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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13일 10시 21분 등록
미국 미시간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약 1시간의 거리를 차로 운전하며 영어를 배우러 다닐 때였다.

한국에서 면허증을 딴해가 97년이었지만 그새 운전대를 잡아 본 적이 없는 일명 종이 면허증의 당사자가 나였다.

미국에 작년에 가기로 결정하고, 차가 필요하다는 정보에 5일동안의 운전 도로연수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갔었다. 여전히 내가 운전할 수 있을까라는 반의구심을 가진채......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중고차를 구입을 했다. 짙은 녹생의 포드차였는데 마일이 무려8만 마일로 킬로로 환산하면 13만이 조금 안되는 차였다. 그런 차들이 미국 미시간에는 자동차의 도시답게 널려 있었다. 8만마일은 그래서 매우 양호한 중고차에 속했다.

재미있는 건 미국 정확히 미시간에서는 핸드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배운대로 핸드 브레이크를 썼더니 아내의 친구가 이상하다는 듯 사용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추측에 미국은 국토가 넓어 우리처럼 비탈길에 주차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어쨌든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라야 하는 법, 세상이 돌아가는 방법이 이런 기계 조작에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아내의 친구의 도움으로 도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나름대로의 주행을 연습했다. 문제는 2주후인 월요일 아침에 학교로 가면서 발생한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좌회전을 하는 도로였고 여전히 내 앞에는 좌회전하는 차가 대여섯대가 이미 포진해 있었고, 신호를 기다렸다. 그리고 곧 앞차들이 스무스하게 좌회전을 시작했고 나도 앞차를 따라 좌회전을 했다. 그런데 내가 좌회전을 하는 정면으로 무서운 속도로 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저 차가 미쳤나'라는 생각과 '내 책임이 아니야'라는 중얼거림과 동시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충격이 온몸으로 다가왔고 나는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보니 내 차는 도로
가장자리로 내팽겨쳐이었고 차앞유리는 심하게 금이 좍좍 가있어 앞을 볼 수 없었고 연기와 함께 화약냄새가 진동했다. 내 안경은 어디론가 사라져 앞을 분간 할 수 없었고, 운전대와 옆쪽의 에어백이 힘이빠진채 너덜거리고 있었다. 에어백이 순간적으로 터졌을 것이고 내 얼굴을 받쳤을 터인데도 그 느낌은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안경을 일단 찾고 싶었다. 앞이 흐릿하니 어떻게 해야할지도 몰랐다. 들은 이야기는 있어 차에서 내리지 않고 계속 차 안에 안전벨트를 한 채 앉아 있었다. 내가 괜찮은가? 라는 생각에 이곳 저곳 몸을 살폈다. 다행히 왼쪽 무릎에 통증과 목뒤 통증만 있을 뿐 괜찬아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여 나는 계속 자리에 있었다. 추위가 엄습했고 덜덜덜 몸이 떨렸다.

'이런 것이 교통사고구나' '이거 꿈이야 생시냐' 라며 내가 나한테 이야기를 연신해댔다. 꽤 시간이 흘렀나 여러곳에서 엠뷸런스 소리가 들렸고 경찰은 아닌데 제복을 입은 사람이 내 차로 접근하여 'are you okay'하면서 나에게 손가락이 보이느냐며 몇개냐며 아마도 교과서에서 의식을 확인하는 단계인지 뭔지를 나에게 물었다. 어처구니 없었지만 대답을 확실하게 해 주었다. 그가 나에게 면허증을 요구했지만 경찰에게만 주라는 충고가 기억나 미안하다라고 말만 했다.그는 자꾸 나에게 서류를 보이면서 읽은 후 서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나는 아내의 친구가 오기만을 기대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와야 안심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는 계속 나에게 괜찮다며 서명을 빨리 해야 한다고 보챘고 나는 서류를 읽는다고 읽어보았지만 도저히 내용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고난 사람에게 사인을 요구하는 어처구니 없음을 나는 미국 미시간에서 당했다. 나중에 학교 선생님에게 그리고 현지 사람들에게 그것이 무엇인지를 물었지만 아무도 그것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서명을 왜 했냐는 따끔한 충고만 내게 돌아왔을 뿐이다.

경찰이 마침내 왔고 여러 정황을 살폈는지 나에게 yield를 어겼다고 말하면서 내게 잘못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때까지 나는 잘못이 전혀 없다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그렇게 좌회전을 했었고 여태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해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짧은 영어로 내가 파란불에 돌았고 앞차를 따라 돌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가 나에게 설명을 해 주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치면 비보호와 비슷한 구역에서 내가 좌회전을 한 것이고 그때 차가 달려온 것이라서 법적으로 내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모른 척하고 계속 정당함을 주장했고 그러자 그는 나에게 사고 현장을 보여주며 신호등을 가리키며 나에게 이것 저것을 설명해 주었다.

