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땟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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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남자가 철봉을 잡고 매달려 있다. 오랜시간 운동이라도 한듯한 탄탄한 근육의 상체를 지능 그. 몸을 앞뒤로 움직인다. 앞뒤로 몸을 흔들더니 팔의 힘과 상하체의 반동을 이용해 원운동을 하는 그. 몇바퀴나 돌았을까. 철봉을 도는데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이내 점프하며 공중제비를 돈다. 순간 그는 새가 된듯했다.... 그가 공중에 떠 있던 시간응 약1.5초에 불과했지만, 그에게는 한시간동안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루아침에 기계체조선수라도 된 듯하다. 새처럼 날 수 있을 것 처럼 몸은 가볍고 힘은 넘친다. 그는 자신만만했다. 마치 인간을 뛰어넘어 신이라도 된 듯했다.
며칠 뒤 어느날....
으슬으슬하다. 감기몸살에라도 걸린듯 찌뿌듯하지만, 그가 느낀 불편함은 그 이상이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편함이다.
몸 이곳저곳이 근질근질하다. 이빨이 간질간질하고 손톱도 근질근질 저릿저릿하다. 목이 타오는 갈증도 느껴진다.
그가 화장실로 간다. 찌뿌듯한 마음 씻어내고자 세수를 하는 그.
손를 씼는데, 손톱사이로 뭔가가 나온다. 무슨 액체같은 끈적끈적한 점액질. 침같기도하고 피 같기도 하다. 손톱 이리저리를 살피고 만져보다가 손가락을 눌러본다.
'찍'
'쩍'
떨어지는 손.톱.
짧은 소리와 함께 빠져버리는 손톱.맥없다.
그냥 포스트잇 붙였다 때듯 피부에서 분리되는......
별다른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그는 다른 손톱들도 만져본다. 역시나 '찍,쩍' 소리와 함께 맥없이 빠진다.
손톱의 상처를 통해 온몸의 피가 빠져, 결국 그는 몸속의 피라는 피는 모조리 빠져나간듯 창백해진다.
입속이 바짝바짝 마르자, 그는 혀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른 입을 적셔본다. 그런데 입안에서 뭔가가 움직인다.
이상한 느낌의 그는 그 정체모를 녀석을 뱉어낸다.
치아, 아니 이빨......
뿌리가 검붉게 물든 앞니......
'손톱에.. 이번엔 이빨이라니......'
순간 놀란 그는 다시금 혀를 움직여본다. 혀의 움직임에 따라 입안에 느껴지는 이빨의 수는 하나, 둘, 늘어나기만 한다.
동공은 확대 되고 숨은 가빠지고 얼굴은 백짓장같이 하얗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상처에선 피가 잘 나지 않는다.
그의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
변한다는 것, 변신이라는 것른 꽤나 흥미로운 개념이다.
어린 남자아이들은 또봇이나 미라클 포스, 캡틴 포스와 같은 '포스' 변신 로봇 시리즈에 열광한다. 여자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인형의 옷을 자유자재로 바꿔입힐 수 있는 인형들을 좋아한다. 하나의 사물이나 생물이 또 다른 무언가로 변한다는 것, 그리고 인간이 그런 '변신'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오랜 역사동안 진화를 거듭하고 지금 이순간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른다.
변신을 다룬 작품들은 무수히 많겠지만 변신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 두개가 있다. 하나는 카프카의 '변신'이고 또 하나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1986년작 영화 '플라이'이다. 위 이야기는 영화 '플라이'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세드 브런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세드 브런들는 젊고 촉망받는 과학자이다. 그는 전송기라는 기계를 발명하고 전송기를 통해 어떤 사물을 이동시킬 수 있는 실험에 성공했다. 컴퓨터가 사물의 분자를 분석해 해체한 뒤 다시 결합시키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생명체의 이동은 아직이다. 결국 그는 그 자신을 직접 실험해보기로 한다.
결과는 대성공. 완벽하게 이동했다. 털끝하나 변하지 않고....
