길을 가는 것이 이제 내게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울고 싶었다.

22.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투르네에서 한 젊은 화가를 사귀게 된 나는 검은 초크와 초대형의 도화지를 구입하고는 그 즉시 그림 앞에 앉아 모사하기 시작했다. … 그러고는 그림을 둘둘 말아 가죽 통 속에 집어넣고는 총집과 함께 어깨에 나란히 멘 채 투르네에서 하멜른에 이르는 긴 행군 길에 내내 지니고 다녔다.

23. ..하지만 나는 곧 예비적인 공부와 기초지식이 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인간과 동물의 해부학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다양한 수목이나 지형들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 그 때문에 나는 어쨌든 내 방식대로 비슷하게 보이게 그리는 데만 해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했다.

23. 그래서 나는 곧 깨달았다. 화가가 되려면 좀 다르게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 식대로만 한다면 헛수고에 지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스승 밑으로 들어가서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하리라는 계획을 세웠다.

25. 이처럼 나는 상황에 굴복하여 예술가의 길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았고, 그러다가 자리가 생기자 기쁜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런 결정을 탓하지는 못하리라.

25. 새로 시작한 일은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에 나의 정신은 활력을 얻었다.

27. 소재가 주는 효과야말로 본래적인 힘을 가졌으며, 모든 것이 거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 나는 쾨르너와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우리를 억압해 왔던 것에 대한 증오를 가슴속에 품고 있었고, 그와 함께 해방전쟁을 치렀으며, 고난에 찬 행군과 야영과 전초 근무와 전투를 체험했고 게다가 비슷한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27. 나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것을 접할 때마다 깊이 감명을 받아 나도 그런 것을 생산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했다.

> 나도 그랬다. 게다가 글에는 정말 많은 갈래가 있어서 내 꿈은 때론 기자였다가 희곡작가였다가 저널리스트였다가 작가가 되기도 했다. 가끔 다양한 장르를 써보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든다.

28.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런 상황을 시로 지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전한다면, 귀환하는 부대를 그만큼 더 진심으로 환영하는 준비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28. 나는 시 몇 백부를 자비로 인쇄하여 시내에 돌렸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9. 그때부터는 새로운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주일이 없을 정도였다. 이제 스물네 살이 된 나의 내면에서는 감정과 욕구와 선한 의지의 세계가 생생하게 살아 넘쳤다.

29. 그들을 읽고 난 뒤에도 나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이 위대한 작가들이 걸어간 길은 나의 성향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29. 나는 그(괴테)의 시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었다. 비로소 눈이 뜨이기 시작하고 참다운 자각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이었으며, 이 시들 속에는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나 자신의 내면이 비치는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29. 오히려 내가 발견한 것은 모든 욕망과 행복과 고통 속에 있는 인간의 마음이었으며, 눈앞에 환하게 펼쳐진 대낮과도 같은 독일의 자연이었으며, 부드럽게 정화된 빛에 싸여 있는 순수한 현실이었다.

30. 괴테 이외의 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나는 이렇게 빠져있었던 적이 있던가? 아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여러 작가들에게 빠져 지내게 될 것 이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30. 가장 중요한 이점 중의 하나는 우리가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의 다양한 세계를 더욱 분명하게 의식하게 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30. 한 개인이 자기 자신과 가장 내밀한 조화를 이룬다는 통일성의 개념에 도달하게 되었다.

31.그러면서 나는 곧 깨달았다. 이런 위대한 작품들에서 내가 이해하게 되는 것은 다만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것뿐이며, 특수한 것에 대한 이해는 언어적인 면이나 역사적인 면을 막론하고 학교나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적 지식이나 일반교양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이었다.

34. 나는 이 도시의 상류층 중에서 많은 후원자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은 내가 소위 돈이 되는 학문을 하겠다고 결심한다면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본성에 맞지 않을 뿐더러, 또한 인간은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충동이 지향하는 바를 따라야 한다고 굳게 믿었으므로 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되자 그들은 내가 바라는 도움을 거절했고, 고작해야 식사 정도만 제공했다.

35. 작위적인 작품들은 나의 자연스러운 감정에는 맞지 않았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요즘까지도 이런 느낌을 주는 경향이 많다. 문학보다도 음악, 드라마,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이다.

35. 좀 더 나은 평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내심 모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의 비판이 그렇게 어긋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차츰 깨달았다. … 능숙하게 내면을 표현하긴 했지만, 거기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생관의 수준이 너무 낮아서 공식적으로 선을 보이기에는 다소 부적절했던 것이다.

39. 애초에 내가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또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던 것을 이루겠다는 망상과 함께 대학에 들어간 후 나는 바로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 이 학문이 나의 적성에 아예 반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39. 나는 불행하게도 마음속으로 다른 애인을 남몰래 품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청한 상대방에게 이것저것 온갖 트집을 잡는 처녀와도 같은 처지였다.

41. 좋은 출판사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충분한 원고료를 받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다.

43. 고대 입상 모형들은 조형 예술과 고대 그리스에 대한 괴테의 특별한 애정을 엿볼 수 있게 했다.

44. 푸른 외투를 걸치고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당당한 풍채였다! 너무나 압도적인 인상이었다. 하지만 그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기 때문에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44. 마침 자네 원고를 읽고 있던 중이네. 오전 내내 읽었지. 추천할 필요도 없더군. 그 자체가 추천이니 말이야.

45.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의 얼굴은 참으로 힘차고 햇볕에 그을린 갈색이었으며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그 주름살 하나하나에 표정이 넘치고 있었다.

46.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자신의 경지에 만족하면서 세상의 칭찬과 비난을 초월하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이 기분이 유쾌하고 편안해졌다. 많은 노고와 오랜 바람 끝에 마침내 자신이 바라고 바라던 소망이 이루어진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46. 나는 베를린에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이제는 자네도 그 중 한 명이라고 생가하고 있어. 그러면서 그는 살며시 애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내가 바이마르에 있는 동안 둘러보아야 할 것들을 일러주면서 비서인 크로이터씨에게 나를 안내하도록 부탁해두겠다고 말했다. … 그리고 나의 숙소를 묻고는 다시 한번 만나고 싶으니 적당한 시간에 사람을 보내겠노라고 말했다.

47. 오늘은 어제와 전혀 딴사람처럼 보였다. 무슨 일이든 신속하고 단호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마치 청년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47. 스타일과 사고방식을 알고 있으니

48. 이 작품들은 이제 나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가 없어. 자네 같은 젊은 사람들이라야 그것들이 자네들에게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현재의 문학의 입장에서 어느 정도 쓸모가 있는지 알 수 있지 않겠나.

48. 꼼꼼하게 교정을 해나가는 가운데 전체의 성격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때로는 사소한 것을 빼야 할지, 아니면 어느 정도 보충하는 게 좋을 지 어떨지를 알게 되지 않겠나.

>각자의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가치가 다르다. 한 사람이라도 나이에 따라 중요한 것이 다르니 다른 사람이야 말할 것도 없다.

>대화의 주제, 대화가 내 안에서만 맴돌아선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각자는 마치 커다란 숲을 이루는 나무들처럼 서로 이어받을 수 있는 공통된 유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마 이런 이상적인 것이 가능한 관계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49. 그가 말했다. “바라건대 자네는 이 책자들을 잘 연구하여 전체 목차를 만들고, 그뿐만 아니라 어떠한 대상들이 불완전하게 다루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계통을 다시 채택하여 계속 연구해 나가야 할지를 내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글로 써주게. 그렇게 한다면 나의 일도 크게 덜고 자네에게도 도움이 될 걸세. 이러한 식으로 실제적인 방법을 택하면 개인적인 기호에 따르는 보통의 독서보다 모든 논문들을 하나하나 훨씬 더 예리하게 읽어서 자기 것으로 소화시킬 수 있으니 말이야.”

51. 이제 최소한 일 년간의 생계는 확보된 셈이므로, 나는 이 기간 동안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생산함으로써 작가로서 앞으로의 나의 운명에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힘찬 욕구를 느꼈다.

54. 자네는 시와 비평에 뛰어난 자질이 있어. 그 분야에 천분을 타고났네. 그것이 자네의 일이니그 일에 매달리게.

