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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17일 11시 20분 등록

#6월 오프 수업 후기

2014.06.17 이동희

 

2014 6 14일 천안으로 6월 오프수업을 향해 떠나고 있다. 아침 일찍 텃밭에 가서 오프수업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과 같이 먹을 쌈 야채를 수확하였다. 11 30분까지 천안아산역에 도착해야 하는 일정이라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대략 한 박스를 따서 차에 실어 놓고 잠시 밭을 둘러 보았다. 벌써 6월 중순이라 쌈채소들은 이제 꽃대를 세우고 마지막 정열을 불태울 준비를 하고 있다. 연구원 공헌을 위해 쌈채소들을 길어왔는데 그 동안 나누어 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참 잘되었다.

 

용인 수지에 사는 나로서는 차로 이동하는 것이 편하여 차로 움직였다. 몇 가지 안주거리를 집에서 가져가는 중이다. 오프 수업은 교육팀과 동기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늘 약간 들뜨는 기분으로 출발하게 된다. 5월 오프 수업 때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힘든 면이 있었는데 이번 수업에는 몸이 많이 회복되어 가볍게 갈 수 있었다. 출발할 때까지 아내는 1 2일의 이 일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계속적으로 압박을 하였다. 어쩌랴 맞춰줄 수 밖에 그리하여 밤에 수업을 마치면 돌아오는 것으로 하고 출발하였다. 무엇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조건이었다. 첫 모임 때 과음으로 실수한 탓에 이후 변경연에서의 음주를 극도로 싫어하는 증상이 아내에게 생긴 것은 모두 나의 탓이다.

 

쌈채소가 있으면 같이 먹을 고기와 술이 필요한 법이다. 천안 아산 역 옆에 있는 마트에 들러 와인 두 병과 불고기 두 팩을 사서 모임 장소로 향했다. 아 이제 좀 낫게 저녁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점심은 1기 박노진 선배의 마실 식당에서 먹고 찻집에서 잠시 쉬다 수업을 하는 황토 펜션으로 이동했다. 힘든 5월을 지나온 터라 약간은 미안한 마음으로 얼굴을 대하게 되는 면도 있었지만 반가움은 그지 없었다. 마실 식당은 분위가 매우 차분하여 식사를 떠나서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되는 공간이었다. 공간이 주는 이 안도감은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다. 수도권의 대부분의 식당은 번잡하고 때로는 갇혀 있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 탁트인 창문이며 넓은 테이블을 음식을 먹기에 충분하여 넉넉하였다. 음식을 먹는 마음도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윽고 도착한 황토 펜션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을 펜션 단지로 만들어 놓은 아늑한 곳이 었다. 펜션은 넓어서 같이 간 사람들 모두를 앉히고도 넉넉하게 남았다. 바람도 선선하고 날씨도 좋고 오프수업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수업은 피울님부터 시작해서 에움길님에서 마쳤다. 모도 마치니 자정을 넘겼다. 모두들 자신의 중요한 경험 3가지를 말하고 해석하고 자신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발표와 달리 질문 속에서 그 동안 특별히 드러나지 않아 이야기 하지 않은 모습과 애써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원래 이 것이 이 수업의 목적이었다.

 

나는 준비한 나의 경험과 그 해석 그리고 기질을 이야기 했고 나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특히, 내가 이야기 하는 자유에 대해 공감이 낮았다. 공학자의 자유는 자기 손에서 다루어 질 수 있다면 자유로운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으나 대부분은 이 것을 어떤 통제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뭐랄까? 자유는 구속의 반대 개념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보인다. 하지만 나에게는 내가 경험하여 그 이치를 알고 다시 다룰 수 있으면 그것은 나에게 자유를 준다. 즉 무지에의 해방이다. 자유롭고 싶다는 나의 열망이 표출되었지만 나는 겹겹이 철갑을 두른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도 일부 수긍하였다. 하지만 결국 양파까기가 될 것이다. 애초에 뭐라 할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보이라면 까보리라. 마구 까주세요.

 

과제발표중간에 있었던 술래잡기, 눈감고 춤추기, 거울놀이는 교감이 어떤 것인지 새로이 느끼게 해 주었다. 특히 눈은 마주보며 했던 거울놀이는 최근에 가장 오래 사람 눈을 본 시간이었다. 단순히 눈만 본것이 아니라 행동을 서로 따라하는 과정에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고 서로 다름이 아닌 인간은 결국 같은 존재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나의 파트너인 오미경 선배는 언제 봐도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그녀와 같이 있으면 단순히 즐거운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에 취해갈 수 있는 매력을 보게 된다. 늘 사람들을 반겨주며 안아주는 그 마음과 늘 좋은 덕담과 농담으로 마음을 열어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에움길님의 발표를 마지막으로 하고 데카상스만의 토론이 이어졌다. 5월 한달간 나의 불성실에 대해 반성하고 현재 우리의 수준과 문제를 논의하였다. 초심을 찾아봐도 초심이 제대로 없다는 얘기를 들려주며 다시 마음을 다잡고 뜻을  세워야 겠다고 이야기를 전했다. 이 일 저 일로 마음을 빼았기다보니 당장 변경연 과정에 소홀해졌던 부분도 있다고 이야기 하고 다양한 이야기 들이 나왔다. 피울님은 역시 열정적으로 책을 써나가자고 하시고 한명의 낙오도 없이 다 같이 수료해야 한다고 설득하였다. 맞다. 모두 낙오없이 완주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그 다음은 각자 노력에 따라 책을 써나가는 것이다. 멀리 보지 않기. 그것이 이번 오프 수업의 가장 기본적인 교훈이다. 당면한 과제들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절감하였다.

