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가루(박신해)
- 조회 수 7821
- 댓글 수 176
- 추천 수 0
오랜 내전 중에 부셔졌던 코트디부아르 잔잔 지역의 초등학교가 새 단장을 하고 신입생을 맞았습니다. 교실 뒤
에는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아기를 업고 온 늦깎이 신입생 소녀도 있습니다.
==========================================================================
새로운 시작!!
- 새벽기상 : 4시 30분
- 새벽활동 : 즐겁게 영어 공부하기,
책읽기-그동안의 독서와는 다른 자주적이고 비판적 의식을 갖고 책읽고 독서일지 작성
그 꿈을 위해, 저 아이들 만날 그 날 위해 훨~훨~ 날 수 있도록 남은 100일도 화이팅~~~!!!
[2013/03/11 Mon 57일차]
2년 전, 오늘. 2011년 3월 11일. 일하는 도중에 동생한테서 문자가 왔다.
일본에 지진 났대. / 거짓말 하지마
이 날은 내가 10여 년 넘게 다니던 직장 생활의 마지막 날이다. 내 송별식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아쉽지만 즐겁게 업무를 마무리 짓는 중이었다. 마흔이 넘긴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일본 어학연수를 준비해왔다. 그리고 드디어 4월 7일 입학식인데... 5시 30분 경 TV 화면에 비친 장면에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동일본 대지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왜 하필 지금이야? 라는 생각은 했었다. 강도 9에 가까운 지진에 2m가 넘는 엄청난 쓰나미... 여진이 남아있긴 해도 큰게 한번 훑고 지나갔으니 괜찮을것 같았다. 근데 그보다 더 엄청난 일이 터졌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전세계가 경악했다. 그 곳에서 새어나오는 방사능과 세슘... 모든게 올 스톱이었다. 일본에 살고 있던 교포와 유학생들이 속속 귀국하고 미국은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실어날랐다. 일본 현지 대학을 비롯한 모든 학교와 어학원의 입학식도 기약없이 연기되었다. 내 전화기도 불이 났다. 어찌할 것이냐고, 당연히 못가는거 아니냐고... 가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도 내 입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냥 기다려보고... 쫌 기다려보자고... 2남 5녀 칠남매 중 여섯 째인 나. 이 많은 식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루걸러 전화를 해댄다. 가지마라고... 너무 위험하다고... 어르다가, 부탁하다가, 급기야는 화를 내는 언니. 너는 가족도 없냐고, 왜 너 혼자만 생각하냐고... 너 가버리면 식구들은 매일 걱정 속에 살텐데 그래도 가고싶냐고.
미칠 것 같았다. 유학비자도 나이가 많고, 최종 학교 졸업한지 오래되서 쉽지 않을 것이라 했었기에 비자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뻤었는데... 이게 웬... 왜 하필 이 시점에... 아니야, 지금 터졌으니 오히려 다행이야. 만약 나 일본에 있을 때 지진 났더라면 우리 식구들 완전 패닉 상태일거야. 책을 읽었다. <20대, 세계무대에 너를 세워라(김영희)>, <멈추지 마, 다시 꿈부터 써봐(김수영)> 마음 다스리기 힘들었다. 예정 되었던 날짜보다 2주가 늦기는 했지만 나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걱정을 뒤로 하고 도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혼자 경주에 살고 있는 것을 걱정하시는 부모님께는 감히 말씀도 못 드리고 비밀로 하기로 하고서...
이미 지난 일이라 지금이야 그리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때에 전세계가 얼마나 놀라고 심각했었는지. 일본에서 지내면서도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한국에서 날라오는 근거 없는 소문들이었다. 더 큰 지진이 올 거라는 둥. 9월 25일에 도쿄 전체가 어둠 속에 싸여 있을거라는 어느 점술가의 말에 소문이 흉흉했었다. 일본 도착 후, 며칠 안 되어 잠자는데 2층 침대가 흔들렸다. 헉.... 이거구나... 잠깨어 한동안 잠들지 못했었다. 그러기를 몇 번하니 익숙해지더라. 어찌됐든 나는 무사히 돌아와 한국에 있다. 일본인 전체에게도 2011년 3월 11일을 잊을 수 없겠지만 나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제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대재앙 두가지 중 하나...