55. 나의 영혼이 송두리째 그에게 바쳐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오직 당신만을 소유하고 소유할 수만 있다면 다른 그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다.

56. 가능하면 대작을 쓰는 것을 피하도록 하게.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재능과 탁월한 노력을 겸비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대작 앞에서는 고생하는 법이기 때문이네.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버렸던가!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것만 착실히 했더라면 백 권의 책이라도 더 썼을 텐데 말이야.

56. 현재는 언제나 현재로서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네. 시인의 마음속에 날마다 솟아오르는 사상이나 느낌은 그 모두가 표현되기를 원하고 또 표현되어야만 하네.

57. 그러나 보다 큰 작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가득 차서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ㄱ, 모든 사상을 등지고 생활 자체의 안락함까지 잃어버리는 걸세. 단 하나의 커다란 전체를 정리하고 완성하는 데 필요한 긴장과 정신력의 소모를 생각해 보게. 게다가 그것을 막힘없이 흐르는 시냇물처럼 적절하게 표현하자면 또 얼마만한 정력과 방해 받지 않는 조용한 생활환경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나 일단 전체를 잘못 파악하면 모든 노고는 허사가 되고 말지. 더 나아가서 그처럼 규모가 큰 대상의 경우에는 개별적인 부분에서 그 소재를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여기저기 결함투성이가 되고 마네.

57. 시인이 날마다 현재를 염두에 두면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것을 한결같이 신선한 기분으로 다룬다면 무언가 좋은 걸 만들 수 있고, 때로는 잘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모든 것을 잃지는 않는다네.

58. 모두들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었고 또 그 때문에 오랫동안 방황하지 않았던가.

58. 우리의 뒤를 이어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자에게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가 있다네.

58. 언젠가 목표로 데려갈 발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네. 모든 발걸음이 바로 목표가 되고 또 발걸음 그 자체고 간주되어야 하는 걸세.

59. 당분간은 작은 작품들만 만들어야 하네. 그리고 자네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것을 모두 곧바로 받아들이도록 하게. 그러면 대개 그때마다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고 나날이 기쁨을 느낄 거야.

59. 모든 시는 어떤 계기에서 쓰여야 하네. 말하자면 시를 쓰는 동기와 소재가 현실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거지.

59. 그 때마다의 특수한 경우가 보편적이고 시적이 되는 것은 시인의 손길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네.

59. 나의 모든 시는 그 어떤 일을 계기로 쓰였으며, 그 모두가 현실에서 자극을 받고 현실에 그 뿌리와 기반을 두고 있어. 그러므로 나는 허공에서 지어낸 시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네.

59. 현실은 모티프와 표현해야 할 대상과 고유한 알맹이를 제공할 뿐이며, 그로부터 아름답고 생기 있는 전체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인의 몫이라네.

60. 작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바로 이것이 장점이라네. 자신이 잘 알고 확실하게 다룰 수 있는 대상들만 선택하면 되고 또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네.

60. 대작일 경우에는 그럴 수가 없어. 빠져나갈 길이 없는 데다가, 전체를 연결하는 데 필요한 것, 그리고 계획 속에 짜여 있는 모든 것이 표현되어야 하기 때문이지. 그것도 사실에 꼭 맞게 말이야. 하지만 젊을 때는 사물에 대한 지식이 일면적인데 대작은 다면성을 요구하고 있지. 그러니 실패할 수밖에.

61. 더욱이 그렇게 되면 시인 자신의 여러 측면이 되어야 할 등장인물이라든지 견해들이 시인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버려 앞으로의 창작에 필요한 충실성을 빼앗기고 마네.

61. 이미 주어져 있는 소재를 다루는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며 더욱 쉬워진다네. 그 경우에는 사실들과 인물들이 주어지므로 시인은 그 전체에 생명을 불어넣기만 하면 되지. 또한 시인은 자기의 것을 덧붙일 필요도 거의 없으니 자신의 충실성도 유지할 수가 있네.

62. 한 걸음마다 발길은 더욱 가벼워졌고 행복감도 더해 갔다.

62. 그런데 이제 그러한 계획들을 내던져버리거나 가만히 내버려두기로 했다. 내가 대상과 그 개별적인 부분들을 하나하나 밝고 환한 기분으로 받아들여서 묘사할 수 있고, 또한 세상의 일을 탐구함으로써 차츰차츰 소재의 세부적인 점들까지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62. (괴테)의 인품을 접하고, 그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나의 교양이 높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을 떄조차도 말이다.

65. 그것을 우리 생각만큼 힘차고 생생하게 만들어내지는 못하네.

66.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유분방해서 내 마음에 들었다. 모두들 일어섰다 앉았다 하며 기분 내키는 대로 이 사람 저 사람과 농담하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66. 괴테는 모든 사람들을 매우 친근하게 대했다. 그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다가가서 자신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오히려 손님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편이었다. …작품에 대해 이것저것 너무 따지지 않고 다만 그 인상에 몰두함으로써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그에게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도 맞는 말인 듯싶었다.

67. 괴테가 다시 말했다. “자네 말이 옳아. 나쁜 작품이라도 극장을 나와버리지 않고 참으면서 듣고 볼 필요가 있어. 그러면 잘못된 점에 대해 온몸 가득 증오심을 가지게 되고 그럼으로써 좋은 작품을 더 잘 알아보게 되는 게지. 하지만 읽는 경우에는 그렇지가 않아.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던져버리고 말지. 그러나 극장에서는 참아야 하는 걸세.

70. 나는 커다란 영향력의 배후에는 언제나 그에 걸맞는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네.

71. 사람들은 고대 독일 건축술의 작품들을 대하면 그것들이 특별한 상태에서 갑자기 꽃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네. … 하지만 식물의 비밀스런 내면의 삶이라든지 미묘한 힘들의 움직임과 함께 꽃이 점차 피어나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작품을 대하게 되지. 자신이 보는 것을 이해하고 있으니 말일세.

79. 그의 눈은 등불을 반사시키며 빛나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온통 쾌활함과 힘과 젊음으로 가득했다.

80. 지금 개별적인 것을 포착하기 위해 예술 본연의 높이와 무거움으로 돌진해야 하는 그런 지점에 서 있네. 이념으로부터 벗어나자면 반드시 그래야만 해. 자네는 재능도 있고 상당히 발전된 단계에 있으니 이제는 의무적으로 반드시 그래야 하네.

80. 노력을 아끼지 말고 모든 걸 잘 연구하고 난 후에 표현해보게.

81. 보편적인 것에 머무른다면 누구나 우리를 따라할 수 있어. 하지만 특수한 것은 그 누구도 모방하지 못한다네. 왜냐고?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81. 특수한 것이 공감을 얻지 못할까 염려할 필요는 없어. 모든 특징은 그것이 아무리 고유한 것이라 할지라도 보편성을 가지며, 돌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표현 대상도 마찬가지고 보편성을 가진다네. …모든 것은 반복되며, 이 세상에 단 한번만 존재하는 건 없기 때문일세.

81. 우리들 외부의 것과 우리들 내부의 타고난 것 사이의 결합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81. (글에 날짜를 적는 것) 정신 상태를 기록한 일기가 되는 거야.

82. 그저 평범하게 그려진 인물들은 실제 공연에서는 오히려 그 특징이 더 잘 드러난다. 왜냐하면 살아있는 인간인 배우들이 그 인물들을 생동하는 존재로 만들고 그들에게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위대한 작가에 의해 뛰어나게 표현된 인물들은 이미 뚜렷한 개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공연에서는 그 특성을 어느 정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대체로 꼭 들어맞는 연기란 불가능하며, 게다가 자기 자신의 개성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는 배우들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83. 정말 위대한 작가가 쓴 작품을 공연할 경우에 작가의 본래 의도가 살아는 것은 극소수의 인물에 한정되어 있다.

