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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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줄거리)
양재우란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서 잘난 작곡을 시작한 후, 조금 하다 보니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 대학가요제까지 나가고 싶어 작당을 해서리, 드뎌 예선무대에 참가하게 되었다는데... 쩝..
악보를 펴고 기타를 꺼내고 연습을 시작한 순간 여자동기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질 않았다.
“야, 어떻게 된거야? 엉? 왜 목소리가 안 나와? 어제 뭐 한거야?”
다급해졌다. 여자동기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이는 수준이 되었다.
“(목이 잠긴 목소리로)몰라, 나도 몰라. 어제 몸이 조금 으슬으슬해서 감기약 하나 먹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는거야~!! 나 몰라.. 어떻게 해..... 어쩜 좋아...”
막막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답답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는데, 선배 하나가 갑자기 뛰쳐 일어나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다려, 내 금방 다녀올게~!!’
그 맑던 날씨는 화창함에도 불구하고 손자국 난 유리창마냥 웬지 답답해 보였고, 상쾌하던 공기는 한없이 무겁고 불쾌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누구 하나 뭐라고 말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주변에는 사람들의 노래 연습으로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우리가 있는 자리에만 적막감이 깔린채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10분여가 지났을까. 사라졌던 선배가 다시 나타났다. 선배의 손에는 비닐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야, 어서 이거 먹어봐. 그럼 풀릴꺼야. 일시적으로 목이 잠긴 거니까 어서 먹어봐...”
이렇게 말하며 봉투를 건네는 선배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 비닐봉투 안에는 날계란 3개와 음료수가 들어 있었다. 아니 이걸 사러 도대체 어디까지 뛰어 갔다 온거야?... 분명 근처에는 슈퍼나 상점도 아무 것도 안 보였었는데... 선배의 따스한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 마음에 감동받아서일까, 날계란을 먹은 여자동기의 목이 조금씩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다행이었다. 천우신조(?)였다.
예선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홀 안으로 입장하였다. 넓은 공연장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대 가운데 사회자가 나와 설명을 하는데 당시 이름을 조금씩 얻어가던 개그맨이었다. 무대 주변으로는 심사위원들이 3명 정도 앉아 무게를 잡고 있었다. 사회자로 나선 개그맨은 말하길, 너무나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팀별 노래를 다 감상하다보면 예선에만 몇날 몇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래가 진행되면 본인이 박수를 유도할테니 이해해달라고 했다. 흠... 나의 명곡을 다 부를 수도 없는건가... 어쩔 수 없지.. 명곡은 조금만 들어도 누구나의 마음을 울리는 법이니까...
우리는 그날 순서의 중간 정도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서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첫 번째 참가자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역시 사회자의 공언대로 노래의 앞부분 1/3정도 들으니까 박수를 유도하여 노래를 끊어버리는 것 아닌가!! 당황한 참가자,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진다. 하지만 어쩌랴.. 들어가야지...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있었고, 내 마음은 이제 슬슬 떨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참가자가 사회자와 실랑이가 붙었다.
“아~!! 조금만 더 들어보시래니깐여~~!! 이제부터가 이 곡의 클라이막스에요. 이 곡은 여기가 제일 중요해서 여길 빼버리면 곡이 살지 않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들어보세요, 네? 심사위원 선생님들 괜찮죠, 조금만 더 불러도 되는거죠? 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참가자는 무대를 내려가야만 했다. 아마도 그때 조금만 더 부를 수 있었더라면 87년도 대학가요제 대상은 그 사람 차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50번대 참가자의 차례였다. 차분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공개홀을 아름답게 울리는 낭랑한 목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첫 소절부터 중간 흐름, 그리고 클라이막스와 차분한 마무리까지 어디 한군데 흠잡을 데가 없었다. 감성적 멜로디를 가진 곡에 딱 어울리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게다가 까만 드레스의 매혹적 자태까지. 박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나도 열심히 쳤다. 헤헤... 사회자도 노래에 취해 제지할 생각을 잠시 잊어버린 듯 싶었다. 한쪽에서 누군가가 ‘쟤 말이야, M본부 방송국장 딸이래...’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런가. 그래서 배려를 해주나... 한편 의심도 들었지만 그래도 실력이 되는데, 뭐.. 쩝.. 부럽다... 나중에 이 여자는 본선에 진출하여 「겨울비」란 노래로 금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마로니에’란 혼성그룹의 싱어로 한동안 활동한다. 이 그룹의 제일 유명한 노래가 「칵테일 사랑」인데, 아마 한두번씩은 들어본 기억이 있으리라. 안 들어봤다고? 클래식 외엔 음악도 아니라구? 수준이 상당히 높으신 분인 듯 싶다. 근데 이 수준 낮은 글은 왜 읽고 계신가... 쩝....
