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gumdream
- 조회 수 1436
- 댓글 수 6
- 추천 수 0
커피 이야기 #2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서 커피 공부도 틈틈이 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연애를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집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을 더 알고 싶었다. 그것이다. 어떤 것을,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을 더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아직 커피 맛을 제대로 모른다. 누구는 절대 미각을 가졌겠지만 그동안 많이 마셨다고 자부하는 나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마시면 그것이 케냐AA인지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인지, 과테말라 안티구아인지. 종이 로부스터인지 아라비카인지. 피베리인지 모른다. 그냥 마시면 목구멍을 타고 들어와 오장육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머리 위로 올라와 뇌에서 묵직함이 느껴지면 좋은 것이다. 정말 맛있는 커피는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진짜 도를 깨치는 듯한 느낌이다. 그냥 아! 이 맛이다. 한 여름에 먹는 아이스커피가 청량감을 주지만 커피는 따뜻해야 제 맛이다. 뜨거워서는 안된다. 약간은 뜨겁지만 너무나 뜨겁지 않은 그 적정한 온도만이 진정한 커피 맛을 낸다. 프랑스의 한 유명한 와인 소믈리에는 진짜 맛있는 와인은 자기가 마셨을 때 맛있는 와인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그 말이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니까 가능한 것이다. 그는 저급 와인부터(물론 마시진 않겠지만) 그 비싼 로마네콩티까지 안 먹어본 것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자기에게 맞는 커피를 찾기 위해서는 커피 종부터 원산지까지 될 수 있는 한 두루두루 먹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에서 덤으로 얻게 되는 커피 지식까지.
커피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정말 많이 마셔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이게 좋은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카페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한때는 카페인 때문에 잠이 안오는 그런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 나는 아무리 마셔도 잠이 쏟아졌다. 그냥 커피는 내게 음료수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이런 카페인 무감각증이 고맙다. 커피하면 유명한 사람이 발자크와 바흐이다. 발자크는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이다. 그는 세계의 커피 애호가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친다. 하루에 50잔까지 마셨다는 기록도 전해진다고 한다. ”한밤중에 일어나 여섯자루의 촛불을 켜고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눈이 침침해지고 손이 움직이지 않을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4시간에서 6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가고 체력에 한계가 온다. 그러면 의자에서 일어나 커피를 탄다. 하지만 실은 이 한잔도 계속 글쓰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그의 피나는 노력과 더불어 커피가 그의 걸작을 가능하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커피를 먹을 때 한번쯤 생각하는 것이 커피를 마실 때 클래식 음악이 잘 어울린다고 막연히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아마 바흐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시대에도 커피는 오늘날과 같이 유행이었다. 커피가 독일을 포함해 유럽전역에 소개되면서 커피는 오늘날의 카페와 같은 ‘커피하우스’가 대단히 성행을 하게 된다. 바흐의 딸도 커피에 푹 빠져 있었다. 바흐는 이런 딸의 건강이 걱정되어 커피를 계속마시면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하는 등 딸과 커피 전쟁을 하게 된다. 바흐는 이런 감정들을 오페라 스타일로 정리하면서 발표한 것이 그 유명한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 BWV.211’이다. 바흐 당시 시대에도 오늘날과 같이 각 가정마다 커피를 즐기는 것은 물론 시내의 커피하우스들은 커피와 담소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지금이나 그때나 커피에 대한 사랑이 컸었나 보다. 이때가 대략 1735년이니 지금으로부터 285년전이다. 285년이 흐른 지금도 커피는 퇴보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러가지 커피로 진화하면서 더욱더 발전하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나도 막연하게 카페를 하고 싶었다. 아마 이건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꿈일 것이다. 퇴직을 결정하고 창업교육을 받으면서 소위 커피장사에 관심이 있었다. 잘할 자신도 있었다. 사실 지금도 장사를 하라고 하면 진짜 잘할 자신이 있다. 사실 카페를 하면서 돈을 벌겠다고 하는 것은 거짓이다. 정말 유명하지 않으면 그냥 굶지 않고 사는 정도일 것이다. 어찌됐든 커피에 대한 공부를 하려고 바리스타 학원부터 여러가지를 알아보다가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런 바리스타 과정보다는 실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커피숍에 알바로 취직해 커피를 공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네 인근의 커피숍을 샅샅이 뒤지면서 찾아낸 곳이 지금의 단골이라 할 수 있는 커피숍이다. 여기서 일주일에 한번 꼴로 원두를 구입한다. 그렇게 사장님과 안면을 트면서 커피에 대해 얘기도 하고 있다. 원래는 여기는 규모가 작고 동네 커피숍이라 알바를 쓰지 않는다. 사장님이 직접 경영하시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무보수로 커피알바를 하려고 했다. 어차피 나는 내년까지 취업을 할 수 없어서 그런 이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변경연 연구원이 덜컥 되버렸다. 그래서 그 꿈을 잠시 접어두었다.
연구원이 된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책이 좋아서였다. 하지만 책을 어떻게 하면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한 것도 연구원이 된 이유 중 하나이다. 지금까지 과제로 주어진 책을 읽으면서 힘든 점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모든 것이 좋았다. 책이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 카페를 한다면 그냥 카페가 아니라 적어도 북카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카페를 하면서 원하는 책을 원없이 읽고 원하는 커피를 원없이 마시고 싶었다. 사실 늘 말하지만 두번째 인생을 시작하면서 돈에 대한 미련은 사실 없는 편이다.(와이프한테는 미안하다.) 물론 아이들에게 좀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 아이들이 성인이 된 다음 자립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정도의 돈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이들의 인생은 아이들 인생이고 나의 인생은 나의 인생이다. 이제 남은 인생은 아이들을 위한 인생일 수 있지만 나만의 인생이 더 크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고 싶었다. 아직 내가 정확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지만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커피관련되는 일들도 하나의 목록 중의 하나이다. 내년 쯤에는 아마 북카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블리븐 동기들에게는 항상 모든 것이 공짜다. 그리고 항상 특AA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