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2014년 8월 24일 14시 36분 등록

구본형 소장님의 부고를 들었던 작년의 인도 콜카타

 

! 구본형 -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불현듯 서울소식이 궁금해 ‘Wi-Fi free’라고 씌여진 카페를 찾아들어갔다. 모처럼 설탕과 시럽을 듬뿍 친 커피라테를 시켜 마시며 인터넷검색을 하다 구본형 소장의 부고訃告라는 믿지 못할 소식을 접했다. 그의 책 출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에 초대받아 서평을 낭독하고 대담을 함께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는 알려진대로 온화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뒷풀이에서는 소주잔을 부딪치며 유쾌한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면도 보여줬다. 구본형은 IMF시대를 힘겹게 살아온 직장인들에게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자기계발서 붐을 일으키며 직장인 멘토로 이름을 높였다. 각박한 세상을 더욱 과장해 보여주는 다른 실용서들과 달리 돈 이야기 안 하는 인문학적 향기가 가득 담긴 자기계발서를 개척한 그의 독특한 글쓰기에 나는 오래전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니! 겨우 59세 아닌가. 비통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사람은 스스로 만든 틀 안에 자신을 가둔다. 그것이 사유와 행동을 제약한다. 젊은이들은 모두 학교를 졸업하면 회사로 몰려간다. 그들은 회사 안에서 정해진 몸가짐을 하고, 정해진 행동거지를 하고, 그렇게 안무되어’‘춤추는것이 강제되고 훈련된다. 그리고 그 강제와 교환하여 약간의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회사원들은 매일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에 보고 있는 세계가 늘 똑같다. 영화 <버킷리스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살면서 한 일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일들이다.”

알의 상태일 때는 둥지가 좋다. 그러나 날개가 자라나면 둥지는 더 이상 좋은 곳이 못된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 다른 쪽으로 시선을 옮기기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를 볼 수 있다. 늘 익숙한 길, 늘 다니던 골목을 벗어나 한 뼘 다른 길로 나가면 전혀 다른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일부분으로 살면서 우수하고 근면한 노예로 살다가 인생을 마감하는지도 모른다. 정직하고, 부지런하고, 착한 사람들로 말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여성작가 에너 퀸들런은 이렇게 표현했다. “네가 쥐들의 달리기에서 1등을 한다면, 네가 여전히 쥐라는 뜻이다. 죽어가면서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걸하며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선동가이고 혁명가였다. 그러나 그는 조용한 혁명가였다. 그가 꿈꾸는 혁명은 자기변화를 통한 자기혁명이다. 혁명은 요란하거나 소란스럽게 하는 게 아니다. 혁명은 하루를 바꾸고 자신부터 변화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남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은 언제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지만 자신의 과거와 경쟁하는 것은 적을 만들지 않고, 스스로 나아지는 방식이다. 그는 행동을 내일로 유보하지 않았다. 살다보면 선택 말고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삶을 자신답게 살기로 작정하고 다니던 IBM을 박차고 나왔다. 그의 선동은 어제보다 오늘을 더 아름답게 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는 모토motto를 내건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차리고 책읽고 글쓰기 위해 자신의 삶을 자발적으로 단순화시켰다. 성 안의 작은 땅을 포기하는 대신 성 밖의 넓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모험을 택한 것이다.

 

실천은 늘 간단하고 명료하다. Just do it! 이게 전부다. 그러나 늘 어렵다. 매일하지 않기 때문이고, 하다가 그만두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은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오케스트라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세상 모두가 안다고 말했다. 국제구호활동가로 활약한 한비야는 중국견문록에서 세상에 무엇인가를 매일하는 것처럼 무섭고 힘센것은 없다느린 것은 두렵지 않으나 멈추는 것은 두렵다라는 중국속담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의지는 약하고 습관은 강하기 때문에 매일의 힘을 빌리지 못하면 꿈을 이루기 힘들고, 오랫동안 멀리가려면 습관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난 그의 책을 읽고 한동안 두 가지를 실천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인시일기寅時日記’(인시는 새벽 35시를 말한다)를 쓰는 것과 필사필사必死筆寫’(필사적으로 필사를 하겠다는 뜻)가 그것이다. 그의 말대로 새벽은 멋진 시간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가장 매력적인 시간이다.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는 그가 2013413일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이 아끼는 지인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열네 통의 편지를 담은 책이다. 우연을 도약으로 승화시킨 인물들을 소개하며 그들의 결정적 선택의 순간에는 거의 예외 없이 지금 가지고 있는 불안전한 안정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 결단이 있었음을 말해준다. 본능 말고 본성을, 성장 말고 확장을, 두꺼워지는 삶이 아니라 단단해지는 대나무의 삶을 따르라고 조언한다. 삶은 지금이며, 생명의 출렁임이며, 거친 호흡이며, 구름처럼 불완전한 끊임없는 변이라면서 그래서 인생이 흥미로운 것 아니겠냐고 말한다.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을 살고 싶은 우리 모두가 이 마지막 편지의 수신인이다.

