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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12일 14시 5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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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이라는 것은 인생의 순환주기와 같다.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가기전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푼다. 준비운동과 같다.

가벼운 몸놀림이 시작된다. 탐색전이 시작 되었다.

조금씩 땀이 나기 시작한다. 풀무질이 이루어 진다.

숨이 가빠온다. 긴장, 흥분, 기대감이 차온다.

절정에 치다른다. 본격적인 액션이다.

숨을 천천히 내쉬며 정적인 동작으로 내려온다. 갈무리로써 점검과 피드백을 해본다.

마지막 호흡과 동작으로써 처음 상태로 돌아온다. 원점이다.

내일 다시 시작한다. 똑같은 동작의 반복이다.

 

그래도 그렇지 그리스까지 와서 댄스 교습 이라니. 마음으로는 피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그래도 단체 행동이기에 못이기는척 따라할 수밖에 없었다.

현지의 건장한 남성 두사람의 강사가 급하게 초빙 되었다. 환호하는 여성 동무들.

반면 기대했던 여자 강사분이 오질 않아 실망하는 남성 동지들의 한숨.

에휴~

대형을 유지하고 기본적인 발스텝 등의 코치가 이루어졌다.

하나둘 하나둘.

이런 유치원 재롱 잔치도 아닌데 이건 내가 봐도 뒤뚱 거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남극 펭귄 신사가 귀엽게(?) 춤을 추는 형태를 빼닮았다.

그래도 이런 모습을 신경쓸 여력이 없다. 동작을 따라하는 것만해도 급급하기에. 그렇지 않으면 혼자 틔어 보이고 대형이 흐트러지게 되니까.

 

대학교 레크리에이션 강습회 때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도 이러하였었지. 타고난 몸치인 탓으로 댄스 과목 시험에 앞서 남보다 더욱 열심히 하여야 했었다.

강습이 끝나고 모두가 돌아간 후에도 혼자 밤늦게 강당에 남아 동작을 떠올리며 반복 연습을 하고 턴을 하였었지.

당시 무지 힘들었지만 아직도 기억속에 존재하는 감정은,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마지막 땀의 한방울까지 흘리고 난다음에 느껴지는 째지는 기분 그무엇 이었다.

 

무언가 열중 한다는것 무언가에 집중 한다는 것처럼 아름다운 모습이 또 있을까.

초등학고 꼬마 녀석이 두발 자전거를 배우는 가운데 계속 넘어짐에도 다시 페달에 발을 올리는 모습은 가슴을 뛰게 한다.

아시안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이 메달의 목표를 가지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에 몰입하는 모습은 집념의 화신을 떠올리게 한다.

수험생들이 앞날의 미래를 꿈꾸며 밤을 벗삼아 교과서를 탐독하는 모습에 대한민국의 희망이 느껴진다.

아침 출근길 흔들거리는 지하철 복잡한 가운데에서도 손잡이를 잡은채 책장을 넘기는 아가씨의 모습은 눈부시다.

버스안 좌석에 앉아 손자에게 줄 스웨터를 뜨기 위해 한올 한올 손을 놀리는 할머니의 모습은 사랑이 가득하다.

쌀쌀한 날씨속에 일흔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않게 우람한 근육을 자랑하며 인라인 스케이팅으로 코너를 질주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청춘 예찬 그자체이다.

남편은 오늘도 사무실에서 늦게까지 야근이다. 그럼에도 가족들을 위해서 땀을 흘리는 가장의 모습은 밤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다.

가정에 보탬이 되기위해 추운 겨울에도 고객들에게 홍보 작업에 여념이 없는 세일즈 우먼들의 모습은 찬란하다.

동안거(冬安居)에 들면서 하나의 화두를 붙들고 참선에 빠지는 스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세상의 등불이다.

새벽 4시. 교회 예배당에 모여 자신 보다는 청소년들과 세상의 평화를 위해 끝없이 기도 올리는 소록도 나환우 분들의 목소리는 세상을 울리는 아리아(aria) 이다.

남보다 새벽을 깨우는 활동을 하는 모든 이들의 땀방울은 찬란한 미래를 꽃피운다.

 

어눌한 몸짓, 어설픈 스텝, 무얼해도 뽀다구가 나질않는 춤동작 속에서도 화음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열공을 하는 자신의 모습.

결과야 어떻든 그시간 사람들과 함께하는 모습.

누구보다 땀을 많이 흘려 속옷이 젖어 나감에도 손동작을 펼치는 모습이 또한 아름답다.

 

예정된 시간이 끝이 났다.

몸과 마음이 흠뻑 젖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아 그제서야 휴식을 취한다.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 무언가에 힘을 다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마친 다음에 한잔 들이키는 시원한 물 한잔은 땀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써 나를 채운다.

수고했다.

 

p.s : 김하수 선생님의 사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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