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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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93년 개봉한 뤽 베송의 영화 <그랑블루> 리마스터링 판을 보았습니다.
93년 한국에서 개봉할 당시에는 110분의 편집판으로 들어와서 많은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58분이 늘어난 168분의 시간으로, 더욱 풍성해진 그랑블루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실존했던 프리다이버(보호 장비 없이 깊은 거리까지 잠수하는 것)
자크 미욜과 엔조 마이오르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요.
광활히 펼쳐진 바다와 그 속에서 인어처럼 자유롭게 노니는 자크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바다에서 아버지를 잃고 혈혈단신이 된 자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다와 돌고래를 자신의 가족 삼아 살아갑니다.
육지에 있는 것보다 물속에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마치 인어 같은 영혼이지요.
그런 그의 재능을 부러워하면서도 항상 선의의 경쟁을 하는 프리다이버 동료 엔조와,
그에게 첫눈에 반해 미국에서의 삶을 버리고 프랑스로 오는 조안나.
혼자일 것 같던 그의 삶에 우정과 사랑이 엮여들면서 이야기는 흥미로워집니다.
저는 무호흡으로 깊이까지 잠수를 하는 프리다이빙의 세계를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실존 인물인 자크 미욜은 무호흡으로 4-50m 정도밖에 잠수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고
무려 수심 110m까지 잠수를 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그의 바다에 대한 사랑은 지극해서, 이렇게 말할 정도입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다 맨 밑에 있을 때야..
왜냐하면 다시 올라와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거든.”
그러면서 점점 미욜과 엔조는 서로 경쟁하면서 더 깊은 곳으로 무언가에 홀린 듯 잠수해나갑니다.
“나는 여기에 있다”는 조안나의 외침은 듣지 못한 채요.
아름다운 남유럽의 바다가 자꾸만 저를 부르는 듯해서 영화관을 나오기가 싫었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나의 바다는 어디에 있는 걸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다와 돌고래가 마치 자신의 집이자 가족인 것처럼 노는 자크의 아름다운 모습에
황홀하면서도 부러웠구요.
나는 어디에서 무엇을 할 때, 저렇게 순수하게 나의 모습일 수 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겁도 없이 자꾸만 깊은 바다 속으로 내려가는 것에 ‘그저 좋아서’라는 것외에 다른 이유를
댈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조차도 끼어들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한 바다와의 악연은, 어찌 보면 자크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아가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꾸만 알고 싶고 포기할 수 없는 무언가.
그 무언가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 그 대가로 맞이하게 되는 운명.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난 후 가슴이 많이 묵직해서 풀어내기가 힘든데요.
영화의 엔딩 테마의 가사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My lady blue - Eric Serra
No regrets, No tears
후회도 눈물도 없다네
Only a strange feeling,
그저 낯선 느낌뿐
sleeping without falling.
추락한다는 느낌 없이 스며드는 듯
I'll try another World
나는 또 다른 세상을 찾으려했네
where the water is not blue anymore,
another reallity.
바다조차 청색을 잃어버리는 그 곳, 또 다른 현실을.
Oh, my baby I love you, My lady blue.
오 내 사랑 당신을 사랑하오, 나의 푸른 여인.
I'm looking for something that I'll never reach.
나는 무언가를 찾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오.
I seek eternity.
내가 찾던 것은 영원이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