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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9일 10시 15분 등록

인터뷰 – 박경숙연구원 


“살아낸다는 것은 니체가 인간 정신의 세 단계 중 ‘낙타’로 표현한 단계, 주인의 명령에 복종해 등에 짐을 잔뜩 싣고 사막을 횡단하다가 죽어가는 낙타의 삶과 같다. … 하루의 품삯을 위해 낙타처럼 견디며 간신히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


이에 반에 ‘하루를 산다’는 것은 포효하는 사자처럼 사는 방식을 말한다. 하루를 사는 사람은 사자같이 주도적이고 스스로가 고용주가 된다. 사자는 자신이 원할 때 사냥하고 먹는다. 그러고는 초원에서 며칠씩 휴식을 취한다. 초원에서 사자에게 간섭할 다른 동물은 없다. 사자는 자신이 스스로의 주인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롭다.” –<문제는 무기력이다>중에서



산. 

북한산 자락 언덕 위에 위치한 상명대. 경복궁역에서 버스를 갈아탔다. 학생들 틈바구니에 앉아 오랫만에 학교 캠퍼스를 구경하겠구나라는 생각에 봄볕이 강한 3월의 금요일 오후, 조금은 설렜던 것 같다. 세검정로를 지나 버스는 부릉 부릉 중간에 힘을 꽤 많이 내며 가파른 언덕을 두번에 나누어 치고 올라가야 했다. 


“저쪽 아래에 구본형 사부님 집이 있어요. 지금은 이사가셨지만 첫 학기 봄, 이 학교에 수업을 올 때 마다 사부님 집을 떠올리며 참 많이 행복했어요.” 


그렇게 처음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여러번 본 것 같다. 구본형 사부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작은 눈물이 눈가에 맺히는 것을…  북한산에 자리한 구본형 사부님 집과 그곳에서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 새벽에 2층 거실 서재에서 글을 쓰다보면 저 산 뒤에서 해가 떠오르며 풍경을 밝히는 모습을 보셨을거라는 사부님의 글쓰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여기 뒤쪽 산길 어느 땅에 모여 앉아 수업을 했던 기억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산이었는데, 인터뷰를 하는 동안 북한산은 변경연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 듣고 딱 한마디 던져주시는 사부님의 조언이 그렇게 깊은 핵심을 건드리는 한마디였다고 하셨다. 나는 한번도 그를 만난적이 없기에,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냐고 계속 물을 수 밖에 없었다. 대체 어떤 한마디가 그렇게 한 사람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느냐고… 삶의 어려운 시간,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할 때 자기의 인생을 통째로 알고 계신 분이기에 일에대해서 그리고 삶에 대해서 두 번의 질문을 드렸다고, 그리고 그 조언을 믿고 큰 결정들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하셨다. 그래서 사부님이 돌아가신 지금 사부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큰 상실인지, 아직도 힘들때마다 사부님의 책을 꺼내어 읽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사부님에게 의지하는 마음을 비우고 홀로 서는 존재가 되어야 하기에 “이제 네번 째 나올 책에는 더 이상 사부님의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고 해요.”라는 말을 덧붙이셨다. 


청강생에서 연구원으로. 그 해 지원마감 시기보다 몇 달 늦게 변경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수업이 시작되어서 레이스에 참가하지 못했고 청강생이 되기 위해서 찾아갔을 때, 사부님은 앞으로 6주동안의 원래 과제 스케쥴에 더해 그동안 참여하지 못했던 6주치의 숙제를 동시에 해오라고 하셨단다. 일주일에 두 권의 북리뷰와 두개의 칼럼. 회사를 다니면서 그게 가능한 분량일까? 그렇게 숙제를 내주시면서 덧붙이신 말씀이 “뛰어와야 할거다.” 딱 이 한 마디. 