 

이야기를 마치고 아내와 약속한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 고속도로를 달려 집에 도착하니 4시경이었다. 현관은 닫혀 있고 열쇠로는 열리지 않는다. 나도 모르는 새로운 기능을 발견한 것 같다. 안에서 자동 문을 잠궈놓았다. 새벽에 전화도 못받고 늦게 돌아간다고 심술이 났고 돌아오는 길에 전화를 안받아서 열을 더 받았나 보다. 계속 전화해도 문을 안열어 준다. 삼십분을 실랑이 하다가 차에가서 조용히 잠들었다. 새벽 아이와 아내가 차로와서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와서 씻고 마음을 다잡았다. 다시 북리뷰를 진행하였다. 하지만 새벽에 잠을 못잔 탓에 조용히 침대로 가서 잤다. 피곤함은 떨칠 수가 없었다. 이 일로 인해 월요일 제대로된 협상을 벌였다. 남편이 멀리 공부하고 왔는데 옹졸한 마음으로 남편을 차에 자게 하였다는 것으로 나의 불만을 토로하였고 그 동안 변경연에 시간을 많이 쓴다며 불평하는 아내와 협상을 벌였다. 나는 참으로 대담하게 이런 식으로 변경연 과정 이수에 방해하는 것을 더 이상은 용납할 수 없다. 술은 과하게 마시지 않으면 되는 것이고 혹 실수를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며 매일 공부하는 아비의 모습이 아이에게 좋지 않느냐고 밀고 나갔다. 결국 설득을 했는지? 아니면 아내가 참아 주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변경연 과정에 앞으로는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조건은 앞으로 나에게 잘해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그러겠다는 아내의 확답을 받았다. 아침에 3시간 차에서 눈부친 덕을 톡톡히 보았다. 월요일 회사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꽃집에서 큰 꽃다발을 샀다. 오랜지색 장미 7송이가 들어간 풍성한 꽃다발을 하나 만들었다. 작년 8월에 선물하고는 처음인 것 같다. 내가 무심하기 하였나보다. 꽃다발을 받은 아내는 싫지 않은 듯 받아주었다. 그러면서 딸 아이에게 꽃다발 선물 받은 것을 자랑한다. 그래요, 모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겁니다. 이번 Off 수업의 가장 큰 소득은 변경연 활동에 대한 아내의 지원을 다시 회복한 일인 것 같다. 아내 때문에 일요일 여정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는데 앞으로를 위한 아내에 대한 배려로 생각하고 집에 일찍 간 것이 다행스럽게 잘 풀린 것 같다. 앞으로는 절제를 잘해서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는 일을 하지는 말아야 겠다.Off 수업에 참여해주신 교육팀과 참관 선배님 그리고 연극 지도 선생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IP *.94.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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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1:25:34 *.104.9.210

미안합니다.


마지막에 폰트가 다른 글을 읽으면서 웨버가 너무 귀엽습니다.

욱겨죽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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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2:55:01 *.94.41.89

형아야 궈여워해줘 고마워요. 쭈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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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1:57:52 *.219.222.34

고생한 댓가를 제대로 받으셨군요.

완전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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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2:55:27 *.94.41.89

그대의 고생도 좀 줄어들겠군요.

완전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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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3:43:51 *.50.21.20

ㅎㅎ 토요일 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던 웨버의 뒷모습이 궁금했는데,

잘 해결이 되었다니 참 다행입니다. 

다음달부턴 한결 편한 마음으로 만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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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8:06:50 *.94.41.89

그동안 불편을 주었군. 다 내 부덕의 소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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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8 09:12:05 *.50.21.20

ㅋㅋ 아니여요 ㅋㅋ 그냥 좀 안쓰러운 느낌?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수월하게 흘러가지 않는 느낌 정도?ㅎㅎ 

앞으로는 상황이 좋아지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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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7:37:56 *.196.54.42

"무엇보다 술을 마시지 않는 조건이었다." 그대와 나의 공통점 ㅎㅎㅎ


"공학자의 자유는 자기 손에서 다루어 질 수 있다면 자유로운 것이다" 나는 그대의 자유를 '장악하는 것'으로 파악했는데 맞소?


"변경연 과정에 앞으로는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조건은 앞으로 나에게 잘해달라는 부탁을 하였고 그러겠다는 아내의 확답을 받았다.  꽃다발을 받은 아내는 싫지 않은 듯 받아주었다."

=>역시 멋쟁이! 그대의 승리를 축하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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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18:07:36 *.94.41.89

늘 협상의 여지는 있는 법이지요. 아무튼 아내가 덕을 많이 배풀어 주네요.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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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20:51:23 *.104.212.108

꽃다발로 마무리하는센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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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7 22:00:20 *.222.10.126

한 때는 꽃시장에 자주 갔던 시절이 있었는데

식탁에 꽂아두니 오다가다 보기 좋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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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9 15:16:07 *.65.152.36

푸하하하!!!

죄송해요 웨버님!! 마지막 단락에서 빵터졌어요!!

완벽해 보이시는 울 웨버님!! 싸모님껜 꼼짝못하시는 모습이 왜이리 재밌을까요;;;;;

자유와 사랑 모두 쟁취하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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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23 01:56:25 *.124.78.132

초심을 다시 찾아야 겠다는 부분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저 또한 다시 들여다봤더니 제대로 없더라는..

돌아오는 길에 해주셨던 좋은 조언들도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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