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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6일 11시 45분 등록


까뮈는 인간의 삶이 비록 끝없는 좌절의 연속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상을 향하여 지속적으로 성실하게 노력하는 데서 그 가치와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아마도 나의 1년은 이런 시간이 될 듯 하다. 시간이 지나도 좋은 글을 쓰지 못해, 글 솜씨가 늘지 않아 좌절의 연속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그저 주어진 과제를 성실하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그런 시간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지금의 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나의 글 쓰기 연습이 시지프스의 돌처럼 희망 없는 노동은 아니길 바란다이제 겨우 한달 지났을 뿐이니 아직 글쓰기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1년간 많이 읽고 써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2년이 지난 후에 나의 손에는 성실한 노력의 결과물이 있을 거라 믿는다

 

작년 5, 연구원 과정을 시작한 지 딱 한달이 됐을 때 썼던 <시지프스의 손>이라는 칼럼의 맺음말이다. 그 때로부터 8개월이 지났고 드디어 오프 수업을 마쳤다. 예상했던 대로 지난 8개월은 노력과 좌절, 그리고 게으름과 슬럼프, 다시 정신 차림의 연속이었다. 초반에 뜻밖에도 맘에 드는 글을 쓰기도 하고, 칭찬을 받아서 으쓱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게을러지고 마감시간에 맞춰 글을 쓰는 게 익숙해지기도 했다.

나는 애초에 두번째 해에 책을 쓰겠다는 목표가 없었다. 첫번째 해, 2017년은 나에게 집중하는 해이고 싶었다. 나를 좀 더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가장 다워질 수 있도록 변화하는 해이기를 바랐다. 커리큘럼 대로 1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북리뷰와 칼럼을 쓰고, 매달 오프 과제를 고민하다 보면 뭔가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책 쓰기에 대한 욕심이 없어서였을까? 아니 내가 글을 못 쓴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을 못 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려고 했었다. 글감을 찾아보고,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지 구조를 짜고 생각을 숙성시키는 시간을 가졌다. 다 써 놓고 마무리가 생각이 안 나서, 다시 시작했던 적도 있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시작했기에 그런 일도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그때 썼던 글들은 지금 봐도 성실과 노력의 흔적을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글을 쓰는 게 점점 익숙해지면서 매번 마감시간에 쫓겨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원래 급해야 잘하는 벼락치기 형이라고 합리화하면서

당연히 퀄리티는 떨어지고 다시 읽고 싶지 않은 글 밖에 못 쓰고 있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횡설수설이다. 교육팀 선배는 책의 꼭지글을 의식하고 쓰면서 힘이 들어가고 읽기 어려운 글을 쓴다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책을 쓸 계획이 없었지만, 다행히도 책으로 쓰고 싶은 주제를 찾았다. 누구를 대상으로 쓸지, 같은 소재의 다른 책들과는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도 알겠다. 그런데 정작 무슨 말을 어떻게 전개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목차도 엉성하고, 글도 제대로 쓸 수 없어졌다.

 

지난 토요일을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오프 모임과 책쓰기 수업은 모두 끝났다. 그동안 생각이 잘 정리가 안 됐음에도 오프 수업 일정에 맞춰 과제를 하려다보니, 익지도 않은 생각을 억지로 글로 써냈다. 순서가 좀 어그러졌지만 이제 다시 진짜로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생각을 하고, 구성을 만들어야겠다. 아직 끝이 아니다. 앞으로 1년 간도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써볼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올해가 끝난 후에는 정말로 나의 손에 성실한 노력의 결과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IP *.222.2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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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3:02:30 *.129.240.30

한 해 다들 고생많았어요~!

정말 지난 과정이 반성이 되네요 더 집중하고 더 몰입하고 더 열심히 했어요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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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4:46:39 *.18.187.152

뜻밖에 마음에 드는 글은 어떤 거였나요? 나는 원미동 사람들과 좋은 금요일이 좋았어요.

퀄러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지만, 일단 데드라인에 맞춰 올린 후에 수정하지 않았어요? 

이름값 했던 수정씨~ 수고 많으셨어요.


과제로 바쁜 와중에도 오프수업 때 케잌 준비했던 모습 잊지 못할 거예요.

알로하표 케잌처럼 부드럽고 달콤하고 잘 넘어가는 멋진 책이 오븐에서 따끈하게 구워질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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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6 16:12:39 *.226.22.183

저도 벼락치기형...

그리고 보면 매번 수정씨의 앞뒤로 제가 있었던거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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