앞이 캄캄했다. 아내가 보험을 들었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해결되는지 알길이 없었다. 어쨌든 사고이야기는 말 할 거리가 너무나 많지만 이것으로 줄인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사고를 당한 후 아내와 아내 친구의 걱정 그리고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무척이나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아내에게 말로는 할 수 있다라고 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운전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 내가 다시 운전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자전거를 이용해서 통학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자전거로 가는 거리도 거리지만 자전거도 위험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비록 자전거 도로는 잘 되어 있지만 신호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라 매번 신호등에서 차를 조심해야 하는데 그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이 그곳 미국이였다. 아내가 하늘의 뜻을 내세우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어떠냐는 제의에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뜻을 품었으면 이루고 가야 하지 않나라며 우리가 약속한 기간을 채우자고 했다.

약 2주의 시간을 아내의 친구의 차를 얻어타고 학교를 다녔지만 너무나 미안했다. 그 먼 거리를 아침 일찍 데려다주고 저녁에 데리러 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았기에 도저히 계속 태워다 달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침 일하던 식당 주인의 중고차를 다시 구입했다. 스포츠형 차였고 전차보다 커서 더 부담이 되었다.

문제는 운전대를 잡는 것이었다. 사고 후 다시 운전을 하려고 하니 내가 운전을 배웠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떻게 도로로 나가면 뒤차,앞차, 옆차 모두가 두려움의 대상이였고, 특히 매번 있는 사거리에서는 두려움이 증폭했다.

결정적으로 두차가 충돌하여 차가 완전히 찌그려져 있는 영상이 자꾸 떠올랐고 그 영상이 떠오름과 동시에 나의 몸은 경직되고 움추러 들었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식은 땀이 흐르기도 했다. 운전대를 잡는 것이 기쁨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바뀌어 있었다.

자꾸 그런 영상이 떠올라 어느 순간 NLP를 이용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동일한 차가 충돌하는 영상이 떠오르자마자 그 영상을 하얀 페인트로 칠하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튤립을 그렸다. 튤립을 그린 것은 순전히 나의 무의식의 몫이다. 왜 튤립이 떠올랐는지는 나의 의식으로는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빨간색 튤립과 초록색 줄기의 싱싱한 튤립을 머리속에 그리자 긴장이 다소 완화되었다.
그렇게 하루를 무사히 운전을 마치고 다음날 튤립을 몇송이 더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언뜻 떠올라 두송이, 세송이까지 그려보았다.
그러자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던 내 몸이 어느새 편안하고 안전하다는 느낌으로 변했다. 어께에 힘이 덜 들어가고 몸의 근육이 경직에서 평상시 상태로 바뀌는 것을 체험했다.

거기에 덧붙여 이번에는 튤립을 의인화 했다. 만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얇은 눈 과 웃은 입을 그렸고 셋이서 몸(줄기)를 좌우로 왔다갔다 춤추면서 웃으며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고나는 장면이 어느샌가 이 그림으로 대체되었고 입가는 어느샌가 웃음으로 주욱 위로 올라가 있었다.
처음 그림을 하얀색으로 칠하고 튤립을 3송이를 만들고 그 튤립을 의인화하여 춤추면서 노래하는 모습을 그리자 나의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순간적으로 없앤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나는 다시 자동차 운전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다.

내가 이용한 기법은 굳이 설명하자면 NLP에서 말하는 스위시(swish) 기법에 해당하는 부분이 순간적으로 두 차량의 충돌 영상을 하얀 페인트로 칠하는 것이다. 아주 순간적이고 빨리 일어난다. 거기에다 표상체계(Representation) 및 세부감각모형(Submodality)을 이용해서 튤립을 시각화했고 색깔을 입히고 심지어는 노래하는 청각까지 가미했던 것이다.

물론 두 차가 충돌하는 장면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였다. 하지만 사거리를 깃점으로 떠오르는 장면은 어느새 위에서 말했던 튤립3송이가 노래하는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대체가 되었고 따라서 최소한 두려움을 주는 영상으로 인한 두려움은 없앴다는 것이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로 두려움이라는 것은 실제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본인이 상상하는 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것의 존재여부를 떠나 순전히 사람의 상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일으키는 상상을 흥미를 준다거나 웃음을 주는 새로운 상상으로 대체하면 그뿐이지 않겠는가?

그 대체의 방법으로 NLP에서는 스위시나, 앵커링, 표상체계등을 이용하는 것이다. 상상력 훈련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올드보이라는 영화를 보았는가? 최민식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갇혀 지내던 그곳에서 자기혼자 상상훈련을 통해 싸움을 연습한다. 그리고 밖에서 실제 동네 깡패들과 싸우면서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상상훈련 효과가 있다." 이것은 인간의 두뇌의 작동원리중의 하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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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자식
2006.04.15 12:59:21 *.229.28.221
처음엔 사고에 대한 것 때문에 끔찍했지만,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지금은 후유증이 없으신가 여쭙고 싶네요.)

저도 수영 배우면서
비슷한 걸로 '이미지 트레이닝'에 대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동작을 하기 앞서
머리속으로 그 영법을 하고 있는 자신을 그린다는 것이죠.
생생하고, 자세할수록 효과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하얀 페인트와 춤추는 튤립, 굉장합니다.

저도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주로 쓰던 상상력을
다른쪽으로 전환시켜봐야 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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