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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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2014.09.07
10기 찰나 연구원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명량’ 영화 속에 나오는 이순신의 명대사다. 오직 12척의 배를 가지고 330척의 배를 대적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원거리 미사일을 갖고 있는것도 아니고, 우리가 일본에 비해서 더 혁신적인 무기가 있지 않고서는 이 전투는 계란으로 바위 돌을 깨는 격이라고 생각하면서 99.9%의 사람들은 전투에 임하기도 전에 물러설 것이다.
원균이 칠량전 전투에서 패망하고 도망갔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욕하지만(물론 이것만 가지고 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내가 전투에 임했을 때 도망가지 않고 그 싸움에 임하고 있었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의 삶의 본능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간에 그를 도망하게 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 면으로는 인간적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순간이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라는 것은 보이지도 않는 것인데 어디서 오는가?
가장 큰 것은 의식에서 온다. 칠량전 전투에서 완패하고 새롭게 전투를 임해야 하는데 우리는 12척이고 일본은 330척인데 해보나마나 우리는 진다는 ‘패배의식’이다. 한 대의 거북선이 우리에게 더 있다하더라도 이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
패배의식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서 조선 수군들의 코와 귀를 자른 얼굴들을 배에 실어 보내 불안감을 더욱 조장하고, 살고 싶다는 마음에 탈영병이 속출하게 된다.
두려움은 또한 보고 듣는 것에서 오게 된다. 일본군을 맞대면해야 하는 울돌목에서 멀리 일본의 삼백척이 넘는 배가 보이고 그 배에 탄 일본군들의 함성소리에 기세가 장악 당한다. 역시나 이것은 해보나마나한 게임이다라는 생각에 더 불안해진다.
그리고 서로간에 불안과 두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제 우리는 죽었다고 어뜩하냐고 하면서 불안에 떨면서 두려워하지만 두려움을 극복할 수는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자포자기해 버린다.
하지만 이순신이라고 이 상황이 두렵지 않았을까? 난중일기를 보면 그도 어머니를 잃고, 아들을 잃은 슬픔에 가슴아파하고 매일 몸이 아파 시름하는 나날을 보낸 한 인간에 불과했는데 두렵지 않을 수 있을까? 반면에 어떤 해전에서도 패하지 않고 12척으로도 적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그가 과연 일본군을 정말 두려워했을까?
그는 부하들에게 얘기한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움에 이기고, 나를 알고 적을 모르면 한 번 이기고 한번 질 것이다. 나를 모르고 적도 모르면 매번 싸울 때마다 반드시 패할 것이다. 이는 만고의 변함없는 이론이다.”
이와 같은 만고의 변함없는 이론을 우리는 머릿속으로 이해했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몸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뼈에 새긴 것이다. 그는 자신을 알았다.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7년간 일기를 기록하였고 프로이트나 융이 얘기한 무의식이 전하는 ‘꿈’과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무의식과도 대화를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점괘를 보면서 천운(天運)의 움직임에 대해서까지도 관찰을 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몸의 상태를 지켜보면서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는 또한 적을 알았다. 일본군에 대해서 파악했고, 일본군을 대비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유리한 거북선을 만들고, 수군전투의 장소인 바다의 특성과 달의 움직임에 따라 바뀌는 바다의 변화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바다와 배와 혼연일체가 되었기에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과감히 12척의 배로도 충분하다고 왕께 장계를 올릴 수 있었고, 사람이 갖는 숨겨진 엄청난 저력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 저력이라는 것이 평온한 상황에서는 나오지 않고 모든 것을 비운 채 극한 상황이 되어야 나오기에 그는 명량해전 전날 다시 한 번 부하들에게 얘기한다.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려고 하면 죽는다’고 하였고, 또 ‘한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 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너의 여러 장수들이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기는 일이 있다면 즉시 군율을 적용하여 조금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하고 재삼 엄중히 약속했다.
그래서 명량해전에서 12척의 배지만, 지략을 발휘하여 승리를 이끌었던 것이다.
우리는 매일 뭔가를 해야 하고 꿈을 꿔야 살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살려고 했기에 도리어 죽었다. 나 자신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알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남의 말에 귀 기울이고, 내 눈높이를 찾기보다는 남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했다. 쳇바퀴의 일상을 지켜내지 않으면 뭔가 큰일 날 것 같아 불안하고 두렵다. 당장의 내일이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살려고 다시 몸부림 쳤지만 그것이 결국 나를 죽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를 죽여야 하리라. 내 속에 나 아닌 나를 죽이고, 나를 다시 살려야 하리라.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나의 몸을 살펴보면서 나의 몸과 마음은 과연 무엇을 향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리라. 자신에 대해서는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다 알아야 하리라.
자신을 알고 난 후에 용기를 내어 해보는 것이다. 무모한 용기로 일단 부딪쳐보자가 아니라 치밀한 노력이 수반된 진정한 용기가 있어야 하리라. 여기에 머물러도 죽고, 도망쳐도 죽는다. 하지만 여기서 ‘필사즉생 필생즉사( 必死則生 必生則死))’의 마음으로 임하면 살 수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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