85. 산맥의 형태와 위치, 암석의 종류, 토양, , 구름, 공기, 바람과 날씨, 그리고 도시들과 그 발생 및 연속적인 발전 과정, 건축술, 회화, 극장, 도시의 제도와 행정, 산업, 경제, 도로 건설, 인종, 생활양식, 풍습상의 특징, 그리고 다시 정치와 군사 문제, 그 밖의 수많은 문제들이 그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86. 이제 자네가 매우 유쾌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저 뛰어난 사람들의 존재 그 모두를 나는 고향이라고 부른다네 사람들이 언제나 기꺼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 말일세.

86. 자네는 그 뱡항만 고수하면서 언제나 현재에 밀착해 있게. 모든 상태, 그래 모든 순간이 다 무한한 가치가 있는 것이네. 왜냐하면 그것이야말로 참된 영원성을 대표하는 것이니 말일세.

87. 잘게 나누면 쉽게 처리할 수 있고 또 대상의 다양한 측면들의 특징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을 텐데. 반면에 포괄적이고 보다 큰 전체를 다루기는 언제나 어렵네. 그렇게 하여 완성된 작품을 만들어내기란 거의 불가능한 걸세.

89. 시라는 것도 역시 말로 되어 있는 이상, 말을 덧붙인다면 다른 말이 죽고 마는 걸세.

98. 나는 한 장의 카드에 거금을 걸 듯이 현재에다가 모든 것을 걸었네. 그러고는 그 현재를 과장 없이 가능한 한 높이려고 한 것일세.

102. 나는 오로지 그에게만 머물 것이며, 당분간은 다른 관계를 맺을 생각은 추호도 없노라고 대답했다. 그는 즐거워하면서 이번 겨울 동안 이런저런 괜찮은 일들을 같이 해보자고 말했다.

> 신뢰, 충성스러운 친구

105. (첼터)그는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으로서 언제나 순간에 완전히 몰두하는 유형이었으며, 도리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경우가 없었다. …편안하며 꾸밈이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숨김없이 말하고 싶어 했으며 심지어는 매우 거친 말까지도 꺼리지 않았다.

 …그의 정신적 자유로움이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해졌기 때문에 그의 곁에 있으면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조바심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116. 우리의 연구로부터 남는 건 실제로 적용되는 것뿐이니까.

118. 우리 현대인들은 참으로 자연스럽고 참으로 소박한 그런 모티프가 지닌 위대한 아름다움을 느끼며, 또 그것을 어떻게 만드는가 하는 지식과 개념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것을 만들지는 못한다네. 오성이 너무 앞서기 때문일세. 그러니 이러한 매혹적인 우아함을 잃어버린 상태라고 하겠지.

120. 많은 선량한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솔직하게 말함으로써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는 걸세.

120. 시간은 독재자와 같네. 마음대로 변덕을 부리면서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에다가 그때그때의 세기마다 다른 얼굴을 부여하니까 말이야.

120. 현대에는 가정용 셰익스피어 선집이 아주 예민한 독자들의 구미나 맞추어주고 있는 꼴이네.

123. 가장 분별 있는 행동은 언제나 스스로 지니고 태어난 일, 자기가 배워서 익힌 일에 힘쓰는 것이며, 다른 사람이 그들의 직분을 다하는 걸 방해하지 않는 것이네.

123.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왕당파 사람들이 연설을 하는 건 좋지가 않아. 그들은 행동을 해야 하네.

126. 이미 이 세상에서 무언가 제대로 된 것을 이루려고 하면서 날마다 노력하고 투쟁하고 영향을 미쳐야만 하는 유능한 사람은 내세의 세계는 되는대로 내버려 둔 채 이 현세에서 유용한 일을 찾아 활동하는 법이지. 더군다나 불멸성이라는 관념은 현세에서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128. 그는 해당 계통에 있어서 완성도가 가장 뛰어난 것만을 보여주면서 예술가의 의도와 그 장점을 분명히 알도록 했는데, 나로 하여금 가장 뛰어난 자들의 생각을 깊이 숙고하면서 그들과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28. 평범한 작품이 아니라 가장 뛰어난 작품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기 때문이지. 그래서 자네에게 가장 뛰어난 것들만을 보여주고 있는 거네.

128. 어떠한 종류도 소홀히 보아서는 안 되며, 위대한 재능이 정점에 도달한 것이라면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것이 만족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기 위해서이네.

129. 이 화가가 동물들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생각하고 느끼면서, 그것들의 내면적 특성을 외적인 형상을 통해 그렇게 진실하게 드러낼 수 있다니 말일세.

131. 개개의 성격 속에는 그 어떤 필연성이라든지 그 어떤 일관성이 놓여 있다네. 그리고 그 때 문에 한 성격이 지닌 이러저러한 기본적 특성에 다른 특성들이 부가되어 그 어떤 종류의 제2차적인 특징이 생겨나는 거지.

132. 예감이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든 그 대상이 예술가의 재능과 유사한 한도 내에서만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

135. 매너리즘이란 언제나 완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창작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태도야. 그러나 순수하고 진정으로 위대한 재능은 창작 과정에서 가장 커다란 행복을 누린다네.

135. 그들은 창작을 하는 동안에도 완성된 작품이 가져다 주리라고 예상되는 이득만을 눈앞에 그리고 있다네. 하지만 그러한 속물적인 목표와 방향으로부터는 아무런 위대한 것도 생겨날 수가 없겠지.

150. 한 자가의 문체는 그 내면의 충실한 반영일세. 명석한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그의 영혼이 명석해야만 하며, 스케일이 큰 문장을 쓰려고 한다면 우선 스케일이 큰 성격을 가져야만 하는 것이지.

150. 적대자들에 대하여

1) 무지함에서 비롯된 적.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지 때문에 나를 비난하는 자들이네.

2) 나를 질투하는 자들. 내가 자신의 재능에 의해서 획득한 행복과 명예로운 지위를 인정하려 들지 않으면서 트집을 잡음. 만일 내가 불행해지거나 비참해지기라도 한다면 질투를 멈추겠지.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거나 인정받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3) 자신이 성공하지 못해서 나를 적으로 삼는 자. …나 때문에 홀대 받게 되었다면서 나를 미워하는 것.

4) 합당한 이유가 있어서 나를 적으로 보는 자들. 인간으로서의 결점과 약점을 미워함. 오래 전에 청산한 결점까지 들추어 내면서 비난함.

5) 사고방식이 나와 엇갈리고 의견이 다른 적. 이만큼 많은 친구와 동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152. 나는 그 동안 성공에 대해서는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서, 태연하게 나의 길을 계속 걸어왔네.

153. 내가 언제나 메피스토텔레스가 되어 그에게 맞장구를 치는 것 이외에는 볼프를 상대할 다른 도리는 없네. 또한 내가 그러지 않으면 그의 내면에 있는 보물들도 제대로 그 모습을 보이지 못할 테지.

> 대화나 모임에 있어서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게.

155. 다른 사람을 우리에게 동조시키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라네. 나는 결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네. 나는 인간을 언제나 자립적인 개인으로만 보면서, 그러한 개인을 탐구하고 그 독자성을 알려고 노력해왔으나, 그 밖에 더 이상 그들로부터 동정을 얻을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그리하여 나는 이제는 어떤 인간과도 사귈 수 있게 되었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각양각색의 성격들을 알게 되고 인생살이에 필요한 민첩함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일세.

>난 이 자세가 아주 마음에 들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동조하지 못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배척했던가. 좋은 친구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도 말이다.

156. 성미에 맞지 않는 사람들과 무난히 지내기 위해서는 자제해야만 하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의 내부에 있는 모든 다양한 측면들이 자극을 받고 발전하면서 완성되는 것이라네.

156. 자네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소질이 있어. … 자네는 넓은 사회로 들어가야 해.

157. 인생의 다른 모든 소재와 동등한 권리만을 가지는 것으로서 말일세. 신앙의 유무는 결코 예술작품의 이해를 좌우하는 기관은 아니야. 오히려 그러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인간적인 여러 힘이나 능력들이 필요하다네. 사실 예술을 이해하는 기관을 길러주는 것은 예술이라네.

158. 가라앉긴 하지만 태양은 영원히 동일한 것. … 죽음을 생각하면 더없이 편안해진다네. 왜냐하면 우리들의 정신은 결코 파괴되지 않는 존재이며, 영원에서 영원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활동이라고 굳게 확신하기 때문이야.

