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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8일 10시 17분 등록
더 이상 하찮다고 부르지 마라


 

말을 하기 위한 자격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았던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 수단이 목적이 되어버린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 것인지, 왜 이렇게 끝없이 달리고 있는지

기계처럼 달리는 다리를 잠시 세워 잠시 묻고 싶었다

 

산에 오르고 싶으면, 등산화를 사기 위해 돈을 버는 데에만 집중하지 말고

허름한 운동화라도 좋으니, 조그만 구릉이라도 좋으니

나무와 친해지고, 산공기와 친해지고, 네 다리에 근육을 만들어라

 

말을 하고 싶으면, 책을 뒤지지 말고 입을 열어라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지 말고 네 속의 이야기를 해라

생각의 근육을 만들고 혀의 근육을 만들고, 글의 근육을 만들어라

 

때때로 네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너의 지식을 살찌우게 할 수는 있어도

지방이 되어 네 생각의 여기저기 비집고 들어와 정작 너의 본모습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네게 필요없는 지방은 종종 근육을 이용해 태워버려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라

 

시간은 지식을 쌓아줄 수는 있어도, 감정을 쌓아주지는 않는다

말하고자 결심했을 때가 그대가 말할 때이고

산에 오르고자 결심했을 때가 그대가 신발끈을 묶을 때이다

시간은 너의 결심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준비하는데 네 모든 것을 버리지 말아라

 

째깍째깍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에, 틱틱탁탁 끊이지 않는 타이핑 소리에  

심장의 박자는 침묵의 소리로 바뀌어 버린다

 

터질듯한 심장소리의 비트에 네 몸을 맡겨두어라

너와 제일 가까운 가장 아름다운 그 박자에 너를 맞춰

언젠가 주위의 소리에 너무나 길들어져 네 심장소리가 침묵의 소리로 바뀌면

주먹을 불끈 쥐고 심장을 퉁퉁 두들겨 다시 뛰게 하여라

 

더 이상 하찮다고 부르지 마라

네 심장의 근육은, 네 생각의 근육은, 네 글의 근육은  

바로 그 하찮음으로부터 시작된다

 

 

 

IP *.244.197.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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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깨이
2010.01.19 20:15:41 *.160.33.244

배가 부르면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너무 많은 말을 들으면 해를 입을 수 있다. 
정신도 육체와 같아
적당한 만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내 기억이 맞다면
바이런은 서른 일곱에 그리스에 참전했다 죽었고, 
셀리는  서른에 바다에 빠져 죽었고,
존 키츠는 겨우 스물 여섯에 병사했는데, 
그들이 모두 한 때 영국의 낭만파를 대표했었다.
그들은 천재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인물들이었으니
너는 이미 서른이 넘고도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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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1 19:04:36 *.168.23.196
처음에 이 제목을 생각했던 것은 <롱테일 경제학>을 읽으면서
긴꼬리에 있었던 기존의 '하찮음' 들이 더 이상 하찮지 않을 수 있겠다. 오히려 그것이 강점이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의 꼭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하찮음'과 '위대함'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쓰려 했으나,
쓰다보니 지난 1년간 지독히 연습한 탓인지, 제 속의 하찮음에 대해 쓰게 되었네요

사부님, 걱정마십시오
예전부터 하고 싶은 말을 못했던 적은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쎄이 Way'로 말할 수 있을까 고심할 뿐이지요^^
따끔한 충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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