복학하고 학과공부와 동아리, 그리고 연애 세가지를 다 잡기위해 몸이 두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교내를 뛰어다니던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는데, 학교 식당의 대형 tv에 영화같은 장면이 펼쳐지더군요.... 9.11 테러...
9월 11일인지, 12일인지 잘 모를 그때 시간은 오전 9시 에서 10시 사이였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두번째는 회사였는데...
영업부에서 운영부(내근 관리)로 팀을 옮기고 새로운 팀에 한창 적응하는데... 퇴근 무렵, 도호쿠 지방에서 지진에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땐 퇴근할 마음에 급해, 일본 담당자만 조금 더 고생하려며 일찍 퇴근했었지요.. 그날 저녁과 다음날아침을 보내며 상황이 심각함을 알게되었습니다. 물론 우리 회사도 미야기 센다이 기항서비스를 잠정 중단했고요. 재개하기 까지는 1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게 벌써 2년전 이맘 때군요. 흠.... 누나 덕에 뒤돌아 봅니다.
[2013/03/16/Sat 62일차]
여행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몇 가지. 먼저 여행 장소, 함깨 하는 사람들, 내 건강상태, 그리고 중요한거 하나 더! 날씨다. 그리던 경주에 내려온 나를 환영하듯 따뜻한 봄날씨로 날 맞아준다. 꺄~~ 날씨 환상이다. 안강(경주에서 20분 떨어진 작은 읍)에서 경주로 달린다. 잘 닦여진 넓은 도로가 있지만 내가 좋아했던 구불구불 좁은 길을 창문 열어놓고 달린다. 그 장소, 개나리 꽃길에는 어김없이 개나리가 피어있다. 와... 역시 멋진 꽃길. 이번 경주여행은 남산 둘레길 걷기다.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전해오는 나정에서 시작하여 포석정까지. 신라의 탄생부터 멸망을 상징하는 곳을 두루 볼 수 있겠다. 나정에 도착하니 역시나 답사 한 팀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아싸~~ 좋은 기회라 생각하며 귀기울여 듣는다. 해설하시는 분은 그 유명한 경주 남산 박사 김구석선생님이다. 설명 들으며 오늘 우리가 갈 곳을 생각하면서 어디로 가야하지? 안내판이 있다더니 어디에??? 딴 생각하고 있는데 해설사분이 말씀하신다. 저 쪽에 양산재 저~~쪽 탑이 창림사지 탑...이라며 답사객한테 설명하신다. 내 생각을 읽으셨나??? 내 질문에 딱 맞는 답을 해 주신다. 오늘 우리 일정의 가이드는 다 정리된 셈이다.
바람이 좀 세긴해도 환한 햇살이 눈부시게 가루되어 부서지고 여기저기 새싹들이 돋아나고, 개나리, 목련이 피어있고, 논은 어느 덧 새로 자란 풀들로 푸르다. 산길, 밭길, 논두렁을 마냥 걷는다. 농사철에는 들어갈 수 없는 논 한가운데 유적도 아직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는 거리낌없이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좋다. 신라 6촌장을 기리기 위한 사당인 양산재를 지나 매화를 감상하며 마을 주변을 지나니 몇 개 남지 않은 신라시대 우물도 있고, 멋진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왕릉에 기대어 누워 하늘도 바라본다. 진달래도 따 먹고, 끙끙대며 산길을 오른다. 어디로 가야하지?? 아무렴 어때.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창림사지 탑이 멀리서 보인다. 2008년에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뭐지??? 탑 주변의 소나무와 낙엽송을 다 베어버렸다. 멀리서는 잘 보여서 둘레길을 걷는 여행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겠지만 숲 안에 있던 아늑함과 신비스런 느낌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안타깝다. 마지막 코스 포석정이다. 포석정은 계절마다 느낌이 완전 다르다. 4계절의 색다른 모습이 포석정의 매력이다. 포석정과 지마왕릉을 끝으로 남산 둘레길 걷기 여행을 마무리 짓는다.
