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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5일 09시 51분 등록
가장 비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내 안의 불안이라는 감정을 비우고 싶다. 꽤 오랜 시간 내 몸과 마음을 잠식했던 불안을 비워낼 수 있다면, 좀 더 본연의 모습, 천연 그대로 날 것의 내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불안은 어떤 감정이다. 기억해보면 나는 아주 어릴 때 부터 이런 감정과 꽤나 친숙했던 것 같다. 환경이 바뀌어도 만나는 사람들은 달라져도 내 마음 속에는 어떤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 하는 이런 불안감이 지속적으로 마음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그 스위치가 켜져 있었던 것 같다.  

어떻게하면 내 안에서 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비워낼 수 있을까? 

한동안은 나를 괴롭혀온 이런 감정이 왜 생겨났을까 그 원인을 분석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쏟기도 헀던 것 같다. 완벽주의에 늘 자식에 대한 걱정을 끌어안고 사시는 엄마의 영향 때문인가 곰곰히 생각해보기도 하고, 칭찬대신 꾸지람을 더 많이 하셨던 엄격한 아버지에 대해 불평을 해보기도 했으며,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 때 경험했던 왕따의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고 언젠가부터는 내 모습에 대해 더 이상 환경을 탓할 수 있는 나이가 훌쩍 지났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쩌면 그렇게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원망하며 내가 나 스스로를 바꿀 수 있는 변화의 기회들을 놓쳐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알랭 드 보통은‘불안’이라는 책에서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유명해지고, 더 중요해지고, 더 부유해지고자 하는 욕망, 즉 사회적 지위에 대한 욕망에서 불안이 생겨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이러한 사회적 시스템이 부여한 관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우주의 무한함과 생명의 유한함을 기억해보자고 말하며 철학, 예술, 정치, 종교 등을 그 해법으로 제시한다. 현대 사회에서 돈과 지위의 유무는 사랑과 인정을 획득할 수단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물질적, 사회적 성취에 대한 불안은 곧 타인으로부터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만약 이 세상에 오롯이 나 혼자만 존재한다면, 나는 과연 여전히 불안할까? 아마도 그런 상황에서는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과는 다른 종류의 어려운 감정들이 있겠지만, 이 질문을 통해 이 모든 불안의 원인은 타인을 의식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타인의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기 위해 나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답이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밖에 있기에 늘 불안한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불안을 비워낼 수 있을까?

이 감정을 ‘무엇을 가장 비우고 싶은가’에 대한 답에 첫번째로 꼽게 된 이유는‘타인의 시선에 대한 불안감’이 단지 순간의 감정이나 심리적 상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의 전반에 적용되고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나와 일의 관계에서 이 불안이라는 감정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의 얼굴로 나타나고, 일과 관련된 사람들과의 만남이나 내 성과를 발표할 때면 인정받지 못할 것에 대한 걱정과 염려로 드러난다. 친구관계, 가족관계에서도 불안은 나로 하여금 나의 진정한 욕구가 아닌 타인의 요구에 나를 맞추어야 한다는 강박이 되어 나타나곤 하였다. 이 모든 일련의 어긋남들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생겨난 불안이라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꿰어지고, 결국 해결은 각각의 상황에 대한 대응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총제적인 나의 믿음을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결국 타인의 평가, 사회의 요구와 통념으로부터 오롯이 자유롭게 스스로 설 수 있을 때 불안을 비워낼 수 있지 않을까? 타인의 사랑을 갈망하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하는 진정한 자기를 건설하는 것. 그 과정을 통해 타인의 인정과 상관없이 나의 삶이 완전해 지는 것이 아닐까? 레이스의 2주차, 아직은 두권의 책을 읽고 나의 삶을 돌아보고 있다. 하지만 변화를 위해 과거의 나를 벗고 진정한 자기를 만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하게 내가 비우고 싶은 불안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 지는데 필요한 과정인지 반복적으로 깨닫게 되는 것 같다. 

*4주차 선배탐구는 박경숙님으로 하고 싶습니다.  박경숙님의 책들 <문제는 무기력이다>와 <문제는 저항이다>는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고도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시간들을 보낼 때 저로 하여금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더불어 큰 위로와 힘이 되어준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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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5 13:07:21 *.124.22.184

3월 15일 팟케스트 낭독에서 나온 내용과 비슷하네요. 유인창 선배님의 [마흔살의 책읽기] 중 불안과 관련된 내용이었어요.

전 지난 1년동안 제대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어요. 12기 연구원 과정에서 수진님의 '불안'을 알 수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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