 

그 돌아섬, 그것은 포기나 실패가 아니다. 내가 아닌 것을 버림이 곧 모험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버리지 못하면 얻을 수 없다. 너는 미래의 안정을 버리고 하고 싶은 떨림을 찾아 나서지 않겠느냐?’(구본형,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

 

한 인물이 큰 족적을 남기고 세상을 뜨면 독일 사람들이 애도사에 꼭 쓰는 말이 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았습니다(Er hat sein Leben gelebt).” 요컨대 죽은 자로 살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프리카 스와힐리족은 사람이 죽어도 누군가 기억하는 한 사사Sasa’라 하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으면 비로소 진짜 죽었다는 뜻에서 자마니Zamani’라고 한다고 한다. 구본형 이라는 이름은 우리 곁에 오래도록 사사로 기억될 것이다. ‘변화경영전문가가 아닌 변화경영사상가로 말이다.

 

숙소로 돌아와 남겨두었던 팩소주 두 병을 혼자 비웠다.

흠모했던 한 남자를 애도하는 나만의 방식이었다.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구본형이 남긴 책

 

조용한 혁명가이자 스승이며 친구였던 구본형이 59세가 되던 작년 4월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제 더 이상 그의 신간을 만날 수 없다. 어제보다 아름다운 오늘을 살고 싶은 우리들을 독자로 한 그의 책들만이 남아 있다.

 

▷ 『익숙한 것과의 결별: 그가 대중을 상대로 처음 쓴 이 책의 초판이 나온 19984월은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를 막 넘기고 있던 힘겨운 시기였다. 저마다 옆구리에 절벽을 갖고 살던 시절이었다. 그가 20년간 일했던 IBM에서 나와 6개월 만에 써내려갔다는, 일종의 출사표 같았던 이 책은 IMF 시절 우울한 직장인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 구본형이 암과 싸우며 마지막까지 방송했던 EBS FM 라디오 고전읽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나를 만든 세계문학고전 독법이라는 부제처럼 고전은 나를 바꾸는 지독한 유혹이자 삶에 기쁨을 쏟아주는 위대한 이야기라며 고전을 주목하자고 말한다.

 

▷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나를 다 쓴 삶을 사는 것, 삶을 시처럼 사는 것, 내 삶을 최고의 예술로 만드는 것, 그것이 자기경영의 목적이다.”변화경영 사상가 구본형이 가장 활발하게 집필과 강연, 교육을 하던 2002년부터 2013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썼던 그의 변화경영 사상의 대표작 60편을 선별한 유고작 모음집이다.

 

 

졸저 인도기행서평집 <끌리거나 혹은 떨리거나>, 박일호, 현자의 마을, 표지사진(JPEG).jpg 2014, 161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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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0 19:13:44 *.97.72.66

 

오랜만에 들어와 낯익은 닉네임 하나를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총총히 글을 읽어 내려가는 기쁨과 마주합니다.

 

그래요. 북 콘서트를 하는 자리였지요. 저도 게 갔다가 뒤풀이에 함께 합류했죠.

 

그 날에 박 샘께서는 하얀 와이셔츠를 입으셨던 것 같아요. 아마?(별 걸 다 기억하지요? ㅎㅎ)

 

울 사부님 너~무 안타깝지만 매우 고귀함 삶을 흔쾌히 사셨죠.

 

엇 그제 추석날에 저도 절두산 성지의 부활의 집에 다녀왔답니다.

 

그 고귀하고 아름다운 성지에 거룩한 순교자들과 함께 계시거든요.

 

더 젊어지셨더라고요? 영원한 생명과 함께 그야말로 마음껏 자유롭게 나부끼시는 것 같았어요.

 

그냥 바라만 봐도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가슴이 따스해지는 우리 선생님

 

뵙고 나니 절로 힘이 나더라고요.

 

 

출간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msn039.gifmsn039.gifmsn039.gifmsn039.gifmsn039.gif

 

다음 출산도 줄줄이 이어지기를 바라며 더욱 기대해 마지하지 않겠습니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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