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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gum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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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1일 11시 52분 등록

음마音魔에 빠져들다.

 

나는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부모님이 즐겨듣던 트로트가 전부인 시절 고등학교 야자시간에 몰래 들었던 라디오에서 팝과 대중가요를 접한 이후 음악은 줄곧 내 삶의 일부였고 내가 힘이 들 때 나를 위로해주던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다. 하긴 이 세계에서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을까만은 아무튼 노래 없는 내 삶은 생각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시마에 빠진 시인처럼 나는 음마에 빠져 있다고 해야 하나. 나는 저녁에 잠을 잘 때나 아침에 일어날 때도 사실 음악과 함께 했다. 이왕이면 알람소리보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잠을 깨고 싶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자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마다 좋아하는 노래를 기상음악으로 저장시켜놓고 있다. 비록 그녀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지만 포기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마치 무슨 음악전문가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난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 사람에 불과하다. 나는 일 할 때나 공부할 때도 웬만하면 음악을 들으면서 한다. 음악이 없으면 뭔가 빠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을 다닐 때 동료들과 사무실을 같이 쓸 때 음악 듣기가 힘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어폰을 꽂고 일한다는 것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고 더군다나 우리 같은 직장에서는 더더욱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모두 퇴근한 사무실에 혼자 남아 이어폰을 꼽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내겐 너무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렇듯 음악은 내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항상 나를 지켜주는 동료였다. 상사에게 무참히 깨지거나 내가 열성적으로 추진해 오던 일들이 잘 진행이 되질 않아 짜증이 날 때 헤드폰을 끼고 볼륨을 높여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비록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었지만 그 당시 엿같았던 기분은 치유가 되었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오로지 듣기 위주의 음악이었다. 내가 직접 연주해 볼 생각은 해보질 못했다. 어렸을 때 피아노, 바이올린 등 악기를 배우고 싶었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배우질 못했다. 마음 한 구석에는 악기에 대한 열망은 있었지만 그동안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 시작하질 못했다. 그리고 다 늙어서 무슨 악기냐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전 난 직접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뭘 할까 고민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하는 기타를 할까? 멋지게 보이고 스트레스가 해소될 것 같은 드럼을 할까? 아님 중년의 섹시미를 한 껏 발휘할 수 있는 색소폰을 할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난 피아노를 선택했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었지만, 대학교 음악교양시간으로 기억한다. 교수님은 학기말에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악기 한가지를 연주 하는 사람에게는 특별점수를 주겠다고 했다. 난 당연히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그냥 이론 공부로 시험점수를 딸 수 밖에 없었지만 그 당시 어떤 멋진 남자가(그 당시 같이 공부하던 아이들은 나보다 6살이하 어렸다.) 피아노를 치는 것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쇼팽을 연주했다. 같이 공부하던 여자아이들은 뭐 안봐도 알겠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잘생긴 남자가 치는 멋진 피아노 연주였으니. 그런데 그 광경은 같은 남자인 나에게도 너무 매력적으로 보였다. 음악을 사랑하고 음악을 즐길 줄 아는 그런 남자로 보였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부터 난 아마 피아노를 꿈꾸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딸아이가 배우고 있는 피아노 학원을 그렇게 해서 다니기 시작했다.

 

음악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항목 중에 하나이다. 철학이야기에서 플라톤은 이렇게 얘기했다. “어떻게 하면 큰 용기와 부드러운 성격을 겸비할 수 있을까요? .... 영혼은 음악을 통하여 조화와 박자를 배우며, 심지어 정의를 이루고자 하는 경향도 배운다.” 조화로운 기질을 갖춘 사람이 불의를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왜 음악교육이 그렇게 강력합니까? 박자와 화성은 영혼의 비밀스러운 곳을 찾아 들어가, 그 움직임에 우아함을 부여하여, 결국 영혼을 우아하게 만들기 때문이 아닙니까?“ 음악은 성격을 형성하며, 따라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쟁점들을 결정하는 데 한몫한다. 플라톤은 음악은 감정과 성격을 다음을 뿐만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회복하기에 귀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동양의 고전인 논어에 보면 공자 역시 음악을 중시하고 있다. 그는 시에서 [감흥을] 일으키고, 예에서 [행동의 근간을] 세우고, 에서 [성장을] 완성한다.라고 했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자면 정말 한 학문한다는 학자들은 웬만하면 가야금, 거문고를 잘 탔다고 한다. 그만큼 음악은 사상에 있어서도 철학에 있어서도 인간 내면성찰에 있어서도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나를 듣는 음악에서 실제 연주하는 음악으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그들처럼 될 수는 없지만 음악을 함으로써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있었다. 양손으로 연주하는 피아노를 음악적 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피아노의 흰 건반과 검은 건반이 두려움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제 3개월이 지난 나는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다. 선생님도 이렇게 잘 하시는 남자는 처음 본다고 얘기한다. 비록 입에 발린 소리인 줄 알지만 기분은 몹시 좋다. 이제 바이엘을 넘어 체르니를 넘보고 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도 같이 병행하자던 선생님 말씀에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연습하고 있다. 이젠 제법 건반을 치면서 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다.

 

피아노 앞에서 악보를 보면서 양손으로 피아노를 치다보면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마음에서 상념도 사라지고 오로지 음악과 피아노, 내가 삼위일체가 된다. 그리고 건반을 누를 때마다 흘러나오는 맑고 고운 소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음들이 내 몸속에 흘러 들어온다. 마치 피아니스트가 된 것 같다. 시마란 것이 이런 것일 것이다. 비록 시마는 나에게 찾아오지 않겠지만 음마를 통해 간접 체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혹시 아나 세월이 조금 지난 뒤 정식 피아니스트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음마를 통해 나는 피아노 시인이 되고 있다. 멀리 나아가 이 음마를 통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IP *.106.2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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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13:43:45 *.226.22.184

나도 피아노 치는 로망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피아노가 배우고 싶어진다. 일단 하나를 끝내고 나도 달려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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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13:47:02 *.146.87.33

캬~!! 음마를 통한 피아노 시인!!

나중에 꼭 들려주시리라 믿습니다!!

송년회?? 혹은 신년의 어느 날

꼭 형님의 피아노 선율의 우아한 몸짓을

보여주세요!!


저는 캐논을 좋아하는데... 선곡 되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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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1 22:40:16 *.222.255.24

제목만 보고 음란마귀에 빠졌다는 줄... ㅋㅋ

나도 캐논에 한 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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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3 12:52:10 *.18.218.234

참..다재다능에 여러 분야 관심도 많고 그걸 또 다 열심히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녀가 살짝 힘들겠다 싶은 건 나의 오지랖일까요? ㅋ

글도 보면..빈 틈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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