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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4일 01시 00분 등록

  1995년 10월 16일. 이날은 현재 재직중인 회사에 첫발을 디딘 날이다. 그로부터 한달뒤 나는 현장에 처음으로 투입 되었다. 첫임무 과제는 대학시절 레크리에이션 경력을 무기로하여 야유회동안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참가자는 방문판매 영업 주부사원들.

  총각인 입장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겪은 영업 조직원들을 대상으로한 게임은 처음이었던 탓에 예상대로 그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였다. 어쩌나? 신입 이었지만 그래도 밥값을 해야할텐데. 할 수 없다. 히든카드를 꺼낼 수밖에. 나는 준비된 상품들을 그녀들 앞에서 꺼내들고 이렇게 외쳤다. ‘자, 이제부터 디스코파티를 진행할건데 반주되는 음악에 맞춰 가장 섹시하게 춤을 추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여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나의 이멘트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던 그녀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투적 눈빛을 드러내며 열정적으로 정말 뜨겁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상에 상품을 거니까 이렇게 행동이 달라지다니? 참석자중 한분이 1위 시상품에 욕심을 내셨는지 갑자기 윗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위로는 브래지어 하나만 걸치시고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생각해보시라. 11월 추운 날씨에 상품 하나에 목숨(?)을 걸고 육중한 몸으로 야한 속옷을 뽐내며 야외에서 춤을 추시는 그녀의 모습을.

 

  내가 사회라는 무대에 첫발을 디뎌 처음 조우한 당시 40대 초반의 대한민국 아줌마의 모습은 한동안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회생활 앞으로 참힘들겠다. 저런 무시무시한 아주머니들을 계속 상대해야 하니.’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와같은 액션을 보여줄수 있는 그녀들의 에너지와 열정의 근원이 궁금해졌다. 단순한 상품 시책만이 아닌 그녀들만의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업무를 통한 방문판매 주부영업 조직원들과 생활을 함께한 것이 13년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법. 당시 어리버리한 모습에 얼굴이 빨개져 당황해 하던 만년 총각같던 나의 모습도 조금은 능글능글하게 변하여 갔다. 외적인 변화와 함께 영업부와 교육부서를 넘나들다보니 그녀들의 애환과 세일즈의 세계를 공유할수록 한분 한분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의 꿈 및 자아실현을 위해, 돈을 벌기위해, 기타 여러 가지 동기에 의해 세일즈라는 직업을 자의든 타의든 선택한 그녀들이지만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입사부터 정착까지 고민과 좌절, 포기, 재기, 성공의 여러 단계들을 겪게된다. 남자들은 군대 초년병시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서럽게 먹던 초코파이를 통해서 세상의 쓴맛을 처음 알게되고, 여자들은 결혼을 해서 출산이라는 경험을 통하여 또다른 세상과의 조우를 하게된다. 거기에 이런 세일즈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들은 가정을 책임지는 전통적인 일반적 남성들 이상으로 세상이라는 풍파에 대해 정면으로 대항을 한다.

 

  이책은 대한민국 평범한 주부였던 ‘나떴다’ 여사가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떠나 사회라는 세상 가운데로 진입을 하는 가운데, 교육 및 코칭을 통하여 일어나는 여러 애환 및 변화 과정들을 엮은 것이다. 독자들은 책을 읽어나가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그녀에게서 슬픔과 애처로움을 넘어 공감 나아가 희망을 발견할수 있게 될 것이다.

 

  이시간에도 삶의 전원을 ON 시키면서 자신의 재능을 열정이라는 무기로 뜨겁게 점화시키는 이들이 있다. 내가 만난 그녀도 삶이라는 버거운 무게에 굴하지 않고 가슴속 한줄기 희망을 바탕으로 당당히 세상에 우뚝선 주인공이다. 우리는 그녀를 통해 안전지대에서 도전지대로 나아가기 위한 자극과 용기를 부여 받는다. 이땅의 모든 그녀들에게 이책을 바친다.

 

노랑 애벌레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었습니다.

"저, 나비가 뭐죠?"

"나비는 미래의 네 모습일 수도 있단다. 나비는 아름다운 날개로 날아다니면서, 땅과 하늘을 연결시켜 주지. 나비는 꽃에서 꿀만 빨아 마시고,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사랑의 씨앗을 날라다 준단다."

-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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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깽이
2010.01.04 09:09:17 *.160.33.244

첫 마디가  책의 첫인상이다.   첫인상이 그 사람에 대한 느낌을 좌우하듯 말이다. 
어떻게 시작할까 ?    글을 두려워 하지 마라.   묶인 정신이 놓여야 글이 디스코를 탈 수 있다.  
네 레크레이션에 삘 맞는 아줌마들 속에서 점증되는 엑스터시가  글로 흐르게 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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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2010.01.05 18:02:15 *.94.245.162
하늘에서 하얗게 기쁜 눈이 내리는 것과는 달리 가슴 한가운데가 막힌것
같은 기분이 드는것은 왜일까요.
타인들은 무언가 풀어내라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그무언가가 뭔지를
제가 인지를 잘못하고 있으니.
뼛속 깊이 내려가지 못해서인가요 아니면 노력부족인가요.
결국엔 모든 진리가 그렇듯이 제가 답을 찾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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