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해 좌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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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58 - 에필로그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마주했을때 나는 나의 무지함에 너무 놀랐다.
죽음과 죽어감이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명사이며 동사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다행히 책장에는 <티벳 사자의 서>와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벳의 지혜>라는 책이 있었다.
나는 외롭고 슬프고 처절한 그 순간에 이 책을 꼭 붙들고 열심히 읽었다.
날마다 읽었다. 시간이 날때마다 읽었다.
그리고 위로를 받았다.
죽음을 주제로 책을 쓰기로 한 후
죽음에 관한 책을 적어도 100권은 읽었다.
그중 30권은 북리뷰를 했다.
그리고 떠돌아 다녔다.
더 나은 죽음이 어디 없을까 하고 온 세상을 돌아다녔다.
즐거운 시간도 많았고
희망에 불타 곧 뭔가 발견할 것 같은 순간도 있었다.
이 사람이야말로 은인이다 라고 생각되는 친구들도 만났다.
그러나 언제나 내책임이며 결국 혼자 가야한다는 믿음에 쫓겨
항상 외로웠다.
사람의 위로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에 죽음이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그 모든 방황의 끝에
다시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티벳의 지혜로 되돌아왔다.
여기서 시작한 죽음에의 탐구가
여기서 새로운 삶에 대한 탐구로 전환하게 될 것 같다.
이제는 안심이다.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가면 된다.
이제는 나의 기쁨으로 삶과 죽음을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간은 준비하고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데 자신의 삶을 다 소모한다.
...단지 전혀 준비하지 못한 다음 생을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과 나누어 먹으려고 와플을 굽고 있다.
과자굽는 냄새가 향긋하다.
오랫만에 사람사는 집에 돌아온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