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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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달 살기를 시작한 후에 2주일 가까이 지나갔다. 여유롭게 하루하루를 그리 급하지 않게 즐기면서 주변 관광지를 그래도 찾아 다니고 있다. 유명한 관광지를 이번 기회에 잘 봐 두고 싶은 마음이 생겨 이것 저것 찾아 보면서 리스트를 만들고 거리를 보아가면서 하나 하나 순서대로 가보고 있다.
목적지를 정하고 출발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네비게이션을 켜는 일이다. 목적지를 입력하고 검색해서 가장 빠른 길을 찾아 경로를 결정하고 나면 길을 안내하기 시작한다. 제주도에서도 의례 어디론가 가고자 한다면 그렇게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가는 길을 결정하곤 하였다.
그런데 같은 길을 한 두 번 왔다갔다하다 보면서 빠른 길이긴 하지만 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놔두고 그냥 목적지로만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생겼다. 그래서 언제가 부터는 네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이곳 저곳 해안을 따라서 가보기도 하고 조금 돌아가더라도 그때 가 보았던 좋았던 길을 찾아서 가곤 하게 되었다. 급히 목적지를 가야하는 서울에서는 네비게이션을 통해서 길을 찾고 교통상황을 체크하여 안 막히는 길을 따라 가는 것이 효율적일 수는 있으나, 빠르게 목적지만을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제주도에서는 그 방법이 최선의 방법인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제주도는 어디를 찾아가던지 가는 길에 순간 순간 놀라 내리게 되었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풍광 자체에 감탄하여 몇 번이고 내려서 그 풍경에 놀라면서 사진도 찍고 그 곳을 즐기면서 머물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러다 보니 목적지에 가는 시간은 배가 되고 조금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오히려 그렇게 찾아간 관광지에선 실망하고 돌아오면서도 가던 길이 너무 좋아서 그날 여정에 만족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었다.
비가 오는 날 비자림 가던 그 한적한 시골 길에 내려서 한 참을 두 길 사이에 하늘로 길게 뻗어 있는 삼나무들에 감탄하였고 월정리 해변에서 세화리로 가던 어느 작은 해변가에 내려 바다를 향해 놓인 작은 의자에 앉아 하늘과 바다 물빛을 감상하였다. 김녕 해변 저 편으로 보이는 거대한 풍차들이 자아내는 이국적 풍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을 사진 속에 담아내느라 바쁘기도 하였다. 가는 길 자체가 그날의 여행이 되는 순간이었다. 목적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여정 자체가 목적이 되는 여행이 되었다.
여행 와서 이렇게 목적지를 찾아 다니다 보면서 어찌 보면 우리 인생도 비슷하단 생각을 해 보았다.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이루고 싶은 꿈을 세우고 또 그것을 위해서 열심히 하고 뛰어다니지만 결국 그 곳에 도달하고 나면 흐뭇함과 뿌듯함도 잠시 다시 또 왠지 모를 허탈함이 찾아온다. 무엇을 목표로 했는지도 중요하겠지만, 인생 역시 목표를 삼고 그것을 위해서 노력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곳에 다다르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가는 과정 자체 일 것이다. 결국 인생이나 여행이나 그 과정 자체가 오히려 중요한 것이 된다는 의미이다.
관광지를 보기 위해서 열심히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 가서 보는 것은 사실 큰 볼거리가 없고 의미가 없는 곳일 수도 있다. 오히려 거기까지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전날부터 설레이는 마음, 여행 준비물을 하나 하나 챙기는 소소함, 그리고 목적지를 고르고 길을 알아내서 찾아가면서 느끼는 흥분과 즐거움까지 어찌보면 여행이 주는 큰 행복감은 여행 그 자체이다.
오늘 여행을 하는 이 순간도 이 자체가 내 인생을 이루는 여정이자 하나의 목적이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