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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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현재를 잡아라'는 뜻의 라틴어 경구입니다.
1990년 개봉된 미국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아이들에게 외치며 유명해진 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키팅 선생은 대학 진학을 위해 규격화된 일상을 되풀이하고 있는 '범생이' 학생들에게 꿈과 낭만을 갖고 자신만의 삶을 살 것을 강조합니다.
최고 대학에 가기 위해 공부의 신(神)이 될 것을 요구하는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키팅 선생 같은 분이 그리워 집니다.
존 키팅(John Keating) :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Gather ye rosebuds while ye may)’, 이걸 라틴어로 표현하면 ‘카르페 디엠’이지.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믹스(Meeks) : ‘카르페 디엠’, 그것은 ‘현재를 즐기라’는 말입니다.
존 키팅 : ‘현재를 즐겨라’, ‘시간이 있을 때 장미 봉우리를 거두라’, 왜 시인이 이런 말을 썼지?
찰리(Charlie) : 그건 시인이 성질이 급해서요.
존 키팅 : 아니, 땡! 대답에 응해준 건 고맙네. 왜냐하면 우리는 반드시 죽기 때문이야. 믿거나 말거나. 여기 있는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숨이 멎고 차가워져서 죽게 되지. (역대 선배들의 사진을 바라보며) 이쪽으로 와서 과거의 얼굴들을 지켜봐라. 너희와 별로 다르지 않아. 너희처럼 세상을 그들 손에 넣어 위대한 일을 할 거라 믿고, 그들의 눈도 너희들처럼 희망에 가득 차 있어.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시기를 놓친 걸까? 왜냐하면 이 사람들은 죽어서 땅에 묻혀 있는지 오래니까. 하지만 여러분이 잘 들어보면 그들의 속삭임이 들릴 거야. 자, 귀 기울여 봐. 들리니? 카르페, 들리나? 카르페, 카르페 디엠.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단순히 즐기라는 쾌락적인 의미보다는 현재를 놓치지 말고 충실히 살라는 말에 가깝습니다.
시인 박노해는 카르페 디엠의 뜻을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3일 연휴가 바람처럼 지나갔습니다.
연휴의 끝자락이 되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내게 주어진 하루가 다 지나가는데 만족스러운 발자국을 찍지 못한 미안함 때문입니다.
이런 날에는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다.”라는 글귀가 떠오르고 부끄러워집니다.
현재를 잘 보내려면 일상의 소소한 것에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이런 느낌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주위의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잠시 멈춰 설 수 있어야 합니다.
산에 올라갈 때 빨리 올라가는 것에 목적을 두게 되면 우리는 들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잠시 멈추어 서서 꽃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는 함빡 이슬을 머금고 있는 들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도 이와 같습니다.
잠시 멈춰 섰을 때 우리는 그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눈을 뜨게 되고 그 깨달음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됩니다.
그렇기에 사소한 하루는 없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쓴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물론 매일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새벽을 깨울 작정입니다.
그것이 눈부신 하루의 시작이며 행복의 선택이니까요.
오늘은 오늘의 길을 가라
지금 그대 앞에 놓인 길은
그대가 걸어야 할 오늘의 몫.
아직 내일의 길은 오지 않았다.
오늘의 끝에 가 닿아있는
내일 길은 내일의 몫.
그러므로 그대는 오늘 오직, 오늘의 길만 가라.
그리고 행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