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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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이 그린 왼손

왼손이 그린 오른손

왼손이 그린 오른손

오른손이 그린 왼손
제작년이었던가... 작년이었던가 동화스터리그룹 리더가 손을 5개이상 그려오라고 한적이 있었어요. 오른손, 왼손 모두 그려오라고. 딱히 손 모델 해줄 사람이 없어 제 손을 보고 그리는 데, 오른손 그릴 때 난감하더라구요. 처음에는 거울을 비친 왼손을 그릴까 했는데, 그걸 먼저 해본 멤버가 그게 훨씬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리곤 사진찍어서 모니터에 띄워놓고 했다고 하는데, 전 그건 싫었거든요. 그냥 왼손으로 그리자 했는데 왼손은 연필쥐는 힘이 없어서 난감했습니다.
전 오른손 잡이거든요.
그래서 왼손으로 천천히 오른손을 보고 그렸죠.
선들은 구불구불해지고 부드러워졌고.
왼손은 오른손만큼은 아니어도, 어차피 두 눈으로 보고 보니까 보는 방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선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비슷할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전 왼손으로 그리면 아주 너그러워져요. 잘그리고 싶어서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것을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덜하게 됩니다. 우연이 만들어진 것도 더 많이 수용하고. 대하는 태도와 수용하는 폭이 달라지니 그림이 많이 달라지더군요.
그래서 가끔 왼손으로 그릴 때가 있어요. 그림에 제가 의도 하지 않는 어떤 것이 끼어들길 바라면서.
가끔은 그림 외에 다른 것에서도 이렇게 너그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잘하는 것, 좋은 것, 잘 된 것 .. 그런 것들만 추구하다 보니 삶이 강팍해 질때가 많아요.
저는 '더.. 더... 조금 더, 완벽하게, 조금 더..'하는 삶을 사는 쪽이거든요. 그러니 일상에서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저 자신에게도 또 타인에게도.
있는 그대로를 수용한다는 것은 '~하다'라고 알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후에 '~하다. 그러니...~하자.'까지 이르러야 수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왼손이 그리는 그림을 더 오래 기다리고, 함부로 구겨버리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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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게 칼럼을 쓰지 않으니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서,
그림과 함께하는 이야기를 조금씩 써보려고 합니다.
글을 안써 버릇하니 막상 쓰려니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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