159. 이 세상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기려면 말일세. 첫째로는 머리가 좋아야겠지. 그리고 둘째로는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는 것이네. 예컨대 나폴레옹은 프랑스 혁명을, 프리드리히 대왕은 슐레지엔 전쟁을, 루터는 사제들의 어리석음이라는 유산을 물려받았고, 나에게는 뉴턴학설의 오류가 할당되었지.

160. 다시 생각해 보더라도 후회하지는 않네. 나는 나의 모든 활동과 행위를 언제나 상징적으로만 보아왔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볼 때 내가 단지를 만들든지 접시를 만들든지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네.

168.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할지라도 군주에게 그만두라고 충고하는 건 좋지 않다.

168. 배우를 양성하려는 자는 무한한 인내심을 가져야만 한다.

>자기자신을 양성하려는 자 또한 이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176. 자네가 나쁜 것을 나쁜 것으로 알아보기만 하면 되지, 그것을 세상을 향하여 한 번 더 말할 필요는 없네. 온 세상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꼴이니까 말이야.

176. 정력의 분산을 조심하고 힘을 집중하게.

176. 세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고, 우리들 자신에게도 아무런 결과도 가져오지 않은 그러한 시도들을 생각하면 불쾌감마저 드네.

176. 중요한 것은 결코 다 소진되는 일이 없는 재산을 이루는 걸세.

186. 물론 그녀에게도 이런저런 비난을 받을 부분이 있겠지. 하지만 그대로 내버려 두세. 그러면 그녀는 자신의 재능이 가리키고 있는 바른 길을 헤매지 않고 가게 될 것이네.

192. 바로 생활과 느낌이 동일하기 때문에 다른 민족의 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로군요. 그렇지 않다면 외국이 시들을 보아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되겠지요.

192. 그러므로 생활에서 시가 나오는 게 아니라, 책에서 시가 나온다는 견해를 가진 듯한 학자들이 저로서는 정말 이상하게 생각됩니다.

192. 소재를 찾기 위해서 그렇게 먼 곳(호메로스, 셰익스피어가) 까지라도 가야 한다는 듯이 말입니다.

193.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내 것이다! 내가 그것을 생활에서 가져왔든 책에서 가져왔든 무슨 상관이냐. 다만 그것을 올바로 사용하는가가 문제일 뿐이다! 라고 말했어야 했네. 충분히 이해하고 그랬으니 칭찬받아도 좋은 거지.

201. 관객의 기호와 관심에 부합하는 방향을 적절하게 선택할 줄 아는데 있는 것이네.

205. 올바른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사람은 결코 비방을 해서는 안 되며, 불합리한 일이 있더라도 개의치 말고 오직 바른 일만 하면 되는 걸세. 요컨대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한 기쁨을 느끼는 그 무언가를 건설하는 게 중요하다네.

209. 정신적 작품이란 우선 멋진 표현을 구사하는 주체에 전적으로 달려 있고, 그 소재는 몸소 체험한 위대한 삶에서 가져와야 하며, 그 구체적인 창작 방식에 있어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숙달되어 달인의 경지에 오른 기예를 요구하는 게 아닌가?

210. 그러한 일을 가벼운 것으로, 아니 가능하다고 여기는 자의 재능이란 보잘것없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런 자는 위대하고 어려운 것에 대한 아무런 예감도 갖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0. 점차적인 발전의 모든 단계를 대담하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그러한 생각으로부터는 미래의 대작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다.

211. 전체를 염두에 두는 진지한 자세는 없으며, 전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다만 자기 자신을 부각시켜 세상에 가능한 한 분명하게 보이고 싶어할 뿐이야. … 전체를 위해서 그리고 작품을 위해서 겸손하게 뒤로 물러서는 정직한 노력은 어디서도 볼 수가 없군.

어른이 되면 그제야 기존의 탁월한 것을 알아보고는 헛되이 보낸 지난 세월에 놀라게 되는 것이네. …불충분한 노력 속에서 보내버린 세월 말일세.

211. 많은 사람들은 완전한 것을 인식하지도 그들의 부족한 노력을 깨닫지도 못하고, 죽을 때까지 얼치기만 만들다가 세상을 마치는 것이네.

212. 드넓은 시야를 얻은 대신에 사랑스러운 재능은 사라진 셈이지.

212. 예술적인 재능이라는 것은 기교나 미학에 의해서 발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결국 나의 노력은 무가 되고 말았지.

212. 인간은 각자 특수한 존재로서 자신을 연마해 나가야 하네. 그러나 그러한 특수한 것들 전체가 모여서 무슨 의미를 이루는가 하는 점도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지.

213. 시인은 다만 세계를 언어에 의해서 재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216. 함께 하는 동안이면 그는 언제나 나로 하여금 옆길로 새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며, 늘 한 가지 분야에만 집중하도록 당부했다.

216. 지금은 문학에만 힘을 쏟으라는 충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216. 나는 말일세. 하고 괴테가 어느 날 나에게 말했다. 내 분야가 아닌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어. 로페 드 베가(작곡 천 편함)가 이루어낸 것을 생각해보면, 내가 창작한 문학 작품의 수는 너무나 약소한 것으로 여겨지네. 내 자신의 분야에만 힘을 쏟아야 했던 거야.

218. 오류와의 갈등 관계에 있는 진리에 대한 감정이야말로. 그로 하여금 이 어두운 분야에 자신의 순수한 빛을 비추어주도록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221. 우리들이 태어나자마자 세계는 우리들에게 영향을 주기 시작하며, 그것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계속되네. 그런 형편이니 에너지와 힘과 의욕을 제외한다면 도대체 우리들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222. 누구든 처음에 시작했던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점차적으로 자신의 교양을 높여가야 하는 법이지.

222. 사람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만 배우는 법이야.

224. (패리소령이 바이런에 대해 쓴 글을 칭찬하면서) 그 고귀한 양반에게는 시민적 지위를 나타내는 그 모든 덕목들이 결여되어 있었는데, 출신 성분으로 보나 교육으로 보나, 그리고 생활 방식으로 보나 그러한 덕목들을 익힐 수가 없었다. … 그러므로 그들은 그 자체로서 소중하게 여겨져야 할 덕목들이 그에게 없는 것을 비난하면서 유감스럽게 생각했던 것이다. 우직하기만 한 대중들은 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바이런이 그들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공적을 남겼음을 생각지 못하는 것이다. 자 말해 보게, 이 이야기가 자네 마음에 들지 않나?

>어떤 작가를 만나면 그의 공적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계속 내려볼 것. 위대한 점을 찾아볼 것.

한 사람의 글 앞에 겸손한 것 뿐 아니라, 그가 가진 개성과 장점을 정확하게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225. 영국의 역사는 문학적인 표현을 위해서는 안성맞춤이야. 왜냐하면 영국의 역사는 튼튼하고 건강하며, 따라서 보편적이고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이지. 반면에 프랑스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 생의 한 시기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문학에는 적합치가 않네. 그러므로 이 민족의 문학은 그것이 그러한 시기에 계속 토대를 두는 한, 시대와 함께 낡아버리게 될 하나의 특수한 것으로 남아 있게 되겠지

225. 상황에 대한 생생한 감정과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이야말로 시인을 만드는 걸세.

226. 특히 비평에 있어서는 이러한 결점이 세상에 해롭게 작용하고 있네. 진실한 것 대신에 거짓된 것을 퍼뜨리거나, 아니면 초라한 진실 때문에 우리들에게 더욱 이로운 위대한 것을 빼앗아버리기 때문이네.

226. 로마인들이 그러한 것(루크레티아, 무키우스 스카이볼라)을 창작할 정도로 위대했다면 우리는 적어도 그것을 믿을 만큼은 위대해야겠지.

228. 우리에게는 레싱과 같은 사람이 필요해. 그가 그토록 위대한 것이 성격이나 강력한 의지가 아니라면 무엇 떄문이겠는가! 그 사람만큼 교양이 있는 사람은 많지만, 그와 같은 개성은 참으로 드문 것이야!

229. 인간에게 자유를 인정하는 순간 신의 전지전능은 끝장나는 것이네. 왜냐하면 내가 하려는 것을 신이 아는 순간, 나는 신이 아시는 대로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지.