드디어 다음이면 우리 팀의 차례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거린다. 기타를 쥐고 있는 손에 땀이 맺혔다. 여자 동기의 얼굴을 봤다. 아니, 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얼굴이 하얐었지? 완전 백설공주 언니가 따로 없네... 숨 소리가 너무 거칠어 그냥 놔두면 심장마비가 걸릴 듯 해 보였다. 아마 얘가 넘어가면 나도 따라 넘어가리라.
‘긴장하지마, 그리고 힘 내, 홧팅하고!’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주었지만 기실 이것은 나에게 해주는 응원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긴장감이 손끝으로 전해온다. 물론 99% 뻥이다. 하지만 1%는 진실이다. 거꾸로 뒤집어 이야기 하자면 지금보다 99배 더 떨렸다는 표현이다.
앞선 참가자의 노래를 끊는 사회자의 멘트와 어중간한 박수소리가 들렸다. 무대 위를 나오는 참가자의 ‘이런 제길’ 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회자가 이젠 좀 지겹다는 표정으로 ‘다음 참가자 나와주세요!’하고 부른다. 자, 드디어 갈고 닦았던 기량을 만천하에 공개할 시간이다. 기타를 잡고 있는 손에 한층 힘을 주고 무대 위로 발검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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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우란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서 잘난 작곡을 시작한 후, 조금 하다 보니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 대학가요제까지 나가고 싶어 작당을 해서리, 드뎌 예선무대에 참가하게 되었다는데... 쩝..
악보를 펴고 기타를 꺼내고 연습을 시작한 순간 여자동기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질 않았다.
“야, 어떻게 된거야? 엉? 왜 목소리가 안 나와? 어제 뭐 한거야?”
다급해졌다. 여자동기의 목소리는 거의 울먹이는 수준이 되었다.
“(목이 잠긴 목소리로)몰라, 나도 몰라. 어제 몸이 조금 으슬으슬해서 감기약 하나 먹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는거야~!! 나 몰라.. 어떻게 해..... 어쩜 좋아...”
막막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찌해야 하나 답답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만 보고 있는데, 선배 하나가 갑자기 뛰쳐 일어나 달려가기 시작했다. ‘기다려, 내 금방 다녀올게~!!’
그 맑던 날씨는 화창함에도 불구하고 손자국 난 유리창마냥 웬지 답답해 보였고, 상쾌하던 공기는 한없이 무겁고 불쾌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누구 하나 뭐라고 말 꺼내기도 어려운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주변에는 사람들의 노래 연습으로 온통 시끄러운 가운데 우리가 있는 자리에만 적막감이 깔린채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10분여가 지났을까. 사라졌던 선배가 다시 나타났다. 선배의 손에는 비닐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야, 어서 이거 먹어봐. 그럼 풀릴꺼야. 일시적으로 목이 잠긴 거니까 어서 먹어봐...”
이렇게 말하며 봉투를 건네는 선배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그 비닐봉투 안에는 날계란 3개와 음료수가 들어 있었다. 아니 이걸 사러 도대체 어디까지 뛰어 갔다 온거야?... 분명 근처에는 슈퍼나 상점도 아무 것도 안 보였었는데... 선배의 따스한 마음이 참으로 고마웠다. 그 마음에 감동받아서일까, 날계란을 먹은 여자동기의 목이 조금씩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다행이었다. 천우신조(?)였다.
