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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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청춘靑春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청춘이라는 한자어를 가만 풀이해보면, 만물이 모두 푸르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푸르다는 것은 무엇일까? 한창 푸르다... 지금 창 밖의 푸르름을 떠올리면 쉽게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새싹이 자라나 그 푸름이 더욱 짙어지는 것, 웬만한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을 만큼 한창인 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준비하는 계절...
그러고 보면 사람의 인생은 어쩜 저리도 자연을 닮았는가? 새싹을 아기 손가락에 비유하는 것도 그렇고, 젊음을 청춘이라 부르는 것도 그렇고, 나이가 들면 그 때를 황혼이라 부르는 것도 그렇다.
어느날 문득 나는 어디쯤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분명 청춘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나이 20대는 아니다. 서른을 하고도 여덟을 더 먹었으니,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어떤 이는 꺾어지는 나이라 말하기도 한다. 인생이 고개라면 이제 한참 고개를 올랐다가 내려가 는 때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이 가장 내 나이를 잘 표현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의 나이쯤 되면, 방황과 고민의 시기를 건너 다다르는 강 건너편과 같은 느낌으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의 스무 살은, 한창 푸르러서 내 자체가 꾸밈없어도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을 의식하기에는 힘든 나날이었다. 나 스스로의 절대성을 몇 번이고 무너뜨려야 했으며 사랑의 달콤한 행복도 또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음도 깨달아야 하는 서글픈 시기였다.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나는 어쨌거나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를 살고 있다. 그것도 서른을 한참 지나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나를 스쳐가겠지만 이제 조금 여유롭게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기고 나이를 들어가면서도 어릴적 의 순수를 전부 잃어버리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말이다.
나는 사실 갑갑증이 많이 느끼는 편이라 자주 여행을 꿈꾼다. 일상으로 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상상으로 끝나고 마는 때가 훨씬 많지만 그 상상은 내게 목마른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에 다다르는 느낌을 선사한다.
살면서 나는 무언가를 잃은 듯한 빈 공허감을 느낀다. 일에 묶이는 시간이 많아지고 내가 꿈 꾸었던 순수는 멀리 지평선 너머의 아지랑이처럼 막연하고, 나이와 관계없이 마음먹기에 달렸을 거라는 청춘은 공백 상태임을 느끼게 될때가 있다. 이제 청춘은 더 이상 내것이 아닌 것 같은 때가 있다.
일은 꿈꾸는 감성에 방부제를 뿌려 놓은 듯 내 하루하루의 일상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부딪혀야 하는 능숙하지 못한 사건, 사고들에 나는 또 한번의 고민을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게 생각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것은 역시 여행이다. 목마른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에 다다르게 해주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나는 또 하나의 여행을 계획했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나의 벗이며 오누이이며 스승인 은남언니와 희석이와 함께,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나는 조촐한 여행이다.
대학시절 이후로 배낭하나 짊어지고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기도 하고, 누군가와 24시간 내내 며칠을 함께 지내는 일이 아주 낯설게 느껴져 약간은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희석을 제외한 은남언니와 나는 생물학적 청춘은 아닐지라도 마음만은 청춘임이 분명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짐을 말한다.
장미빛과 같은 용모, 주홍색 입술,
탄력있는 손발이 아니라
늠늠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솟구치는 정렬을 가르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생물의 청신함을 말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한 쪽을 택하려는 마음을 뿌리쳐 버리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사무엘 울먼의 청춘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우리는 5월의 여행을 떠났다.
우리 여행 테마는 “이가 삼남매의 무 준비, 무 계획, 무 대책” 여행이다.
실제로 우리는 중국의 ‘웨이하이’를 간다는 사실 하나, 5월 18일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사실 둘, 5월 18일 3시10분에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사실 셋 외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누구하나 그것에 대해 염려하는 이도 없었고 사전에 확인하거나 체크하지도 않았다.
여행을 떠나는 그 시각 전까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의 일을 묵묵히 하고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서 만나면 되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그날 집에서 배낭을 메고 나오기 바로 직전까지 연구원 과제를 해야 했다.
5월 18일 1시에 아주 가볍게 준비한 배낭을 짊어지고 집에서 나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 비가 오네. 웨이하이는 비오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걱정 비슷한 걸 했구나 하는 생각에 쿡쿡 웃음이 났다.
어떤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가 삼남매가 떠나는 이 여행은 어떤 여행이 될까?
사뭇 설레여 가슴이 콩닥 콩닥 거린다. 버스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갔다.
저기 은남언니와 희석이가 보였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떠났다.
====================================================================
또다른 나에게로의 선물이자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여행, 돌아오자마자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가 있는 탓에 정리하지 못했습니다.한편으로는 너무나 아까워서 조금씩 조금씩 깨물어 먹고도 싶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고,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새록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조금 더 나 스스로를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여행기간 동안 우리는 “오늘의 베스트”를 뽑았습니다. 오늘의 베스트 중심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조금씩 올려보겠습니다 - (또 울궈먹는 연재 등장 .사부님 삐지실까요 ^^*)
IP *.128.30.50
그러고 보면 사람의 인생은 어쩜 저리도 자연을 닮았는가? 새싹을 아기 손가락에 비유하는 것도 그렇고, 젊음을 청춘이라 부르는 것도 그렇고, 나이가 들면 그 때를 황혼이라 부르는 것도 그렇다.