점심 식사하러, 암곡으로 고고씽. 미나리 삼겹살, 기름진 고기를 바로 옆에 있는 미나리 농원에서 캔 미나리에 돌돌 감아 싸 먹으니 느끼한 맛이 전혀 없고 담백하니 좋다. 경주에서 살 때 자주 찾던 사과 과수원에 가서 주인장께 인사하고 입가심으로 사과 한 입 깨무는데 서울에서 먹었던 맛없는 사과로 실망해 있던 내 사과 입맛을 다시 돌려 놓는다. 아~~ 진짜진짜 맛있다. 여기 암곡 사과는 경주 사람들이 먹는 식수원인 덕동호수를 둘러싸고 있어서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맛도 좋다. 그리고 식수원인 호수가 있는지라 농약 사용에도 제재가 있기 때문에 껍질째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 하루 온 종일 싸돌아 다녀서 다리가 조금 아프긴해도 발걸음이 동동동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었다. 재잘재잘, 하하하, 야생화를 보고 터져나오는 함성과 함께 오늘 하루가 저문다.
[2013/03/17/Sun 63일차]
감포 일출을 보러 가기 위해 일어났다. 오후에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있었기에 하늘이 흐려서 일출을 못 볼거라 생각하고 그냥 눕는다. 일어났으니 책이라도 볼까...하다가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친구한테 방해될까하여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300일차 첫 결석이다. 감포에 갈까말까 하다가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듯 토함산 자락에 있는 내가 좋아하는 폐사지를 봐야겠기에 감포 바다를 향해 추령재를 넘는다. 웅장하게 서 있는 감은사탑을 생각하며 차를 달리는데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이 예쁜 길 산자락을 깎아내리고 잘라서 사원 아파트를 짓는댄다. 헉... 산길 따라 고즈넉히 드라이브 할 수 있는 길을 다 망쳐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망시키지 않는 감은사 탑. 경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왔을 때는 복원 한다고 서탑을 휘장으로 가려놓았었는데 복원이 다 끝났나보다. 저 웅장함이여.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그 기운이 느껴진다. 금당 근처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철망을 쳐놓았다. 이 전에 왔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 사이 많이 달라져있네...감포 앞바다에 가니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 있고, 목탁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뭔가 방생하나보다. 촛불켜고 정성껏(?) 마트에서 사온 음식을 놓고 절을 한다. 모두다 사연들은 다 다르겠지만 소원을 비는 간절한 마음은 같을 것이다.
다시 산길을 오른다. 이곳은 내가 경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 장항리사지. 탑 2기만 덩그러니 남은 곳. 5층 쌍탑인데 하나는 도굴꾼들이 다이나마이트로 폭파시켜서 탑신부가 사라진 가슴아픈 사연을 가진 곳이다. 그러나 여전히 절이 있던 자리인지라 터는 참 좋다. 햇살이 잘 들고 이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 또한 멋지다. 본존불이 놓여있었을 석불대좌의 아기사자도 여전히 해맑은 장난스런 모습으로 있더군. 나도 따라 웃음꽃이 피어난다.
못 보던 안내판이 눈에 띈다. "동궁과 월지". 안압지의 명칭이 바뀌었나보다. 안압지는 조선 후기 이 연못에 기러기와 오리만 있던 것을 본 시인 묵객들이 지은 것이다. 기러기안雁, 오리압鴨. 해서 안압지. 1980년대 안압지 발굴시에 '월지'라고 새겨진 토기 파편이 발견되어 본래 이름이 월지였음을 알 수 있다. 드디어 신라시대 예쁜 제 이름을 되찾았구나. 옆에 있는 친구가 한마디 한다. 동궁과 월지??? 나는 또 다른 유적지가 생긴줄 알았네...하하하... 헉.
