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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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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4일 11시 33분 등록

입추가 지나더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한낮의 기온이 아직은 무덥기는한데, 지난주의 햇살과는 조금씩 차이가 생기는 거 같습니다.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 입니다. 곧 있으면 높아가는 하늘이 하루하루 다가올 것이고, 출근 전 찬물샤워가 계절감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 벌써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 주는 정민교수님의 「한시미학산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시는 가을에 읽어야 제 맛이란 생각이 듭니다. 의미를 더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시기여서 그런것 일까요. 늦은 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새벽녁 풀벌레 소리를 배경으로 책을 읽는 재미 쏠쏠합니다. 평화로움에 감사했고 존재하는 시간에 감사한 한주이기도 했습니다. 시로 시작한 한주여서 시 한수 소개해 올립니다. 1914년 「칼릴지브란」님이 쓰신 글인데, 지금이 2017년 이니까 100년이 넘은 글입니다. 생명력 만큼은 아직도 눈부시게 숨을 쉬고 있는 듯 합니다. 한번 읽어보십시오.

 

시란 무엇입니까?

꿈을 더 크게 키워나가는 것.

그러면

음악이란 무엇입니까?

더 깊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여기서 칼릴지브란님께서 말씀하신 이란 무엇일까 곰곰히 생각을 해봤습니다. 생각끝에 사랑으로 바꾸어도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바꿔서 읽어보면,

시란 무엇입니까?

사랑을 더 크게 키워나가는 것

어떻습니까? 괜찮죠? 제법 잘 어울리는, 조금의 울림을 더 할 수 있는 연결 같지 않으십니까? 아마도 칼릴지브란님께서는 이라는 단어안에는 포괄적 의미를 담아 두셨던 모양입니다. 사랑하면서, 사랑을 느끼면서 의미의 연결로 시를 꺼내기도, 음악을 꺼내기도 하셨던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시미학산책」에서 정민교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고심참담(苦心慘憺)의 결과를 앞에 놓고 독자들은 마음의 위로를 얻고 삶의 깊은 의미를 읽는다. 시가 인간 언어의 정채로운 금강석이든, 아무 짝에 쓸모없는 해독이든 시는 시다. 금강석이 될지 독약이 될지는 오로지 시인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린 일이다.”

시는 위안을 주기도, 우주의 신비를 건네주기도 합니다. 살아갈 수 있게, 사랑할 수 있게, 성장할 수 있게 내면 깊이를 가지게 말입니다. 역시 사색의 계절 가을에 읽는 시가 제맛입니다.

 

몇일전 1년에 한두번 만나는 선배를 만났습니다. 선배는 4~5년전 쯤 사업에 실패했고, 올해 초 형수를 떠나 보냈습니다. 어떻게 도와드릴 수도 없는지라 마음은 늘 안타깝기만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노릇은 선배의 부름에 기꺼이 달려나가, 술한잔 나누는 일밖에 없습니다. 선배는 1년에 3일정도 쉬는 대리운전 기사입니다. 그 중에 2일 정도를 저에게 쏟아 붙고 있으니, 속내를 쏟아내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건 어쩌면 제가 전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배는 늘상 저를 만나면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하십니다. 꽃피는 시절의 이야기속에서, 함께 그렸던 미래속에서, 함께 이루어낸 일들안에서 존재의 위로를 받으시고 힘을 얻는 모양입니다. 그 당시 선배는 속된말로 잘 나갔으니까요. 그리고 그 시간안에 저는 그 모든걸 지켜 봤었으니까요.

 

책을 읽다가 풀벌레소리를 베고 누웠습니다. 선배와의 만남이 잔상이 되어 사람의 삶이 자꾸만 다가 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존재안에서 깨어있고 싶어하고, 기쁨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이 다 그렇지는 않은 까닭에, 어딘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어하고 에너지를 얻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어디에서 이들을 끌어 낼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떤이는 여행안에서, 누군가는 가족안에서 또는 사람 안에서, 문학작품 안에서 이끌어내며 살아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한가지를 더 한다면, 마음의 해독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이 악으로 가득 차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더 밝아지고 행복해지기 위한 마음의 정결함을 지니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시도 읽고, 사람도 만나보고, 음악도 듣고, 높아가는 하늘에 달빛과도 산책도 하면서 이 가을을 준비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 두손 꼭 잡고 가는 길이 더 좋겠습니다. 어울림이 음색을 더 아름답게 엮어줄 테니까요.


어느덧 소리로 바람으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시간은 늘 빠릅니다.

이번주도 행복한 한주 되시길 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P *.226.22.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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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4 22:24:52 *.124.22.184

칼럼마다 등장하는 후배, 선배들.

의섭씨는 주위 사람에게 항상 내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네요~

우리 이번 주에 벙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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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10:01:19 *.226.22.184

9월 초쯤에 벙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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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4 22:32:54 *.18.218.234

도입부가 장난 아닌데? 라디오 방송 멘트로도 손색 없겠수.

근데 진짜로 새벽에 풀벌레 소리 들으며 책 읽었단 말시? 진짜? -_-^


도입부부터 마무리까지 정말 잘 읽었어요! 가을냄새 인간냄새가 나네요.

선배 이야기는 마음이 아파요. 아이들도 있나요? 부디 다 컸기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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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10:02:45 *.226.22.184

기회가 되면 새벽 귀뚜라미 소리르 녹음해서 들려드리져 ㅎㅎ


선배는 다행히도 애들이 거의 컷어요.

한명만 고등학생인데 그녀석만 대학가면 강원도로 가서 살거라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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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5 08:51:47 *.106.204.231

마음의 해독에는 뭐니뭐니 해도 한잔인데. 기다리던 다음주 형님은 없네요.


외로운 이내 마음 뉘와 함께 풀어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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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8 10:03:08 *.226.22.184

다른 동기들과 찐하게 한잔하고 다음달에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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