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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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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8일 02시 02분 등록

 지금은 전문가의 시대란 말을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고 서점에 가면 전문가가 되는 방법론에 관한 책들이 자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0년의 법칙,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이 시간을 많이 들이고 노력을 하면 전문가의 반열에 들어설 수 있다는 말 또한 지금은 익숙해진 말이 되었다. 그런 것들을 보며 처음에는 일단 분야를 하나 정해서 무작정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뭔가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거기에 가끔 인터넷 상에 오르는 유망직종들을 보면 나에게 맞는 것이 없나 살펴보면서 전혀 나와 맞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리스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기도 하였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가고 하고자 하는 분야가 하나 생기에 되었다. 학교를 다시 들어가고 공부를 하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자체로 왠지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학교이외에 여기저기 강의를 들으러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으면서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때였다. 그들은 표면적으로는 전문가가 맞았다. 사회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고, 그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느 정도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고, 본인 또한 그것에 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양이 얼마인지 그리고 소위 실력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 길지 않은 만남으로 파악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긴 시간의 만남에서도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그 실력을 투명하게 볼 수 없게 만들기도 하였다. 같은 전문가들이 그들을 봤을 때 저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보면서 시간을 투자한다고, 내 머릿속에 지식을 집어넣는다고, 그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전문가가 되면 거기에 걸맞은 태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고. 하지만 자신의 그 전문성이 잘못된 태도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전문성을 위해 1만 시간을 투자하는 것과 동시에 나의 올바른 태도를 만들어 가는 데는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실력은 꾸밀 수 있지만 태도는 꾸밀 수 없다는 말을 하였다. 태도는 단 시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로서 아무리 높은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는가 그 사람의 태도가 전문성을 가로막고 있는데.

 나 또한 그런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쥐꼬리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문용어를 써가면서 괜히 뭔가 있어보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했던 내가 보인다. 스스로의 실력을 아니 그걸 드러내 보이는 사람들은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었다. 참 고약한 짓을 얼마나 하고 있었던 걸까? 하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확 올라온다. 다른 이들의 그런 모습은 참지 못하면서 나도 그 앞에서 거리낌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나의 그릇된 태도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얼마나 주며 살았던 것일까?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 것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횟수를 줄일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금만 배려를 한다면 아니 배려를 하는 것도 아닌 그저 자기 자신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기고만장해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의 시선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전문성이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마음이 자기 자신을 검토하기 전에는 진정한 철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윌 듀랜트는 말했고, ‘너 자신을 알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위대한 철학을 낳은 사상가들 중에도 스피노자는 다정한 성격 때문에 마지막 가는 길까지 외롭지 않았지만, 쇼펜하우어는 오만함 때문에 헤겔과 맞붙어 결국 자신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었다. 인간은 관계를 떠나서는 살수가 없고,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을 할 수는 없다. 연구는 혼자 할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자신만의 전문성을 내세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나아가는 데는 반드시 다른 이들의 도움과 다른 분야의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할 것이다. 만약 모든 전문가들이 자기만의 성 꼭대기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발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용어가 되어버릴 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검토하는 시간을 진지하게 가진다면 머릿속에 지식을 쌓는데 만 몰두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전문가의 눈으로 봤을 때 보이는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문제라면 한번이라도 다시 생각해보고 전달해주는 전문가로서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는 더 많은 전문가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진짜 전문가를 찾아내는 기준에 그들의 태도도 해당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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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 아는 모습에서 세상을 안을 수 있는 모습으로의 변화가 더욱 필요할 것이다.

IP *.139.1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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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7.18 07:56:29 *.38.222.35
엇.. 그림 너무 이쁘다... 언니가 그런거징??  다시 그림그리기 시작했다더니. 역시.. 능력자야..

정말 '사람됨'이 훌륭한 사람 찾기가 점점 더 하늘에 별 따기인듯..

사실 나는 훌륭하기까지 바라는 건 아닌데, 기본적인 예의만 좀 갖춰졌음 하는 건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참 많아서 열받을 때가 종종 있다능..

언니 글 보고 얻은 교훈... '전문가가 되기전에 사람부터 되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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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13:58:04 *.139.110.78
그림 이쁘게 봐줘서 땡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거였어. 사람부터 되자!^^
나부터도 좀더 신경쓰면서 살아야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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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07.18 09:08:25 *.166.205.132
다양한 끼를 보여주는 미선! 그림이 느낌이 확 오는데~!
요새 엄청 웃고 다니는 듯~ ^^

지난번 오프모임때 엄청 변한 미선을 느낄 수 있었다우.
'걱정인형'을 나눠주고 오징어를 찢어주는 배려와 화사한 웃음에서 전해지는 편안함.
그대는 다정한 전문가가 될 것임에 틀림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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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14:00:05 *.139.110.78
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변하고 있다니 다행이에요^^
오빠의 댓글로 힘이 나네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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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7.18 12:03:53 *.163.164.176
요즘 내가 생각하는 화두에 가르침 하나를 얻어간다.
나의 밥벌이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견딤의 방향을 어디로 정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온통 그 생각만 하느라고 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미선의 글을 읽고
나의 생각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보아야 겠구나 하는 배움을 얻었다.
수고했다. 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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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14:01:46 *.139.110.78
저의 글이 도움이 됐다니 기분 좋은데요^^
오빠에겐 7월이 참 땀을 많이 흘리는 한 달인 것 같아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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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14:16:17 *.124.233.1
전문가가 되고 싶은데, '좋은, 함께 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은 거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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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8 14:23:10 *.45.10.23
멋져 미선아~
웃음의 혁명 웃음의 변화가 드디어 시작되고 있구나 
글에서도 그림에서도 느껴진다 
좋다 

베르그송의 웃음이라는 책이 문득 생각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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