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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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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2일 06시 56분 등록

 

"아주 어린 나이에 존경하는 사람으로부터 '황금의 씨앗(golden seed)을 물려받는 것이 인생에서는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당신에 대한 칭찬 혹은 기대감의 표현으로서 당신의 자신감을 크게 강화시킨다." 찰스 핸디

 

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가장 먼저 부모와 형제, 친척, 친구, 그리고 선생님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진다.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대학 교수들과 선배들 취업을 하는 경우에는 직장 상사와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에 나에게 큰 영향을 준 사람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특히, 나의 기질과 소질을 알아보고 그것을 칭찬해 줄 때 그 말은 뇌리에 박혀서 잊혀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삶에 영향을 주게 된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그 당시 강원도 원주에 살고 있었는데 이내 마산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우선 사는 곳이 바뀌니 언어가 달랐다. 경상도 말은 매우 거칠었고 사용하는 단어가 어린 나에게 매우 달랐었다. 당시 수줍음이 많은 나는 주눅이 들어서 조용히 학교를 다녔었다. 그러니 학교 생활도 활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하지 않게 되었다. 원주에서 사용하던 말을 사용하면 가끔 놀림을 받기도 했었다. 특별히 대응은 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학교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담임 선생님은 내가 그 동안 하지 않았던 일어나서 책 읽기를 시키셨다. 그 전까지 특별히 그런 요구를 받아보지 않아서 늘 그런 경우 노심초사 했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나를 나무라지 않고 일어나서 천천히 읽어보라고 하셨다. 숫기 없는 아이였지만 그날은 그런대로 잘 해내었던 기억이 있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 난 학교 생활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좀더 적극적인 성격이 되었다. 대단한 경험이 아니지만 그것은 어떤 봉인을 해제하는 역할을 하는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

 

그 이후로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지도교수는 나에게 또 다른 황금의 씨앗을 넘겨 주셨다. 나의 지도 교수는 소문난 사람으로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분과 연구를 진행하고 과제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었다.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하나는 연구가 30%이고 논문을 쓰는 것이 70%라는 것이고 이 말은 곧 출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까지 말씀하셨다. 어쩌면 이 말은 나에게 책을 쓰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를 만들어 주었던 것 같다. 다른 한가지는 마감 시간이 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끝나지 않은 것이고 계속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 생활을 하다 보면 과제 제안서, 과제 보고서, 논문을 쓰는 것이 대부분의 일이다. 몇 개월에 걸쳐 쓰고 다듬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 지치게 되는데 그 분은 마감이 될 때까지 끝없이 수정하고 보완하셨다. 물론 그 작업은 대학원생들이 대부분 해야 했지만 말이다. 이 자세는 이후 중요한 일을 할 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제공해 준 것들이다.

 

석사 과정 당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소)와 과제를 진행하였는데 그 곳 연구실 실장님께서 나를 잘 보았는지 과제 협의를 위해 출장을 가면 저녁을 사주시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있다. 이 분은 늘 허허 하시면서 웃고 부담 없이 일을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시는 특유의 업무 방식을 갖고 있던 분이었다. 나는 마침 박사과정 진학을 두고 결정을 못하고 있었는데 그 분께 그 일을 묻기에 이르렀다. "집안 사정과 내 처지를 볼 때 더 공부한다는 것이 용이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실장님께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어렵게 꺼낸 말이었지만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 다음은 그에 맞게 다 정리된다." 인생을 살아본 분이 할 수 있는 말일까. 아무튼 나는 그 말을 듣고 박사과정을 진학하게 되었다. 물론 그 말대로 다른 것들은 그 결정에 맞추어 따라왔다.

 

회사에서 일을 한 후 5년이 지난 후 나는 한 임원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은 일에 있어서 자타가 공인하는 훌륭하신 분이었고 회사 내에서 존경을 받는 분이셨다. 하지만 매우 엄한 분이셨다. 이 분과 같이 일을 하게 된 것은 나에게 또 한번의 황금의 씨앗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설계하는 입장에 있었고 그 분은 그 설계에 따라 개발을 해야 하는 임원의 입장에 있었다. 나보다 5년에서 10년 정도 경력이 많은 분들을 앉혀 놓고 설계 사항을 브리핑 하거나 때론 설계 조건을 제시하도록 하셨다. 내부에 의견 충돌이 있거나 미덥지 못한 경우 나를 불러 질문하시고는 답을 내게 하거나 의견을 묻곤 하셨다. 이 일은 나에게 회사 생활에서 자신감을 주었고,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지, 내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이후로 4년여를 같이 일을 하며 다양한 신제품과 기술을 개발해 내게 되었다.

 

나는 대략 10년에 한번씩 황금의 씨앗을 받은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대학원 지도 교수님, 프로젝트를 하며 알게 된 연구소 실장님, 회사의 임원이 그 분들인 것이다. 그리고 2000년 이후로 늘 마음에 계신 구본형 선생님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은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그 성장을 위해서는 도약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도약은 정상적인 사고로 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비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적극적인 열정과 도전을 내포하고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나의 인생에 영향을 주신 분들은 내가 행동하게 만든 분들이다. 때가 왔을 때 행동할 수 있는 생각이나 동기나 자극을 주셨기 때문이다. 돌아 볼 때 이제 내가 그 분들과 같은 사회의 선배가 되어있다. 나의 후배들을 위해 그와 같은 황금의 씨앗을 전해 줄 수 있을까? 나의 무엇이 그들에게 황금의 씨앗이 될까? 아마도 이것은 나의 첫 책의 주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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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2 13:21:36 *.196.54.42

"나의 무엇이 그들에게 황금의 씨앗이 될까아마도 이것은 나의 첫 책의 주제가 될 것 같다"

황금의 씨앗, 이 좋은 것을 10년 주기로 계속 받았으니... 짐작이 갑니다 그냥 박사가 아니란 것.

책 주제로서도 대박의 냄새가 나네요, 황금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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