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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 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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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5일 10시 29분 등록


오랜만에 자취를 남겨준 미영이 반갑다. 한 때 내 집이었던 곳에 조심스럽게 노크하며 들어서는 몸짓이 느껴져서 마음이 짠하다. 게다가 글의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힘겨움이, 저번에 만났을 때 부르텄던 입술과 오버랩되며, 답장을 쓰고 싶게 만든다. 제목이 너무 리얼한가? ^^ 서른 살, 그 풋내와 성숙의 경계선에서, 그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인생의 정점에서 이렇게 헛헛한 목소리가 나온다는 건, 필경 애인의 문제이리라, 짐작이 가서 붙여본 제목이니, 아니면 말구. ^^ 내가 소개팅 시켜줄 인맥은 없고, 해 줄 말은 몇 가지 있네.


첫째, 애인과 함께 했으면 하는 일을 그대에게 스스로 선물하라.


그대에게 즐거움과 평온함을 가져다주는 스무가지 일을 너무 오래 생각하지 말고 적어보라. 자연 속에서의 산책, 도서관 어슬렁거리기, 옛날 가요 듣기, 신발사러 돌아다니기, 몽상하기, 친구들과 춤추러 가기, 이국적인 음식 만들어먹기, 좋아하는 허브 티 마시기, 호사스러운 목욕, 전신 맛사지...같은 것이 나올 수 있겠지. 천천히 오감을 열어 그 일에 빠져보라.


그럼으로써 전심전력을 다해 칭얼대는 내면의 아이를 끌어안아주라. 이것은 어떤 애인도 해 줄 수 없는 작업이다. 오직 내가 나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다. 모든 감정의 밑바탕에 진정한 자기애가 우선이다. 나를 보살핌으로써 내 속의 감성과 창의성에 불을 지펴라.


두울,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을 구축하라.


자아의 다면적 욕구를 한 사람의 연인이 모두 만족시켜줄 수는 없다. 게다가 사랑이나 가정에 대한 남녀의 접근은 분명히 다르다. 하이틴 로맨스 소설 - 낭만적 사랑 - 드라마의 환타지에 익숙한 여자들과, 백과사전 - 빨간 책 - 포르노로 접근하는 남자들의 욕구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빨리 깨닫고, ‘따로 또 같이’의 기술을 체득해야 한다. 기존의 관계망을 점검하고 수선하라. 조금 미흡하다 싶으면 새로운 관계망을 뚫어라. 혼자 여행가지 말고, 등산회나 걷기운동본부 같은 곳에 가입해서 같이 가라. 다양한 역할을 하고, 타인으로부터 보다 많은 지지를 받는 사람이 면역체계도 더 강하고, 감기에 대한 저항도 크다는 가정이 있다. 다양한 지지기반을 구축하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로맨스에 대한 환타지는 비디오로 해결하는 것도 괜찮다. 너무 많은 기대치와 환타지를 안고 있는 것보다 비디오를 보면서 얼추 해소해버리고, 현실에서는 반만 기대하는 것이 정서만족과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 전설적인 로맨스 영화목록이 있다.


카사블랑카, 험프리 보가트, 잉그리드 버그만 1942
아프리카의 여왕, 험프리 보가트, 캐서린 헵번, 1951
조용한 남자, 존 웨인, 모린 오하라, 1952
로마의 휴일, 오드리 헵번, 그레고리 펙, 1953
사브리나, 험프리 보가트, 오드리 헵번, 1954
퍼니 페이스, 프레드 아스테어, 오드리 헵번, 1957
하오의 연정, 오드리 헵번, 게리 쿠퍼, 1958
흑란, 소피아 로렌, 안소니 퀸, 1959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잭 레몬, 셜리 맥클레인, 1960
티파니에서 아침을, 오드리 헵번, 조지 패퍼드, 1961
닥터 지바고, 줄리 크리스티, 오마 샤리프, 1965
남과 여, 장 루이 트리티냥, 아누크 에매, 1967
맨해튼, 우디 알렌, 마리엘 헤밍웨이, 1979
애니 홀, 우디 알렌, 다이앤 키튼, 1977
아웃오브아프리카,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포드, 1985
스위트 드림, 제시카 랭, 에드 해리스, 1985
문스트럭, 쉐어, 니콜라스 케이지, 1987
우연한 여행자, 지나 데이비스, 윌리엄 허트, 1988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빌리 크리스털, 맥 라이언, 1989
사랑과 영혼, 데미 무어, 패트릭 스웨이즈, 1990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톰 행크스, 맥 라이언, 1993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산드라 블록, 빌 풀맨, 1995
센스 앤 센서빌러티, 엠마 톰슨, 휴 그랜트, 1995
셰익스피어 인 러브, 기네스 펠트로, 조셉 파인스, 1998
달 위의 산책, 다이안 레인, 비고 몰텐슨, 1999


셋, 자신의 감정을 보살피는 글쓰기를 하라

날마다 무너질 것 같은가, 털썩 주저앉아 버릴까봐 겁나는가. 무엇이 그대를 그렇게 만드는지 글로 써보라. 보통 우울은 표현되지 못한 슬픔이고, 불안은 탐색되지 못한 두려움, 신경질은 풀리지 않은 분노라고 한다. 그대의 슬픔과 두려움과 분노를 쏟아내보라, 글로 씀으로써 욕망을 덜어내고 가벼워진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유용하다. 애인이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다. 그냥 살면 된다. 자유롭다.
요컨대 그대여, 삶에 대한 엄청난 식욕을 되찾아라. 휴가나온 이등병처럼 일 분 일 초를 아까워하며 향유하라. ‘지금 여기’에 머물러라. 그저 살아라.


참고도서 : 앨리스 D 도마/헨리 드레허 지음, 자기보살핌, 한문화,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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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이
2007.05.15 10:37:22 *.29.68.2
가슴에 아릿하게~~맺히는 귀한 글 너무 감사합니다. 서른자락에 있는 저에게 오늘 큰 에너지를 주시네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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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07.05.15 11:59:44 *.75.15.205
퍼니 페이스 너무나 찾던 영화인데 이거 볼 수 있는 방법 아시면 가르쳐주세요. 볼 수 있으려나... 봤음 좋겠는데... 사랑해요. 맹석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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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하늘愛
2007.05.19 12:52:40 *.151.49.182
그냥 살면 된다...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충실하자 또 다짐합니다~
좋은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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