내가 3년간 살았던 시간보다 1년동안 경주는 너무도 많이 변해 있다. 문화재 정비라는 이름하에 원형이 파괴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경주는 경주 최고의 강점인 역사도시가 아닌 대도시 따라잡기, 흉내내기로 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함께 여행한 친구들한테 좋은 시간 되었다고, 고마웠다고 얘기하니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아니라고, 오히려 자기네가 고맙다고. 내가 아니었으면 이런 곳 구경 못했다고. 경주에 이런게 있는 줄도 몰랐다고. 헐... 외지 사람인 내가 경주 사람한테 경주 구경시켜주고 온 셈이다. ㅋㅋㅋ 다음에는 다른 코스 생각해서 다시 오겠다고 했다. 2박 3일간의 경주 여행이 마무리 짓는다. 완전히 그 속에 몰입해 있었던 것 같다. 엄마 약 잘 챙겨드리라고 언니한테 전화해야지...했는데 한번도 전화 몬했다. 그 안에서 나 너무도 행복했고, 활짝 웃었다. 이 기운으로 한동안 살리라.
[2013/03/19/Tue 65일차]
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친구가 10개월만에 들어왔다. 1년 전, 일본에서 귀국했을 당시 내 모습이 떠올랐다. 먹고싶은 음식 리스트... 얼마나 먹고싶은 음식이 많았겠는가. 물으니 신당동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한다. 사실 나 어제 떡볶이 먹으로 신당동 갔었는데... 하지만 오랜만에 한국에 온 친구이니 또 먹을 수 있다 생각하고...선뜻 가자고 했다. 장난기도 발동했거니와 다시 태국으로 돌아갈 친구에게 잊지 못할 한국 음식맛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눈물 떡볶이를 주문했다. 맛있게 한 입 먹었는데......................헐~~~~~~~~~~~~~ 입에 불이 난다. 치즈가 매운 맛에 도움이 된다하여 친구는 치즈를 사러가고...근데 자꾸자꾸 손이 가는 건 또 무슨 이유인지... 조금씩 매운맛에 익숙해지니 맛이 느껴진다. 맛있다. 어제 앞집에서 먹었던 떡볶이와는 비교도 안 된다. 그치만 마이 맵다.
[2013/03/20/Wed 66일차]
크리에이티브 9의 수요일 프로그램. About me day. 오늘은 정화씨의 날이다.
그녀의 그림과 이야기로 가득했던 시간. 과거의 그녀와 현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정한 지인들의 축하로 따뜻했던 시간들.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진다. 좋~~~다.
[2013/03/24 Sun 70일차] 최근 흐트러진 새벽 활동의 이유를 곰곰히 헤아려본다. 아마도 첫째 이유는 요즘들어 늦어진 취침시간일게다. 남들처럼 출근하느 것도 아니고, 작년과 같이 학원을 다니느라 일찍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게 취침 시간이 늦어져도 부담을 갖지 않았던 같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헤이해진 내 정신상태이리라. 긴장감도 약간 떨어져 있는 것 같고... 오랜 날들을 거치며 힘겹게 새벽 기상에 내 몸의 기운, 몸의 리듬을 맞추어 놓았는데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처음 4시 30분에 일어났을 때의 뿌듯함이나 대견함이 이제 일상이 된 지금 익숙해져 몸에 배어 습관이 되어야할 때가 아닌가... 이제 30일 남은게 아니라 쭉~~~계속 되어야 할 새벽 수련이기에 더욱 힘내자. 화이띵~~~!!!
[2013/03/25 Mon 71일차] 산행을 했다. 좀 쌀쌀한 날씨지만 맑고 푸른 하늘과 바람에 취해 그냥 생각없이 발걸음을 내딛는데 나무에 대해 공부를 한 일행 중 한 명이 일일히 나무 설명을 해준다. 이 즈음에 새싹이 나오면 무조건 귀롱나무라 생각해도 된다고. 그만큼 귀롱나무는 산 속에서 제일 일찍 싹을 틔운다한다. 팥배나무가 왜 그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어떤 나무는 줄기는 똑같아 보여도 피어난 꽃잎이 겹꽃인지, 홑꽃인지 이름이 달라진단다. 그 산속에 있는 나무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는데 모두 비슷비슷 별 차이 없어보이는 내겐 신기하기만하다. 나무껍질이 그리도 다양할 수 있는지도 놀랍다. 아는 만큼 느낀다고, 산에 가더라도 이제는 나무들 잘 관찰하며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