238. 그의 시는 함부르크로의 귀향일 뿐만 아니라, 메르제부르크나 예나로의 귀향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이었어. 그러나 함부르크라는 곳은 얼마나 두드러지고 특정적인 도시인가.

239. 그가 껍질을 깨고 객관적인 것에로 돌진해 간다면 구원받을 것이네.

239. 세계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표현할 수 있어야만 그제야 시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

240. 그는 밑천이 다하는 일도 없고, 언제까지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네. 반면에 주관적인 성질의 사람은 자신의 보잘것없는 내면을 금방 토해 내고는, 결국 매너리즘에 빠져 파멸해 버린다네.

240. 모든 의의 있는 노력이란 (모든 위대한 시기에서 볼 수 있듯이) 내면에서 출발하여 세계로 향하는 것이야. 그러한 시대는 실제로 노력과 전진을 계속하여 모두 객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네.

251. 무대에 적합한 효과를 내려면?

상징적이어야만 하네. … 각각의 줄거리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면서도 더 한층 중요한 사건을 지향하고 있어야만 하네. … 얼마나 훌륭한 서막인가? 앞으로 보다 중요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예감을 가지게 하니 말이야.

252. 극장을 이끌어나가는 데 있어서의 어려움.

우연적인 요소에 의연하게 대처하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보다 높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네. 이보다 높은 원칙이란 다름 아니라 뛰어난 비극이라든지 오페라나 희극의 훌륭한 공연 목록을 말하는 것인데, 이것에 의지하면서 확고한 것으로 굳게 지켜나가야만 하네.

253. 우연적인 요소라고 한 것은 관객이 원하는 신작이라든가 객연, 아니면 그것과 비슷한 여러 가지를 지칭한 것이네. 이러한 것들 때문에 잘못된 길로 빠져들지 않아야 한다.

255. 맥베스에 나오는 영은 나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는데, 그것은 너무도 위대하고 강력하고 고상하기 때문에 셰익스피어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만들어 낼 수 없는 그런 존재였다. …보다 높고 심원한 재능을 가진 본성에서부터 태어난 것.

256. 바이런 경은 너무 많은 경험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의 삶을 우리에게 너무 많이 보여주었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그의 고귀한 시적인 본성이 침묵을 지켰다는 의미에서이다. .그는 경험적 사고방식에 의해 쫓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261.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둔다면 재능 있는 사람이 태어날 리가 없으므로, 훌륭한 대가 밑에서 기량을 닦아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도록 해야해.

262. 당신들 아마추어들에게 한 말씀 드려야 겠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언제나 두 가지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이 없어서 남의 사상을 빌려오든가, 아니면 독자적이 사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적용하지 못하든가.

263. 소박함, 감수성

264. 시대의 모든 장점을 재빨리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럼으로써 모든 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재능이 나타나야만 해.

267. 수학적으로 증명이 되어야만 모든 게 존재한다는 그런 사고방식은 곤란한 것이네. 수학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고 해서 한 소녀의 사랑을 믿을 수 없다는 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일 테지! 그녀가 가져오는 지참금이야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겠지만, 사랑은 그렇지가 않아.

268. 대상을 자연 속으로 섞어 넣어 함께 작용하게 함으로써, 그 대상을 수학의 한계로부터 해방시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한 걸세.

269. (그리스) 그 시대는 정신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진실로 위대하고 가장 뛰어난 것을 요구했었지.

273. 자네가 새로운 원리를 터득하게 된다면, 전혀 다른 영역으로 인도되어서 아주 많은 것을 극복할 수가 있을 거네.

274. 꿈속에서도 그것과 씨름해야 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까지 빠진적이 있던가?

274. 사람들은 진실을 알려 하고, 사실을 밝히고자 하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문학을 망치고 있는거네.

>숙녀에게 나이를 물어보는 것과 같다.

277. 재능이란 원래 지식으 통해서 길러져야 하고 오직 그렇게 함으로써만 자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말이야.

279. 그 재능을 이끌어가야 할 정신이 저 여타의 고전풍을 모방하는 화가들의 생각과 마찬가지로 어둠침침하게 흐려져 있기 때문이네.

280. 위대한 거장이 있다면, 우리는 그가 선배들의 장점을 잘 이용하였고, 바로 이 점이 그를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걸 알 수가 있지. …고대와 그들에 앞서서 이루어진 뛰어난 것들을 토대로 성장하는 것이네. 만일 그들이 자기 시대의 장점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들에 대해서는 할 ㅁ라이 거의 아무것도 없을테지.

282. 노래 한밤중에는 나와의 연관을 잃지 않으면서, 나의 생생한 한 부분을 이루고 있고, 내 속에서 계속 작용하고 있네.

283. 나는 내가 쓴 작품들을 완전히 남의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네.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 이 사람은 정말 현명하게 말하는군. 나라도 그와 다른 식으로 말하지 않겠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것은 나의 작품에서 번역된 구절이더군.

284. 별것 아닌 장소까지를 포함한 모든 대상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제시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냥에 나서는 장면, 폐허가 된 옛 성을 그린 장면,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대목장, 폐허로 통하는 들길, 이 모든 것들이 눈앞에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어서, 독자는 묘사된 대상에 대해 작가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 따라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었다.

284.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이 확신과 냉철함과 권위를 가지고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가 없고, 자신이 읽은 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줄도 더 멀리 내다볼 수 없었다.

292.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괴테의 말에서 자신에 대한 조금의 비난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말의 진실성을 유쾌하기 그지없는 기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296. 세계가 전체적으로 보아 아무리 진보했다 하더라도 젊은이는 언제나 처음부터 출발하여 개인으로서 세계 문화의 진화 단계를 차례로 경험해 가는 수밖에 없는 걸세. … 이제 초조해하지 않게 되었네.

296. 마구 뛰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끊임없이 소멸하고 다시 끊임없이 젊어지는 세계의 상징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가 있지. 그러므로 아이들의 놀이와 젊은이들의 즐거움은 시대에서 시대로 이어지며 뿌리를 내려가는 것이라네.

300. 그 식물은 한동안 굳센 줄기로부터 강인하고 푸른 잎사귀들을 사방으로 나오게 하다가, 마침내 꽃을 피움으로써 그 대미를 장식하는 거네. 꽃은 예기치 못한 가운데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이었지만, 이미 피어나도록 예정되어 있던 걸세 그래, 푸른 잎들은 오로지 꽃을 위해서 존재했던 것이며, 꽃이 아니라면 그렇게 애를 쓸 필요도 없었던 것이네.

301. 줄거리상의 현실적인 전개 과정이라는 푸른 잎은 오직 그 때문에 존재하며, 바로 그 때문에 가치가 있는거지. 하지만 현실성 그 자체에 도대체 무슨 의미가 들어 있단 말인가? 현실적인 것이 충실하게 그려진걸 보면 우리는 기쁜 마음이 들지. … 우리들 내부의 보다 고귀한 본성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 것은 오직 시인의 마음으로부터 솟아나오는 이상적인 것일 뿐이네.

301. 저토록 고령의 나이에 그처럼 아름다운 것을 여전히 만들어 낼 수 있는 시인의 감정이란 얼마나 순수하고 내면적인 것인가

302. 시인만이 자기가 자신의 대상에 어떤 매력을 줄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무언가 쓰려고 할 때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서는 안되네.

303. 화가는 아침 풍경을 그릴 때 팔레트에다가 청색은 많게, 황색은 적게 옮겨다 놓지. 그러나 저녁 풍경을 그릴 때면 황색을 많이 사용하고 청색은 거의 사용하지 않겠지. 나는 다양한 문학 작품들을 창작함에 있어서 비슷한 방식으로 하고 있네. 그리고 작품들 간의 특성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 걸세.

>노각나무. 살구나무. 좋아하는 서로 다른 것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

305. 건강하게 살면서 자기 일에 종사할 만한 자유만 있으면 그것만으로 족하네.

