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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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부부들을 위해 가톨릭에서 실시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남편과 나는 결혼 전 그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단순히 결혼식만을 준비하던 우리를 되돌아보고, 다시 한번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부부로서의 마음가짐을 재무장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회가 닿아 봉사자로 활동 하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먼저 봉사자들이 자신의 결혼 준비 과정과 결혼 과정에 있어서의 실제 이야기들을 공유한다. 교육에 참여하는 커플들이 서로 말하기 어려웠던 내용들을 진실되게 꺼내놓고 둘 만의 깊은 대화 시간을 가지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봉사자 부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꺼내놓을수록 참여자들의 공감을 더욱 이끌어낼 수 있고, 수업의 효과성도 높아 지기에 남편과 나는 늘 어떤 이야기를 펼쳐 놓을지 고민이 많다.
어느 날 봉사를 준비하는 수업 시간에 남편이 새로이 쓴 글을 듣게 되었다. 남편은 얼마 전 아시는 분의 배우자 분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시는 경험을 했다.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부인의 죽음 앞에 망연자실한 남편의 지인 분은 뒤늦은 후회와 반성 속에 계속해서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늘 서로 간에 다툼이 많았고 그 때문에 부인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부인의 빈자리에 더욱 슬픔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왠일인지 남편도 눈물이 철철 흘러 소리 내며 같이 울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밤늦게 상갓집에서 돌아와 나를 꼭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던 그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나기도 했다.
남편은 그 경험을 통해서 지금 곁에 있을 때 더욱더 잘하자 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우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이런 저런 질문을 던지며 나의 마음을 읽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내가 짜증을 부릴 때 마다 이전에는 같이 짜증을 냈지만 이제는 꾹 참고 오히려 농담을 던지거나 맛있는 것을 사주며 웃게 만들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속 마음을 들어 보니 결혼 생활을 하면서 그 또한 실망스러운 나의 모습들을 접하며 힘들었다고 했다. 나의 불평 불만이 계속해서 느는 모습을 보며 그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혹은 자신에 대한 불만을 저렇게 표출하고 있는 건가 생각하며 화가 나고 내가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삐져 한동안 말도 안하기도 하고, 그냥 지나가도 될 일에 큰 소리 치며 일일이 대응하기도 하고, 일부러 침대에 늘어져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등 나름대로 복수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인이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에야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통렬히 자신을 반성했고, 웃음이 넘쳐나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먼저 변화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눈물이 줄줄 났다. 남편의 마음이 결혼 전과 같이 굳건한 것으로만 생각했지 그것이 노력의 결과물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그 동안 내 자신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달라며 부족한 모습을 다 꺼내놓고 그에게 받아들이기를 강요했던 적이 많다. 그것이 사랑의 증표라고 생각했다. 또한 결혼 전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다 지원해준다고 약속했으니..라며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나를 보며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척이나 쓰라렸다. 나도 기억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싸움이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말이다. 그것이 결혼 생활이 안정화 되어 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내가 짜증 내는 모습을 ‘왜 저래?’라고 생각하다가 ‘어떻게 하면 짜증을 안내게 만들 수 있을까?’로 생각하니 본인의 성격도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고 실제 내가 더 많이 웃는 것 같아 더욱 기분이 좋다고 말이다.
금번 책을 읽으며 니체가 계속 나에게 말했다. 너의 삶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라고. 기존에 있던 너를 부정하면서 계속 새로이 변신하라고, 한번 더 또 한 번 더 노력하라고 말이다. 그가 우리를 위해 변하기로 결심했듯이. 나 또한 변화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그간 노력이 없었던 만큼 두 배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 나 또한 후회 없도록 오늘 더 사랑하자.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더 사려깊은 모습으로 한번 제대로 변신해보자. 우선 지금 당장 갑자기 용솟음 치는 짜증들을 먼저 줄여보아야 겠다.
근데... 내가 어쩌다가 짜증 많이 내는 여인이 되고 만거지? 내 짜증들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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