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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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절대(!!) 뎀뵤의 강요를 받고 쓰는 글은 아닙니다.]
벌써 몇 년이 지났군요. 땡칠이 여러분들이 서문을 쓰시고 계시는 것을 보니. 제가 이상한 마녀가 비자루를 타고 미술관 여행을 다니는 이야기를 쓰고 있을 적의 기억이 올라옵니다. 사실, 전 4기인데 아직 책을 안 냈구요. (못 냈다는 소리는 안 합니다 절대 사절) 대신 책이 아닌 책 같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책을 안 내고 보니 이 사이트에 오면 죄인이 된 것 마냥 맘대로 놀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뎀뵤양의 간곡한 이메일을 보고 '에라이...까짓 거 미쳐 보자' 하고 흔적을 하나 남깁니다.
세 가지 제가 넘지 못한 '자기 한계'에 대해서 우리 후배님들이 아주 쉽게 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1] 완벽주의의 늪에 빠지지 말기를
땡칠이 여러분들, 사실, 실패도 계속 들여다보면 거기서 배울 것이 있는 법이지요. 제 실패를 돌이켜 보며 거기서 여러분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을 좀 해 드리고자 합니다. 돌이켜보니 제가 계속해서 책을 끌고 가지 못했던 것은 아마도 완벽주의라는 마의 벽에 부딪혀서였던 듯합니다. ‘완벽주의’는 참으로 무섭습니다. 어딘가 몸 방한구석에 숨어 있다가 글을 쓸 때마다 덤벼들거든요.
“그 수많은 전문가들을 두고 내가 무슨 전문가라고 이런 글들을 써대는 거야? 창피하지도 않니?”
제게도 그 놈이 매번 덤벼들었습니다.
“네가 미술에 ‘미’자를 알아? 세상에 얼마나 전문가가 많은데 꼴랑 주말마다 산책 좀 한 거랑, 미술 잡지 들여다보는 소일거리 한 걸로 그런 책을 쓴단 말이냐?”
그럴 때마다 그 놈한테 한 마디 해 주시길 바랍니다.
“누군들, 날 때부터 전문가였나 ? 네가 아무리 떠들어도 난 계속해서 쓸 거야. 저리 가서 쉬고 있어.”
그게 그렇게 쉬운 말은 아니라구요. 저도 그건 압니다. 그래도 이 글을 보시면 힘이 좀 날 거에요.
[2] 지구인은 지구인말로, 화성인은 화성인 말로
1년을 달려 왔으니, 지금쯤은 아마도 자신이 가장 쉽게 쓰는 쟝르나 톤이나 관심사나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가장 쉽게 쓰이고, 잘 쓰이는 것들. 그것이 바로 당신이 살던 별나라에서 쓰던 말입니다. 그 익숙한 것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답니다. 처음 쓰는 책인지라, 남들의 훈수에 자기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잊어 버리고서 다른 별나라 말로 바꾸어 쓰다가는 지쳐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답니다. 그냥 자기 별나라 말로 쓰세요. 그래야 재미나게 신나게 끝까지 쓸 수 있거든요.
[3] “책 쓰기”에 몸무게를 늘리지 말기
“책을 쓴다” 가 “책을 써야 한다”로 말로 바뀌는 순간. 책 쓰기는 매우 무거운 물건이 되어 버립니다. 그 순간부터 글을 쓰는 것은 지옥이 되어 버리지요. 머리 속이 새하얘지고 생각도 잘 나지 않고. 사실, 이건 제가 아주 잘 하는 방식이랍니다. “책 쓰기”에 몸무게가 너무 심각하게 늘어났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생각하십시오. “책을 써야 한다” 대신에 “나는 책을 쓴다” 로..
책 쓰는 동안 책상 위에 눈에 잘 띄는 곳에다 붙여두면 좋겠네요.
“나는 책을 쓴다.”
땡칠이 7기님들 파이팅입니다 !!!!! 제가 여러분들을 지지하겠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주 따끈따끈한 책을 한권씩 들고 나타나주시길 고대하겠습니다.
이상 ..엉터리 책 코치 구라 현정의 한 말씀이었습니다.

1번은.. 이미 버린지 오래되서.. 없어질것같궁.. 2번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 뎀뵤님이 코멘트 해 주시고, 바꿔보니, 확실히 시점 하나가 바뀌어도 글 쓰는게 확실히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직 그것이 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구별의 저만의 문체를 계속 잘 찾아봐야겠네욤!!!
3번은... ㅎㅎ.. 아직 찾아오진 않았으나.. 많이 걱정되는 부분이에요.ㅋㅋ "나는 책을 쓴다" 오늘 사무실 가서 바로 포스트잇에 고고씽!!! 떡!하니 붙여놓겠습니다.. 좋은 말씀 너무 감사합니다!~~!!!! ^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