그렇게 일주일에 두권씩 책을 읽고 리뷰를 하고 칼럼을 쓰면서, 정말 뛰어서 6기 연구원 프로그램에 합류할 수 있었다고. 학교에서의 일과 개인의 삶 양 쪽 모두에서 쉽지 않은 위기의 시간을 겪고 있을 때, 연구원 프로그램에 합류해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마음의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결정적인 시기들에 사부님의 조언들에 힘을 얻으며 전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렇게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2013년 첫 책 <문제는 무기력이다>를 출간하게 된다. 


낙타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 

우리는 마주 앉아 책<문제는 무기력이다>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연구원에 지원한 나의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제도에 쉽게 적응하는 사람들과 부적응 하게 되는 사람들의 특징과 직업적 특성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다. 한동안 무기력과 싸워왔던 프리랜서로서의 삶의 경영에 대한 질문을 들고간 나에게, 작가님은 진한 자기 삶의 스토리들을 통해 사자로 사는 삶이 겪게 되는 면면에 대하여 답해주셨다. 녹취는 하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단어들을 더듬어 전해주신 이야기들의 몇가지 요점을 남겨본다. 



- 사자로 사는 삶에 대해 궁금합니다. 


움직이지 않는 타겟. 

사부님이 말씀하셨다는, 움직이는 과녁을 향해 활을 쏘아 맞출 수 없는 것처럼 목표가 흔들리면 우리는 그 목표를 이뤄낼 수 없다는 말. 사자로 살기 위해 용기를 내어 낙타의 삶의 내어 던지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 하지만, 그 길의 안과 밖은 험난하고도 어려움이 가득하다. 거기에 더해 다시 낙타의 길을 따라 사는 것이 안락하지 않은가 하는 유혹이 전환기 이후에도 다시금 생겼났다고 하셨다. 


인지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이른 나이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이후에도 몇몇 학교에서 연구교수를 지내며 오랫동안 학교라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학교를 그만두고 작가와 강연자로의 삶을 택한 이후에도 학교는 그 안전함을 무기로 또다시 유혹을 건네왔다고 한다. 이럴 때 인간은 나약해질 수 있고, 이에 넘어가 또다시 시간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겠지만, 작가님이 내리신 결론은 ‘묵묵히 뚜벅뚜벅 자기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걸어 가는 것.’ 


움직이지 않는 그 타겟을 향해 묵묵히 걸어갈 때 우리는 길을 잃지 않고 그 목표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기에 그 발걸음을 멈추어서는 안된다는 결심은 사는 동안 다시금 여러번 꺼내보아야 하는 것. 


엔트로피 법칙. 

‘인간의 마음이 엔트로피 법칙의 적용을 받는다면 마음도 시간이 경과되면서 엔트로피가 상승하는 방향, 즉 무용한 상태와 무기력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무기력이다>중에서.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돌보고 가꾸지 않으면 자연스레 무질서를 향해 가기에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고단한 것이다.’ 회사에 다닌다면 회사가 그 역할을 대신해 주지만 프리랜서는 스스로의 삶에 구조와 체계를 만들고 시간을 관리하고 일의 동기를 부여하는 그 모든 일들을 스스로 해야 하고, 이때 자연스럽게 인간의 본성에 따라 생겨나는 엔트로피는 무기력과 저항이라는 이름으로 프리랜서의 삶에 느슨하게 나있는 틈새들을 뚫고 들어온다고… 


그렇기에 작가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이 었는지, 예전에 학교라는 시스템안에 있을 때는 겪지 않았던 에너지가 얼마나 많이 들 수 밖에 없는지, 직업이 가진 특성때문에 우리는 이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 어떻게 하면 일과 공부가 충돌하지 않고 균형을 가질 수 있을까요? 


조언. 

‘일의 어려움을 정면 돌파 하는 것이 아니라 책읽기와 글쓰기로 도피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나의 고민을 건넸다. 일이 어렵기에 마음을 달래주는 글쓰기와 책읽기로 관심과 시간이 옮아가고 일을 돌보지 않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함께.  


