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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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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22일 11시 05분 등록
넷째 날

안식일인 오늘은 행사가 많았다. 괜스레 심통도 많이 나는 날이었다. 머릿속에선 온갖 사단들이 불평 불만을 토로했다. 어느새 생각나는 단어들이 종교적이 돼 버렸다니 놀랍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목사님의 운전이었다. 첫 날 차를 타는 순간부터 오금이 저렸는데, 오늘은 도저히 못 참고, 교통사고 얘기를 운운하며 천천히 몰아 달라 사정을 했다.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도 단단히 하고서도 말이다. 정말 심장이 뛰고 사지가 움찔대는 바람에 차라리 잠을 청하자 해도 쉽지가 않다. 목사님도 변명을 하신다. 이 차가 워낙 전고가 높아 흔들린다는 둥, 오래되어 그런 다는 둥…… 목사님도 그 순간은 운전사일 뿐이었다.

예배를 아침에 일어나자 한번, 자리를 옮겨서 또 한번, 또 다시 어느 노인들이 모여 사신다는 복지원에서 한번 총 세 번을 하는데 도저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전화라도 안 오나 싶은 생각이 들어 핸드폰을 괜스레 만지작거리다가 결국은 밖으로 나와버렸다. 복지원에서는 왜 그리 오줌냄새가 진동을 하던지 비위가 상해 더 견디기 힘들었다. 밖에 나와서 노인들을 좋아한다는 내 자신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진정으로 노인들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내 꿈인가? 그렇다면 어떤 노인들인가? 특정한 부류의 노인만을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인가? 적당히 능력 있고, 돈 있고, 여유 있는 노인만을 위해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했던 ‘그린실버하우스’는 상당한 능력이 있고 고상한, 경제적으로도 중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티란 말인가? 다시 한번 잘 생각해야겠다. 내가 말 그대로 꿈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노인들에게서 나는 비릿한 냄새도 참지 못하는 나를 다시 되짚어 보게 된다.

8시가 넘어 진주 유등 축제를 꼭 봐야 한다 하시며 할머니와 나를 데리고 나가셨다. 감기 기운도 있는 것 같다 하시면서도 굳이 옷을 껴 입고 억척스레 차리는 할머니 모습이 영 맘에 들지 않아 속으론 별별 생각을 다했다. ‘난 저렇게 욕심 많고 말 많은 할머니는 안 될 거야. 난 정말 고상하고, 친근한 할머니가 돼야지.’ 이러면서 진주에 도착했다. 내 맘에 안 든다고 입을 쑥 내밀고 다니는 내 모습은 더 할 텐데, 이놈의 심술보는 언제나 떼버릴 수 있을는지 고민이다. 혹부리영감 도깨비를 만나면 떼어 갈까? 진주 남강에 갖가지 모양을 한 커다란 등을 만들어 띄워 놓고, 무대에서는 연신 음악이 흘러 나오며 무희들이 춤을 춰댔다. 가까이 가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진주 성에서 건너다 보았다. 길 양쪽으로 쭉 늘어선 천막 사이로 걷는데, 오뎅, 순대, 부침개에 소주를 먹는 모습이 부러웠다. 촌스러운 물건들과 의례 이런 축제 때면 빠지지 않는 인형을 주는 미니사격장, 호두과자, 울릉도 호박엿장수 등 구경하는 사람들과 장사치들로 논개가 왜장을 끌어 안고 자결했다는 촉석루가 북적댔다. 논개도 함께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엔 피곤하기도 하고, 목사님의 운전이 무섭기도 해 잠을 자버렸다. 30분이 넘게 걸려 돌아오는 길은 참 멀게 느껴졌다.
2007-10-13 11:5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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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석
2007.10.22 11:42:03 *.209.110.177
ㅎㅎ 목사님의 운전이 거칠다는 것이 오히려 저는 재미있게 느껴지네요. 보통 지리산에서 단식을 주도하는 목사님의 이미지에서 '튀는' 거잖아요. 너무 모범적이고 성실한 스타일보다 의외성을 좋아하는 탓이지요.
그래도 사고까지는 내셨다는 부분에서는 걱정도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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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na
2007.10.26 16:57:21 *.152.178.47
하나님이 보우하사 목사님께서는 무탈하십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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