305.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함으로써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존중함으로써만 자유로워지는 거네. 왜냐하면 우리는 자기 위에 있는 것을 존경함으로써 자기를 거기까지 높이고, 위에 있는 것의 가치를 인정함으로써 우리 자신도 고귀한 것을 몸에 지니면서, 아울러 그것과 동등하게 될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때문이네.

306. 대공은 실러가 이곳에 왔을 때 매년 천 탈러의 연금을 주기로 정하고, 그가 병으로 일을 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액수의 배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지. 하지만 실러는 이 뒤쪽의 제안을 거절하고 단 한 번도 그 혜택을 입지 않았네. 나에게는 재능이 있다. 그러므로 자립하는 게 마땅하다. 라고 실러는 말했지. 그런데 만년에 이르러 가족이 불어나자 그는 생계를 위해 해마다 두 편의 희곡을 써야만 했고,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몸을 과도하게 부리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 날에도 일을 했었지. 그는 자신의 재능을 언제라도 발휘하고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네.

307. 정언적 명령에 대해 최대한의 경의를 표하고 있고, 거기에서부터 훌륭한 것이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을 과도하게 사용해서는 안되네. 그렇지 않다면 이 정신적 자유라는 이념이 아무런 좋은 결과도 낳지 못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네.

308. 자기 내면에 하나의 토대를 두고 있으며, 시대의 유행적인 사고방식으로부터 자유롭게 거리를 두고 있는 위대한 재능의 소유자들이네.

311. (편지 답장) 누구에게나 그때마다의 사정에 따라 특별한 것이나 적절한 것을 말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된다면 아예 쓰고 싶지 않았고, 피상적인 어투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게지.

>괴테의 친밀감, 다정함, 진정성. 잘 기억해두었다가 편지를 써야할 일이 있을 때마다 상기시키자.

312. 모든 사건은 발단 부분에서 암시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사람들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장사꾼이 돈을 생각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므로 그들이 후작 부인을 붙들지 않고 그대로 말을 타고 가게 내버려두었다는 건 말이 안되지요. >에커만

그러한 창작 과정에 있어서는 작품이 전적으로 이미 완성되어 있다 하더라도 세세하게 손질해야 할 부분이 언제나 있는 법이네. >괴테

313. 자기가 할 일의 어려움에 대해서 모르고, 또 그럴 만한 능력도 없으면서 끊임없이 시도를 하는 바로 그 점이 아마추어의 속성이라고 하겠지.

> 업무에서 자주 그러는 걸 보니, 프로라고 생각하지 말고 아마추어이기에 배워야 한다는 자세로 임하자

314. (출판사에 보내는 원고 소포)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에 휩싸였으며, 그 순간의 의미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새로 건조된 배가 처음으로 바다를 향해 출항하지만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위대한 대가가 쓴 기념비적인 저작의 운명도 마찬가지이다. 그 책은 일단 세상으로 나아가서는 오랜 세월 동안 영향을 미치면서 다양한 운명을 만들어 내거나 다양한 운명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새책, 내 책을 처음 낼 때도 이런 기분을 느끼겠지? 대리 만족해본다. ㅎㅎ

315. 현대를 다루고 있는 낭만적인 부분은 매우 난해합니다. 왜냐하면 세계사의 상당한 부분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고, 또 그러한 거대한 소재는 암시적으로 나타낼 수 밖에 없으므로 독자들에게 매우 큰 부담을 주기 때문입니다.

320. 산문을 쓰기 위해서는 무언가 말할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만 하네.

321. 모든 것이 이성적이고 시민적이어서, 격렬한 열정이라든지 시적 고양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군. … 그들의 세계에서는 인간이 있는 곳이라면 외적인 자연이 언제나 함께 한다는 것이네(중국 문학의 특징)

323. 시라는 것은 인류의 공동재산이며,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수백의 인간들 속에서 생겨난 것이네.

324. 오히려 그 어떤 모범이 필요할 때는 언제라도 고대 그리스인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네. 그들의 작품에는 항상 아름다운 인간이 그려져 있으니까.

>그건 영웅이라고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325. 시인은 자기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하고, 거기에 따라서 인물들의 성격을 만들어야 하는 법일세.

>갈라테이아. 아름다운 인간의 삶, 이야기를 만든다.

326. 소포클레스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가 그 위대한 작가의 고귀한 영혼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지.

326.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기보다는 시인이그것을 다루는 방식에 더 중점을 두었으니까 말이야.

> 결국, 이야기를 읽은 인간이 책을 읽은 뒤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함

330. 내가 자네에게 전한 것은 자네 속에서 생명을 갖게 되고, 다시 무언가를 태어나게 하겠지.

330. 우리들의 외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우리들의 내부에 있지 않은 것은 없네.

331. 눈은 같은 색채에 머무르기를 좋아하지 않고 즉시 다른 색채를 요구하며, 더군다나 그 요구가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실제로 다른 색채를 찾아낼 수 없을 경우에는 그러한 색채를 스스로 생겨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모든 감각에 대해서도 적용될 뿐만 아니라 인간의 고차적인 정신 활동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것이네. … 우리가 아주 좋아하는 춤은 거기에 장조와 단조가 교대로 나타날 때이다.

332. 숭고한 정신이라 해도 결코 지루하게 할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334. 호수가 얼어붙는다고 치세. 그러면 즉시 수백 명이 그 위로 몰려나와 매끄러운 표면 위에서 신나게 놀아나지. 하지만 그 누구 한 사람이 있어 그 호수의 깊이가 얼마며 얼음 밑에서는 어떤 종류의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는지를 알아보려고 생각이나 한단 말인가?

>본성, 인간의 본성. 그 밑을 탐구해볼 생각을 갖지 않고 안주하는 것.

338. 인류에게는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질 의욕적인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네. 이 의욕적인 것이 동시에 올바르고 진실한 것이라면 금상첨화겠지.

339. 종교의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신앙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일단 신앙을 한 번 잃고 나면 두 번 다시 그것에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지.

339. 시는 아침에는 몸이 발기발기 찢어졌다가도, 낮에는 다시 건강한 사지를 갖추어 식탁에 앉는 그 발할라의 영웅들처럼 기적을 일으키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네.

339. 우리는 묵묵히 올바른 길을 가기만 하면 되네. 다른 사람이야 멋대로 자기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세. 그것이 가장 좋아.

341. 위대한 점은 그(빙켈만)의 모색이 언제나 그 어떤 의미 있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네 그는 마치 신세계를 아직 발견하지 못했지만 예감으로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콜럼버스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여하간 그의 책을 읽는 사람은 현재로는 배우는 게 없을 테지만, 앞으로는 무언가를 이루게 될 걸세.

341. 우리는 위대한 선배가 이루어 놓은 것이 무엇이며, 또한 이 선배의 업적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알 수 있는거네.

343. 나와 실러의 관계는 둘도 없는 것이었네. 왜냐하면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공통의 지향점이라는 더없이 훌륭한 유대의 끈을 보았기 때문에 이른바 특별한 우정이라는 게 따로 필요가 없었던 거네.

346. 현명한 사람은 도달 가능한 것에만 정진을 하고, 그 영역에서부터 출발하여 모든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자기의 위치를 굳히는 것이네.

347. 그처럼 완벽한 그림은 자연 속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야. 이러한 구성은 바로 화가의 시적인 정신에서 나온 것이네. 루벤스는 매우 탁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 전체를 머릿속에 넣어가지고 있으면서, 그 세부적인 것들을 언제나 마음껏 활용했던 거지.

348. 현대의 화가들에게 시심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네.

348. 그들을 예술의 비밀 속으로 안내해 갈 활달한 거장들이 없으니까 말일세. 죽은 사람들로부터도 약간은 배울 수가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사실상 거장의 보다 심원한 창작 방식 내부로 밀쳐 들어가 생각하고 습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지엽 말단을 보고 배우는데 지나지 않는 거네.

349. 전쟁터의 병사는 자기 이름이 거기에 쓰여 있지 않은 탄환이라면 맞지 않는다고 믿는데, 만일 이와 같은 확신이 없다면 절박한 위험 한가운데서 어떻게 병사가 용기와 명랑함을 유지할 수 있겠나!

349. 신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눈여겨보시고 신의 뜻과 허락이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일어날 수 없다는 섭리를 암시하고 있는 거네.

