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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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에게 삶을 묻다
2014.08.01
10기 찰나 연구원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책을 읽으면서 노자, 장자, 묵자, 한비자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노자’였다. 지난 주 ‘내 마음을 무찔러드는 구절’의 노자편이 너무 많아서 적다가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다 적었다.
과연 ‘도道’라는 것이 있을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있고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는 없는 미묘한 세계.
‘노자’책이 집에 있는지 찾아보니 두 권의 책이 있었다.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웨인 다이어의 책(구본형 해제, 신종윤 옮김)과 『노자』 (최재목 역주) 두 권이다. 예전에 읽고 싶었지만 두께에 감히 시도를 못했던 책인데 이제는 두께에 익숙하다 보니 565페이지가 되는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책을 과감히 선택했다.
서양인의 입장에서 보는 노자는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구본형 선생님은 노자를 어떻게 봤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그래서 노자와의 데이트를 감옥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 저자가 이 책을 쓴 방식이 아주 인상적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글쓰기를 위해 노자의 초상이 그려진 그림 몇 개가 놓인 책상이 있는 자신만의 신성한 공간에 들어간다. ≪도덕경≫의 한 장을 읽고, 그 글이 자신 안에 머물게 한 후 간단한 느낌을 쓴 후에 삼일동안 노자가 말한 바에 대해서 생각한다. 하루의 모든 활동에 도를 배경처럼 불러들이고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생각을 바꾼 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봐.’
도덕경 81장을 이런 식으로 정리해서 1년에 걸쳐 작업을 한 책이다. 노자의 사상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그의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노자의 해석이 가능했을 것 같다.
“도는 아무것도 없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37장)
혀를 깨물어서라도 그 입을 다물라. 이것이 이 장의 핵심일 것이다
첫 두 줄의 모순이 나의 호기심을 엄청나게 자극한다. “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다.” 이 장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를 떠올려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이것은 당신과 내가 그동안 배워온 모든 것을 완전히 부정한다. 우리의 문화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게으르고, 실패한, 그리고 대개는 가치 없이 여겨지는 개인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
- 웨인 와이어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中 261p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쉬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그저 앞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왜 뛰어가냐고 달려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열심히 달려서 1등을 해야지” 아니면 “가만히 있으면 남들보다 뒤처지잖아" 하면서 달린다. 뒤처지면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일까?
‘휴직’, ‘휴학’ 등의 단어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낯선 단어고, 사람들이 잘 쓰지 않고 선호하지 않는다. 이번에 휴직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주변에서의 많은 만류와 회사에서 몇 차례 이루어진 면담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휴직에 대한 정당성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달리던 차의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순간의 충격은 있었지만 달리던 차를 멈추기 전까지는 그 상황을 제대로 인지 할 수 없다. 멈춤 속에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삶의 진실들이 베일을 벗은 채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나에 대한 것들.
스스로의 고유한 고귀한 자아를 깨달았어야 하는데, 나는 나와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 나는 내가 되고자 하기보다 남이 되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나다보니 보이지 않는 큰 벽 앞에 선 나를 보게 되었다. 그 벽을 넘을 수 있을까? 별로 자신이 없었다. 그 동안의 알고 배웠던 지식으로는 그 벽을 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노자의 모순과 역설적인 말들에서는 그것이 가능해졌다.
항복하라!
이것이 약함의 전부다. 당신의 보잘 것 없는 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반면에 도는 당신을 포함한 모든 것을 창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나는 지금 좋아하는 공간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지만 종이위에 신비롭게 펼쳐지는 단어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항복했다. 나는 신이 모든 책을 쓰고, 모든 음악을 작곡하고, 모든 건물을 짓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창조하는 힘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모든 만물이 ‘있음’의 세상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존재함 그 자체는 ‘없음’에서 태어났다. 내가 무릎 꿇어 향한 것은 이 실재하지 않는 영성의 빛나는 상태이며 이는 곧 도이다.
- 웨인 와이어 『서양이 동양에게 삶을 묻다』 中 282p
도道 앞에 항복하여, 나를 다시 보라는 것이었다. ‘있음’의 내가 아닌 ‘없음’의 나를 다시 보라는 것이었다. 보이는 실체에 매달리고, 보이는 것만을 얻으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한다.
정해진 때에 맞춰서 나의 운명과 만나게 될 것이니 도와 조화를 이루면서 다가오는 모든 것을 맞이하라고 얘기한다. 더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모두 제때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과연 ‘제때’라는 것이 언제일까?
지금도 늦은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지지만 한 면으로는 그것이 지금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서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주어도 들리지 않던 이야기들이 이제 하나 둘씩 들리고, 좋은 책을 봐도 감흥이 없던 것에서 감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의 늦은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몰입이 필요하리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라고 했는데, 죽음이 두려워서인지, 그동안의 습관으로 인해서인지 한순간에 나를 바꾸는 것이 잘 되지는 않지만 같이 하는 선배와들과 동기들이 있기에 더디지만 바뀔 것 같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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