하루의 경영과 한주의 경영, 그리고 일년의 경영과 평생의 경영. 

‘하루 시간의 스케쥴을 분배하고, 일주일 안에서도 일과 공부의 시간을 나누어라. 연구원 기간 동안 자기 경영의 기틀을 닦아 일에 매진하는 시간과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나를 수련하는 시간을 적절히 잘 분리해서 연구원이 끝나고도 평생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틀을 지금 만들어보면 어떻겠는가’ … 


논문을 쓰는 일과 책과 칼럼을 위한 글쓰기가 충돌했던 이전의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매일 새벽에 일어나 2시간씩 글쓰기를 했던 사부님의 시간관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셨다. ‘적절하게 시간을 나누는 것,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단련과 습관 만들기. 스스로를 끊임없이 단련하여 하루하루를 승리하는 것이 그 비결이 아니겠는가…’ 해주셨던 답.  



- 전환기 이후 새롭게 느끼게 되신 부분들에 대해 궁금합니다. 


행복과 성공의 경험들.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오랜 시간 머리 싸매고 고민하던 일, 연구, 작업이 알고보면 사실 인생의 전부가 아닐지 모른다는 말. 어쩌면 우리가 간과했던 인생의 아주 기본적인 요소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중요한 열쇠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성과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직업이라면, 그동안 다른 요소들로 인생을 더 풍성하고 만족도 있게 만들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고, 이 방법이 많은 것을 해소해 줄 수도 있다’고. 


결핍 그리고 공감 . 

 ‘무언가 삶에서 꼭 필요한 요소가 결핍되어 있을 때. 우리는 그것에 간절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 결핍은 우리로 하여금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눈을 크게 뜨게 하고, 열심히 발로 뛰게 한다’는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몰랐던 스스로의 가능성과 잠재능력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고... 


근래 몇 년 간 삶의 결핍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새롭게 발견하신 본인의 재능과 그에 따른 결과에 대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야기 해주셨다. 그게 바로 결핍이 나쁜 것만이 아닌 이유라고. 그리고 그 경험들이 결국은 우리를 서로 이해하게 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해주기에 우리가 지금 서로의 말을 깊이 알아들을 수 있다고…  


희망. 

이사를 하면서 딸과 함께 집 앞에 보이는 공원 조각상 아래, 함께 살다 죽은 햄스터를 묻어 주셨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상징적 의식처럼, 하나의 인생이 겪는 삶의 과정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희망을 써내려가는 삶. 


“정산은 죽을 때 하는 거예요.”


농담처럼 하셨던 말씀이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로 머리에 길게 남는다.   



산을 내려와. 

한사람의 진한 인생을 듣고, 내 삶을 반추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낯선 누군가의 삶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집약적으로 들여다보고 내 삶 또한 들춰내 보이는 경험이었다. 글로 옮겨 적지는 않지만, 내게는 많은 울림을 가져다준 세세한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들을 가림없이 내어 보여주신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계획하고 계신 실용적인 방법들의 접목을 통한 코칭과 자기 변화 프로그램으로, 지금 열심히 쓰고 계신 책으로도 곧 다시 만나뵙기를… 


다시 학생들 틈에 끼어 앉아 산을 내려온다. 버스는 나를 도시 한가운데 내려주었고, 복작복작 사람들 사이를 걷다가 갈아탈 버스를 잡으려 힘껏 뛰려는 순간 멈췄다. 방금 나눈 대화가 다 사라져버리기 전에 무엇인가 꼭 적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낙타이기를 거부했던 나의 삶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까. 어떻게하면 나는 건강한 사자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언젠간 그 삶을 넘어 어린아이와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마음에 남은 대화의 여운이 다 사라지기 전에…

 


IP *.149.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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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9 10:58:08 *.145.103.48

수진님의 칼럼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의 수필같은 멋진 인터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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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2 08:30:38 *.94.171.90

저 역시 멋진 칼럼과 울림이 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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