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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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지난 가을 찾았던 무창포 바다가 그립기도 했습니다.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고도 싶었습니다. 연초에 예약한 덕에 숙소도 저렴하게 잡았습니다.
3시간 운전하여 도착한 대천 해수욕장. 제 고향이 대전이어서 어릴 적부터 대천 해수욕장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삼십년 전의 대천 해수욕장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많이 변했습니다. 코흘리게 초등학교 동창을 삼십년이 지나 만나보니 딴 사람이 되어 있는 것처럼, 대천해수욕장도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이 드는 것이 어릴 적 번잡했던 기억과 사뭇 달랐습니다.
차에서 내려 기지개 한번 크게 펴고 해변을 걸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지만 왠지 시원한 마음이 들기보다 뭔가 어색하고 답답한 마음이 먼저 찾아옵니다. 세월호가 생각난 탓이겠지요. 어색한 마음을 가족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눈길을 바다보다 육지로 돌렸습니다. 바다를 바라 보아도 두껍고 거추장스런 어떤 것이 가로막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리라 여겼지만 바다는 말이 없습니다. 바다는 그저 저곳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슬픔이나 노여움 같은 감정도 없이 그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러 대천에 갔지만 고개를 돌렸습니다. 바다를 보는 대신 아내와 두 딸의 웃음을 많이 보았습니다. 회사일로 굳어졌던 얼굴근육을 웃음 다리미로 쭉쭉 펴 보았습니다.
대천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보령 개화예술공원을 찾았습니다.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아내 말에 찾아는 가지만 별 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넋을 놓고 공원의 매력에 흠뻑 젖었습니다. 참으로 멋진 공원입니다. 보령에 가시면 꼭 찾아가 보십시오. 꽃과 나무와 잔디가 펼쳐진 공원 곳곳에 시를 새겨놓은 비석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연못에서 백조가 헤엄칩니다. 토끼, 닭, 백조, 조랑말, 사슴, 염소가 공원에서 사람들과 뒤섞여 있습니다. 아담한 미술관과 허브농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를 새겨놓은 수많은 비석을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개화예술공원에서 읽은 수 많은 시들이 제 마음 속에서 푸른 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푸르름이 붉은 단풍빛이 될 것도 같습니다. 그곳에서 읽은 시 하나 옮겨 봅니다.
나무
- 김년균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나무를 심지만
사랑에 눈뜬 사람은 더욱 흔들리는 나무를 심어
한갓진 개울에 가거나
억새풀 우거진 오솔길 또는
어둠들이 쌓이는 산이나 바다
어디에 가든
그곳은 사랑의 마음을 아는 듯
어제의 생각을 눕히고
흔들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허공에 떠 있는 구름처럼 흔들린다
그렇다 사랑에 눈뜬 사람은
가슴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도
바람을 일으킨다
산천이 흔들린다
시를 천천히 읽으면 시인의 시선을 따라 제 마음의 시선도 움직입니다. 시인이 본 세계를 저도 보는 것 같습니다. 바다도 나무도 인생도 흔들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게 영원한 운명일 겁니다. 그럴수록 시인의 노래처럼 저도 사랑의 나무를 가슴에 심으렵니다.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로 자라게 하렵니다. 제 마음속에 심어진 나무를 바라봅니다. 흔들리는 게 참 보기 좋습니다. 살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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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 운전하여 도착한 대천 해수욕장. 제 고향이 대전이어서 어릴 적부터 대천 해수욕장을 자주 다녔습니다. 그래서 이삼십년 전의 대천 해수욕장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많이 변했습니다. 코흘리게 초등학교 동창을 삼십년이 지나 만나보니 딴 사람이 되어 있는 것처럼, 대천해수욕장도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이 드는 것이 어릴 적 번잡했던 기억과 사뭇 달랐습니다.
차에서 내려 기지개 한번 크게 펴고 해변을 걸었습니다. 바다를 바라보지만 왠지 시원한 마음이 들기보다 뭔가 어색하고 답답한 마음이 먼저 찾아옵니다. 세월호가 생각난 탓이겠지요. 어색한 마음을 가족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써 눈길을 바다보다 육지로 돌렸습니다. 바다를 바라 보아도 두껍고 거추장스런 어떤 것이 가로막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리라 여겼지만 바다는 말이 없습니다. 바다는 그저 저곳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슬픔이나 노여움 같은 감정도 없이 그저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러 대천에 갔지만 고개를 돌렸습니다. 바다를 보는 대신 아내와 두 딸의 웃음을 많이 보았습니다. 회사일로 굳어졌던 얼굴근육을 웃음 다리미로 쭉쭉 펴 보았습니다.
대천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 날 보령 개화예술공원을 찾았습니다. 동물들을 볼 수 있다는 아내 말에 찾아는 가지만 별 큰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내 넋을 놓고 공원의 매력에 흠뻑 젖었습니다. 참으로 멋진 공원입니다. 보령에 가시면 꼭 찾아가 보십시오. 꽃과 나무와 잔디가 펼쳐진 공원 곳곳에 시를 새겨놓은 비석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연못에서 백조가 헤엄칩니다. 토끼, 닭, 백조, 조랑말, 사슴, 염소가 공원에서 사람들과 뒤섞여 있습니다. 아담한 미술관과 허브농원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를 새겨놓은 수많은 비석을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여행에서 돌아와서도 개화예술공원에서 읽은 수 많은 시들이 제 마음 속에서 푸른 빛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푸르름이 붉은 단풍빛이 될 것도 같습니다. 그곳에서 읽은 시 하나 옮겨 봅니다.
나무
- 김년균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나무를 심지만
사랑에 눈뜬 사람은 더욱 흔들리는 나무를 심어
한갓진 개울에 가거나
억새풀 우거진 오솔길 또는
어둠들이 쌓이는 산이나 바다
어디에 가든
그곳은 사랑의 마음을 아는 듯
어제의 생각을 눕히고
흔들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허공에 떠 있는 구름처럼 흔들린다
그렇다 사랑에 눈뜬 사람은
가슴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도
바람을 일으킨다
산천이 흔들린다
시를 천천히 읽으면 시인의 시선을 따라 제 마음의 시선도 움직입니다. 시인이 본 세계를 저도 보는 것 같습니다. 바다도 나무도 인생도 흔들리며 살아가야만 하는 게 영원한 운명일 겁니다. 그럴수록 시인의 노래처럼 저도 사랑의 나무를 가슴에 심으렵니다.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로 자라게 하렵니다. 제 마음속에 심어진 나무를 바라봅니다. 흔들리는 게 참 보기 좋습니다. 살며시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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