그렇게 하루 이틀 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이상징후들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처음엔 힘도 세지고 정신적으로도 자신만만해지지만 며칠 더 지나자, 몸은 지저분해지고 억쌔고 굵은 털이 나오고, 달달한 것을 탐닉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손톱과 이빨도 빠진다.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고 느낀 그는 자신의 실험을 역추적해간다. ...... 문제가 있었다. 작지만 엄청난 문제......스스로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전송기 안에 파리 한마리가 같이 들어가게 됐고, 파리와 함께 전송이 된 것이다. 결국 그는 파리와 합성한 존재가 되어, 점점 파리의 형상으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객체에 불과한 파리가 주체인 자기 자신을 잠식하는 것 같더니 끝내는 파리와 같은 흉측한 인간으로 변한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에서 객체 하이드가 주제 지킬을 지배해가는 것과 같이 말이다.
신은 인간의 오만함을 용서하지 않는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 세드의 오만함을 참지 못한 신-그것이 유피테르였든 하나님이였든... 고약한 것을 보면 유피테르(또는 그가 보낸 다른 신)에 가까울지도.... - 이 주인공에게 이런 식의 복수를 통해 인간의 오만함과 나약함을 일깨워주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 세드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현대 사회의 인간이 추구해야 할 변신은 세드와 같이(그가 의도 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몸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인간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해내는 제품과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부를 하고 같은 길을 찾아간다. 공부를 잘해야만 살 길이 보이고 좋은 직장을 들어가야만 성공한 것이다. 물소때처럼 함께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 속에 나만의 몸부림은 없다. 내 삶 속에 정작 내가 없다. 크나큰 모순이다.
신은 인간의 오만함을 경멸하기에, 인간이 신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경계하고 어떤 식으로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루게 한다. 자신을 신 위에 두었던 니오베는 열네명의 아이들 잃고 결국 눈물을 흘리는 돌이 된다.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보다 뛰어난 배틀질을 뽑냈던 아라크네는 결국 거미가 되어 대에 대를 거듭해 거미줄만 뽑아내고 있다. 그외에도 무수히 많은 인간들의 신과 대결하거나 신들의 영역을 침범해 원치않는 것으로 변신해 버렸다. 되도록 신의 영역에는 침범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아나가는 현대인의 '변신', 이는 신의 영역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영역이다.
우리가 해야 할 변신은 많은 돈을 들여 얼굴을 뜯어 고치고 단백질제를 먹어대며 근육을 뿔리는 그런 육체적인 것이 아니다. 주관과 목적없이 일류와 최고만을 외치고 그 이름에 편승해 호위호식하는 그런 변신이 아니다. 진정 우리가 해야 할 변신은 과거의 가짜 '자기'를 벗어 던지고 오늘의 진짜'자기'로 변하는 것이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오장육부에서 식도까지, 빨가디 빨간, 내 몸 전체를 흐르는 피까지도 가짜가 아닌 진짜 '자기'로 채워가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변신이다.
진짜 '자기'를 찾기 위한 여정은 험난할지도 모른다. 파르치팔이 천신만고 두번의 시도 끝에 성배를 찾고, 오디세우스가 지난한 10년의 항해 끝에 포근한 아내의 품으로 돌아오듯, 우리는 우리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해야 한다. 비록 더딜 수 있지만, 포기해서는 안되는 여정이다. 그 여정을 통한 변신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다리에서 뿌리가 자라고 땅에 박히며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딱딱한 나무 껍질로 뒤덥히는 변신이 아니다. 오히려 땅에 박힌 뿌리가 다리가 되고, 딱딱한 껍질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되어 결국 태양아래 푸른 언덕을 마구 뛰어다닐 수 있는 변신을 위한 여정인 것이다. 당신의 앞에는 두갈래의 길이 놓여져 있다. 당신은 빛을 잃은 고목나무가 될 수도 있고 자유로운 인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선택은, 당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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