350. 그리스인. 비극을 보면 알 수 있다시피 사건 진행에 있어서 본질적인 것은 전적으로 모순 대립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중 하나가 무언가를 주장하면 반드시 다른 인물이 나서서 그에 못지않게 현명한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식이니까요.

350. 우리 인간이 결국에는, 도덕과 결합하여 그 도덕을 이끌어 가는 운명에 의해서 확신에 도달하는 것처럼 말이네.

352. 주관과 객관의 구분, 그리고 더 나아가서 모든 피조물은 그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견해, 예컨대 코르크나무는 우리들의 병마개 뚜껑으로 사용되기 위해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등은 칸트와 나에게 공통되는 것이었고, 이 점에서 그와 견해의 일치를 보인 것이 기뻤네.

354. 마음먹은 대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모르는 일이 없으며, 모든 일에 대해서 철저하게 그리고 사려 깊게 그러면서도 아주 경쾌하게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357. 유능한 건축가이자 음악가인 그(리머)는 여행 중에 자신이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중요한 대상들을 언제나 만날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예컨대 어느 도시건 그가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건물들이 나타나서 그에게 그것들이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말해주는 것이네.

360. (PEN) 영국제 연필의 부드러우면서도 힘찬 필치를 즐겼다. 그 연필은 마음먹은 대로 미끄러졌기 때문에 그 사용자의 생각을 조금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놓았던 것이다.

360. 예술가가 창조의 순간에 품고 있었던 기분 속으로 우리를 바로 이끌어 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네. … 위대한 명랑성과 밝고 고요한 결의

362. 그는 대상이 시적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별로 망설이는 일도 없이 자기 눈에 비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포착하여 시로 씁니다.

363. 여성만이 우리들의 이상적인 것을 쏟아 부어넣을 수 있도록 현대인에게 아직 남겨져 있는 유일한 그릇이네. 남성과 관련해서는 더 이상 손댈 여지가 없어. 호메로스가 아킬레스와 오디세우스라는 가장 용감한 자와 가장 현명한 자를 모든 것에 앞서 다 그려버렸기 때문이지.

363. (바이런, 포스카리) 어느 말이나 힘차고 함축적이며, 정곡을 찌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바이런의 작품에서 생기 없는 문장은 단 한 줄도 본 적이 없었는데, 바로 그대로 입니다. 저에게는 그가 언제나 바다의 파도 사이에서 방금 태어난 듯 싱싱하며 창조의 근원적인 힘으로 넘쳐흐르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364. 바이런은 고대적이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으며, 바로 현대 그 자체와 같은 인물이야.

365. 작은 모순들은 그것들로 인해 얻어진 더욱 고차적인 아름다움에 비하면 무시해도 좋을 만한 것입니다.

365. 상상력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법칙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알지 못하겠지. (프랑스인) 오성이 거기에 접근할 수도 또 접근해서도 안 되는 그러한 상상력의 법칙 말일세. 오성으로써 영원히 풀 수 없는 것이 상상력에 의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면 상상력이란 게 무어 대단할 것이 있겠나. 바로 여기에 시와 산문의 갈림길이 있는 거지. 물론 산문에 있어서는 오성이 언제나 지배적이거나, 지배적이라도 무방하거나 또는 마땅히 그래야만 하겠지.

368. 야비한 것은 더욱 야비한 것으로만 쫓을 수 있네.

370. 무엇을 강요한다는 건 정신을 자극할 뿐이야

374. (만초니의 소설)시인의 정신에서 우러나오는 내면적인 것은 전적으로 완벽하며, 아울러 외면적인 것 장소라든지 그와 유사한 것들에 대한 묘사도 저 위대한 내면적 특성에 비해서 털끝만큼도 뒤지지 않는다.

375. 이 소설에서야 우리는 비로소 만초니의 본령을 만나게 되는 거네. 여기에서 그의 정신적 내면이 완벽한 모습으로 드러나는데,

375. 만초니의 내적인 교양은 이 소설에서 그 어떤 것으로도 감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이에 도달해 있네 그의 교양은 마치 농익은 과일인 양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야. 더욱이 세세한 것들을 다루고 묘사하는 방식은 얼마나 명료한지 마치 이탈리아의 하늘과도 같아.

375. 그의 감수성은 예민해. 하지만 감상적인 데는 조금도 없어. 기질이 남성적이며, 순수한 느낌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군.

377. 공포라는 느낌은 소재적인 성격의 것이어서 모든 독자들이 다 느끼는 것이지. 그러나 경탄은 작가가 개개의 사건을 뛰어나게 처리하는 통찰력으로부터 생겨나는 거네. 감식안이 있는 전문가들만이 그러한 느낌을 맛볼 수가 있는 것이야.

382. 시의 본분은 원래 인생살이의 자잘한 분쟁을 가라앉히고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이나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도록 만들려는 데 있는 것이지. … 모든 진정한 힘 앞에서는 두려워하면서 그 어떤 허약한 대상만을 상대로 해서 편안하고 시적인 감동을 품는 형편이 아닌가.

382. 나는 그들의(빈약한 글의 저자) 시를 병원 문학이라고 불러줄 생각이네. 거기에 비할 때 순수한 타르타이오스의 시는 단순히 전쟁의 노래를 부를 뿐만 아니라 인생의 전투에서 이겨내도록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워주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네.

391. 내가 그분(대공)보다 앞서 사라져야 한다고 늘 생각해 왔어. 하지만 신은 자기가 좋을 대로만 하시는군. 그러니 우리들 가련한 인간들로서는 언제까지나 꿋꿋하게 견디며 머리를 꼿꼿이 세우는 수밖에.

394. 내면의 집중을 앗아가 원래의 익숙한 길에서 이탈시키는 수주일 동안의 방해, 매우 정중한 방문에 수반되곤 하는 불유쾌한 일들, 이 모든 유령과도 같은 것을 괴테는 미리 예감해야만 했다.

396. 대공의 죽음에 괴테의 전 존재에 엄청난 틈새가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지경이고 보니 작품의 구상에 필요한 쾌활한 기분과 고요한 마음의 평정상태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고, 다만 인간적으로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기운을 차리기만 해도 다행일 정도였다.

397. 우리는 언제나 속박되어 있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네. 우리 주위의 사람들과 대상들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네. 차 숟가락조차도 만일 그것이 금으로 되어 있다면 우리를 괴롭히는 걸세. 그것이 은으로 되어야 마땅한데, 하고 말이지. 그렇게 천 갈래의 생각으로 마비되어버리면, 마침내 우리는 자신의 본성에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그 어떤 위대한 것을 자유롭게 표출하지 못하게 되는 거네.

401. 자네는 차츰 국내와 국외의 모든 작가들을 다 알아야 하네. 그래야만 시인에게 필요한 더 높은 교양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는지 알게 될 테니 말이야.

403. 이런저런 인물이 마음에 드는지 어떤지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고, 다만 책 자체가 마음에 들어야 하는거야.

413. 독자의 호의적인 반응을 얻기 위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던 시절에 만들어진 것이지. 그러니 뛰어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쓰지 않게 되었던 걸세.

419. 나의 작품은 대중화될 수가 없네. … 나의 작품은 대중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비슷한 것을 원하고 추구하며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것이네.

420. 세계와 인류의 심원한 깊이로 몰입해 들어가기를 원하면서 그의 길을 뒤따라가는 탐구하는 인간들을 위한 것이고, 좁게 보자면 영혼의 환희와 고통을 시인에게서 찾고자 하는 열정적인도락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표현방식과 대상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다룰 것인가를 배우고자 하는 젊은 시인들을 위한 것이다.

420. 어떠한 대상이 예술적 의미를 갖는지 무엇을 표현하고 표현하지 말아야 할지를 가르쳐주니까 말이야.

500. 그는 진정한 아름다움과 그 영향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있었으며, 또한 조금이라도 미적 취향에 벗어나 있는 것이라면 예리하게 지적해 내고 있었다. 편지에는 시종일관 아름답고 인간적인 풍모가 있는 그대로 표현되어 있었다. 그렇게 높은 신분의 인물에게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509. 현실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그 진실이 마치 현실의 것처럼 믿게 만드는 것이지.