어느날 문득 나는 어디쯤 살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분명 청춘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나이 20대는 아니다. 서른을 하고도 여덟을 더 먹었으니,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다.
어떤 이는 꺾어지는 나이라 말하기도 한다. 인생이 고개라면 이제 한참 고개를 올랐다가 내려가 는 때에 해당된다는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이 가장 내 나이를 잘 표현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의 나이쯤 되면, 방황과 고민의 시기를 건너 다다르는 강 건너편과 같은 느낌으로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의 스무 살은, 한창 푸르러서 내 자체가 꾸밈없어도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을 의식하기에는 힘든 나날이었다. 나 스스로의 절대성을 몇 번이고 무너뜨려야 했으며 사랑의 달콤한 행복도 또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음도 깨달아야 하는 서글픈 시기였다. 누구나 그러했을 것이다.
나는 어쨌거나 이십대를 지나 삼십대를 살고 있다. 그것도 서른을 한참 지나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일들이 나를 스쳐가겠지만 이제 조금 여유롭게 그것들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가 생기고 나이를 들어가면서도 어릴적 의 순수를 전부 잃어버리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한채 말이다.
나는 사실 갑갑증이 많이 느끼는 편이라 자주 여행을 꿈꾼다. 일상으로 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상상으로 끝나고 마는 때가 훨씬 많지만 그 상상은 내게 목마른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에 다다르는 느낌을 선사한다.
살면서 나는 무언가를 잃은 듯한 빈 공허감을 느낀다. 일에 묶이는 시간이 많아지고 내가 꿈 꾸었던 순수는 멀리 지평선 너머의 아지랑이처럼 막연하고, 나이와 관계없이 마음먹기에 달렸을 거라는 청춘은 공백 상태임을 느끼게 될때가 있다. 이제 청춘은 더 이상 내것이 아닌 것 같은 때가 있다.
일은 꿈꾸는 감성에 방부제를 뿌려 놓은 듯 내 하루하루의 일상을 잠식해나가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부딪혀야 하는 능숙하지 못한 사건, 사고들에 나는 또 한번의 고민을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게 생각의 여유를 갖게 해주는 것은 역시 여행이다. 목마른 사막을 지나 오아시스에 다다르게 해주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나는 또 하나의 여행을 계획했고 많은 것을 포기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이번 여행은 나의 벗이며 오누이이며 스승인 은남언니와 희석이와 함께, 배낭 하나 짊어지고 떠나는 조촐한 여행이다.
대학시절 이후로 배낭하나 짊어지고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기도 하고, 누군가와 24시간 내내 며칠을 함께 지내는 일이 아주 낯설게 느껴져 약간은 긴장감을 주기도 했다.
희석을 제외한 은남언니와 나는 생물학적 청춘은 아닐지라도 마음만은 청춘임이 분명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가짐을 말한다.
장미빛과 같은 용모, 주홍색 입술,
탄력있는 손발이 아니라
늠늠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솟구치는 정렬을 가르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생물의 청신함을 말한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한 쪽을 택하려는 마음을 뿌리쳐 버리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사무엘 울먼의 청춘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우리는 5월의 여행을 떠났다.
우리 여행 테마는 “이가 삼남매의 무 준비, 무 계획, 무 대책” 여행이다.
실제로 우리는 중국의 ‘웨이하이’를 간다는 사실 하나, 5월 18일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한 사실 둘, 5월 18일 3시10분에 공항에서 만나기로 한 사실 셋 외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누구하나 그것에 대해 염려하는 이도 없었고 사전에 확인하거나 체크하지도 않았다.
여행을 떠나는 그 시각 전까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자기의 일을 묵묵히 하고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서 만나면 되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그날 집에서 배낭을 메고 나오기 바로 직전까지 연구원 과제를 해야 했다.
5월 18일 1시에 아주 가볍게 준비한 배낭을 짊어지고 집에서 나왔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 비가 오네. 웨이하이는 비오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이렇게 말하고 이 여행에서 처음으로 걱정 비슷한 걸 했구나 하는 생각에 쿡쿡 웃음이 났다.
어떤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가 삼남매가 떠나는 이 여행은 어떤 여행이 될까?
사뭇 설레여 가슴이 콩닥 콩닥 거린다. 버스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갔다.
저기 은남언니와 희석이가 보였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웃었다. 그리고 우리는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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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나에게로의 선물이자 소중한 경험이 되었던 여행, 돌아오자마자 바쁜 일상으로 되돌아가 있는 탓에 정리하지 못했습니다.한편으로는 너무나 아까워서 조금씩 조금씩 깨물어 먹고도 싶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보냈던 시간들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고,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새록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조금 더 나 스스로를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지요.
여행기간 동안 우리는 “오늘의 베스트”를 뽑았습니다. 오늘의 베스트 중심으로 시간이 나는 대로 조금씩 올려보겠습니다 - (또 울궈먹는 연재 등장 .사부님 삐지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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