예선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홀 안으로 입장하였다. 넓은 공연장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대 가운데 사회자가 나와 설명을 하는데 당시 이름을 조금씩 얻어가던 개그맨이었다. 무대 주변으로는 심사위원들이 3명 정도 앉아 무게를 잡고 있었다. 사회자로 나선 개그맨은 말하길, 너무나 많은 신청자가 몰리는 바람에 팀별 노래를 다 감상하다보면 예선에만 몇날 몇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노래가 진행되면 본인이 박수를 유도할테니 이해해달라고 했다. 흠... 나의 명곡을 다 부를 수도 없는건가... 어쩔 수 없지.. 명곡은 조금만 들어도 누구나의 마음을 울리는 법이니까...
우리는 그날 순서의 중간 정도 되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서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첫 번째 참가자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역시 사회자의 공언대로 노래의 앞부분 1/3정도 들으니까 박수를 유도하여 노래를 끊어버리는 것 아닌가!! 당황한 참가자,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찌푸려진다. 하지만 어쩌랴.. 들어가야지... 시간은 점점 지나가고 있었고, 내 마음은 이제 슬슬 떨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참가자가 사회자와 실랑이가 붙었다.
“아~!! 조금만 더 들어보시래니깐여~~!! 이제부터가 이 곡의 클라이막스에요. 이 곡은 여기가 제일 중요해서 여길 빼버리면 곡이 살지 않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들어보세요, 네? 심사위원 선생님들 괜찮죠, 조금만 더 불러도 되는거죠? 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참가자는 무대를 내려가야만 했다. 아마도 그때 조금만 더 부를 수 있었더라면 87년도 대학가요제 대상은 그 사람 차지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50번대 참가자의 차례였다. 차분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공개홀을 아름답게 울리는 낭랑한 목소리가 퍼지기 시작했다. 첫 소절부터 중간 흐름, 그리고 클라이막스와 차분한 마무리까지 어디 한군데 흠잡을 데가 없었다. 감성적 멜로디를 가진 곡에 딱 어울리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게다가 까만 드레스의 매혹적 자태까지. 박수가 터지기 시작했다. 나도 열심히 쳤다. 헤헤... 사회자도 노래에 취해 제지할 생각을 잠시 잊어버린 듯 싶었다. 한쪽에서 누군가가 ‘쟤 말이야, M본부 방송국장 딸이래...’ 하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그런가. 그래서 배려를 해주나... 한편 의심도 들었지만 그래도 실력이 되는데, 뭐.. 쩝.. 부럽다... 나중에 이 여자는 본선에 진출하여 「겨울비」란 노래로 금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마로니에’란 혼성그룹의 싱어로 한동안 활동한다. 이 그룹의 제일 유명한 노래가 「칵테일 사랑」인데, 아마 한두번씩은 들어본 기억이 있으리라. 안 들어봤다고? 클래식 외엔 음악도 아니라구? 수준이 상당히 높으신 분인 듯 싶다. 근데 이 수준 낮은 글은 왜 읽고 계신가... 쩝....
드디어 다음이면 우리 팀의 차례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가슴이 쿵쾅쿵쾅 거린다. 기타를 쥐고 있는 손에 땀이 맺혔다. 여자 동기의 얼굴을 봤다. 아니, 얘가 언제부터 이렇게 얼굴이 하얐었지? 완전 백설공주 언니가 따로 없네... 숨 소리가 너무 거칠어 그냥 놔두면 심장마비가 걸릴 듯 해 보였다. 아마 얘가 넘어가면 나도 따라 넘어가리라.
‘긴장하지마, 그리고 힘 내, 홧팅하고!’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해주었지만 기실 이것은 나에게 해주는 응원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긴장감이 손끝으로 전해온다. 물론 99% 뻥이다. 하지만 1%는 진실이다. 거꾸로 뒤집어 이야기 하자면 지금보다 99배 더 떨렸다는 표현이다.
앞선 참가자의 노래를 끊는 사회자의 멘트와 어중간한 박수소리가 들렸다. 무대 위를 나오는 참가자의 ‘이런 제길’ 하는 소리가 들린다. 사회자가 이젠 좀 지겹다는 표정으로 ‘다음 참가자 나와주세요!’하고 부른다. 자, 드디어 갈고 닦았던 기량을 만천하에 공개할 시간이다. 기타를 잡고 있는 손에 한층 힘을 주고 무대 위로 발검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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