555. 그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평정을 조금도 흩트리지 않으면서 느긋하게 편지를 쓰고 있네. 비탄에 빠질 새도 없이 즉각 다시 활동에 나서면서 언제나 든든하게 두 다리로 서는 인간 말이야. 자네 생각은 어떤가? 멋진 인간 아닌가?
570.
어떤 사람의 뛰어난 작품은 나에게 어떠한 질투심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작품은 나로 하여금 그것을 만들만한 자격이 있는 뛰어난 사람에 대해 추측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637. 나는 그 와중에서도 핵심을 향해 곧장 달려들면서 좋은 내용을 표현하려고 시도할 것이네.

645. 위대한 개성을 느끼고 존경하려면 그 자신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지 않으면 안되네.

658. 단순히 듣기만 해서는 무언가를 배울 수가 없네. 그 어떤 일에 있어서도 자신이 직접 나서서 애를 써보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에 그치고 마는 걸세.

 730. 파우스트 자신 속에 최후까지 더욱더 고귀해지고 더욱더 순수해지려는 활동이 들어 있는 데다가, 하늘로부터도 그를 구원하려는 영원한 사랑의 손길이 뻗친다는 것이지.

 


3. 내가 저자라면

 

스무 살이 되면, 취업을 하면, 나는 좀더 나은 내가 저절로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안달하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삶이 알아서 나를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막상 고대하던 성인이 되었을 때는 솔직히 말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줄곧 알아왔던 나 자신 그대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생각의 범위나 태도는 여전히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물론 한 해 한 해 지나고 나면 조금씩 배우는 것들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나이만 많아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지배적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나는 줄곧 불안하고 초조했었다. 특히 어떤 것에도 자기 의견이 없는 것이 나의 치부였다. 자기 생각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자신이 부끄러웠다.

 잘 돌이켜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일에 무척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어느 정도 그런 편이며 기본적인 사회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평판을 높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꽤 최근까지의 나의 경우 이 것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말하자면 많은 사람들에게 , 이 아이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던 것이다. 심지어 때로는 내가 아주 부당하게 저평가 받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를 무척 높게 평가했고, 당연한 결과로 위대한 사람들을 단지 시기 질투했던 감정이 컸던 것 같다. 더 철없었을 때는 거장의 글을 읽고 내가 감동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괴테와의 대화를 읽던 일주일 동안 예전의 행동과 생각들이 생각났다. 침대에 누워 읽다가 자려고 불을 끄면 에커만과는 대조적이었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올라 이불을 뻥 차기도 했다. , 내가 어디가 그렇게 대단했던 걸까. 그냥 평범한 청소년, 평범한 대학생, 평범한 신입사원이었던 것뿐인데.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들, 그것도 몇 천, 몇 백, 몇 십, 몇 년의 시간 속에서도 살아남은 작가들을 좋은 말만 할 줄 아는 고리타분한 것들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이것이야말로 괴테가 말했던 그릇된 곳에 열정을 쏟았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이와 같은 뒤늦은 후회와 반성의 시간 덕분에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을 전부 적으로 돌려서 내가 얻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찰나에 이 책을 읽은 것은 때맞춰온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학생이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전혀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수업이 예상외로 아주 재미있던 경험이 꽤 있다. 열정적이고 쉽게 가르쳐주는 좋은 선생님을 만나면 나와 별로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학과목들에도 호기심이 생기곤 했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수업은 대학교 1학년 때 들었던 서양사 수업이었다. 이 수업은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 대신, 임의로 학생들을 여덟 개의 팀으로 나누어 변화의 역사에서 중대한 자료 일부를 발췌해 나눠주었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에 대해서 배우면 중세시대의 성모-예수 그림과 같은 주제를 그린 르네상스시대의 그림을 비교한 에세이 한 편을 나눠주는 것이다. 그럼 그것을 조원들과 분배해 번역을 하고 도대체 지나간 시대의 역사가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토의를 통해 알아보았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성가신 수업이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어쩐지 이 수업이 아주 좋았다. 장님처럼 더듬더듬 어둠 속을 걷다가 갑자기 딸을 알아본 심 봉사처럼 눈이 떠지는 순간의 쾌감이 컸다. 대학교 수업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구나, 배운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난 일이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수업 이외에 이런 식으로 진행된 과목을 수강한 적이 없다. 대부분 교수님이 강의를 이끌어 나가셨다.)

작금의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니, 괴테 같은 거장과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있던 에커만의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대화록을 써둔 이 에커만의 책으로만 보아도 나에게까지 괴테의 가르침이 마음에 와 닿았다. 신기했던 것은 괴테가 한 말이 전혀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진심 어린 애정이 녹아있는 듯했다. 그리고 완전히 분리되어 과거 속에만 머물러 있다고 생각했던 고전들이 사실은 이런 애정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는 지침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더욱이 그런 사람이 인류의 스승들이라면 가르침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오만함을 청산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자신을 수양하기 위해 좋은 책이다. 사랑하는 제자에게 전하는 좋은 스승의 애정어린 응원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받은 올바른 사사의 자세를 세 가지만 적어본다.

첫 번째로 많이 읽어야 한다. 인류의 문명이 지금까지 걸어온 단계마다의 문명과 의미를 깨닫고 점차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그 말은 여러 시대의 글을 두루 읽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 좋은 것으로만 읽어야 단번에 핵심으로 파고들 수 있다. 괴테에 따르면, 가장 좋은 글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미적 기준이 높아져 있어야 그에 걸맞는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많은 권장도서 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또한 연구원 수업을 통해 일주일에 한 권씩 이것들을 읽게 될 것이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몸에 좋은 것은 당연하다. 정신의 성장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는 비평하지 말고 위대한 점을 배워야 한다. 책을 읽는 것은 내가 성장하기 위함이다. 애써 두꺼운 책을 읽어도 작은 허점에 집중해 더 크고 중요한 가치를 제대로 배울 수 없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이 부분이 자신이 없다면 모티머 J. 애들러의 다음의 글을 참고해보자.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한마디 한마디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그들은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의 견지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의 견지에서 부분을 읽는다. 콘텍스트와 애매성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깔과 문장의 냄새와 절의 무게를 알아차린다. 심지어는 구두점까지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삶에 적용해보자는 것이다. 에커만이 중간중간에 쓴 내용들을 보면서 좀 놀란 부분이 있다. 괴테를 보고 첫 눈에 반해 그가 어떤 일을 시키면 기쁜 마음으로 해내고, 하루종일 그의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으며, 괴테가 어떤 숙제를 주면 그것을 꿈 속에서까지 고민했다는 내용이 그 부분이다. 1000페이지가 넘는 책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부분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나는 한번이라도 이런 적이 있었던가? 이렇게 오랫동안, 어쩌면 나의 앞으로 남은 모든 인생 동안 이만큼 나를 사로잡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런 그의 진지함 앞에 나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고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일주일씩 만나게 될 거장들 앞에서는 최소한 에커만이 보여준 바람직한 제자의 자세를 적용해 읽어보기로 했다.

 저절로 이뤄지는 성장은 없다. 특히 정신을 키워내는 일은 부단한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다. 좋은 터를 닦고 그 위에서 거인의 어깨에 올라보자. 지난 수천년간 인류가 쌓아온 지적 세계를 마음껏 헤매고 다녀보자. 그들을 모두 나의 스승으로 만들겠다. 앞으로 또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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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4 10:09:09 *.196.54.42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을 할 때는 장점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며, 어떤 특성이든지 친근하고 위엄을 가지고 대한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는 것, 나와 세계의 연결 고리가 어디쯤일지 알아보는 것. 때로 그것은 스스로도 모르고 있던 부분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도움으로 나를 제대로 보게 된다면, 거기에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질 수 있다면 그것은 타인과의 관계가 그렇게 고통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즐거운 발견일 거라 생각한다."

타인이 나의 거울일수도 있겠지요. 나만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자기 위치가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살 때가 많죠. 훌륭한 깨달음입니다^^
치열하게 고심한후 뽑아낸 당찬 각오가 돋보입니다. 고생하셨어요, 해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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