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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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보다 더 잘 먹고 더 좋은 곳에서 자고 더 빠르게 다니지만 어제보다 행복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것을 위해 어제보다 더 일해야 하고 어제보다 더 불안한 출근을 하지만 어제보다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물질의 풍요가 삶을 구원해 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세계 도처에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그 동안 번영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스스로 모순의 덫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 과실이 1%에게 편중되어 작동되고 있으며 편중은 점점 더 가속화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99%의 다수는 자본에 부역하면 할수록 그들의 현실은 무너지고 미래는 열리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대공황 이후 가장 충격이 컸던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를 포함하여 크고 작은 경제위기들은 모두 1980년 이후 진행되어 온 자유시장경제정책의 결과였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영웅이 이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론을 설파하는 회장님의 말씀이 회자 되었지만 대부분의 그 영웅들은 이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수확을 저 혼자서 차지하고 저 혼자서 독식하였으며 그들의 수확이 밑으로 흘러내려 사회적 부로 공유되리라는 기대는 망상에 지나지 않았음이 증명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아니 인류는 당분간 느려지고 무뎌진 경제환경과 극심한 부의 불균형과 범세계적 빈곤과 고용의 불안정앞에 놓일 수 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괴물을 키운 것이지 영웅을 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탐욕이 인간의 본성임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절제되지 않는 탐욕은 재앙임을 압니다.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는 박쿠스 신에게 자신의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이 되게 해 달라고 청원하였습니다. 박쿠스 신은 ‘그 보다 나은 소원이 있을 텐데….’ 하면서도 그의 소원을 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그의 손이 닿는 것은 모두 황금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먹으려는 빵과 고기와 물까지 그의 몸에 닿는 순간 황금이 되었습니다. 결국 한 입의 빵도 한 모금의 물도 마실 수 없게 되자 비로소 자신의 탐욕이 부른 재앙을 후회하면서 신에게 다시 청원하여 이전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신을 우습게 여긴 에뤼식톤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아구병에 걸렸습니다. 도시의 모든 음식을 먹어치워도 그의 허기는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먹어도 먹어도 그의 허기가 채워지기는 커녕 오히려 허기를 자극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먹을 것도 먹을 것을 살 돈도 떨어졌습니다.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먹을 것이 없자 마침내 하나밖에 없는 딸까지 팔아 배를 채우던 에뤼식톤은 종국에 제 몸을 모두 뜯어 먹고서야 끝이 났습니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이야깁니다. 결국 자신을 다 삼키고 나서야 끝장이 나고 마는 인간의 탐욕을 빗대어 에뤼식톤을 탄생시킨 것이지요. 여기서 에뤼식톤이 우습게 여긴 ‘신’은 결국 우리 자신 즉 인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신은 우리 내면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니까요.
후회하고 반성하여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미다스는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스스를 다 먹어치우고서야 끝장이 난 에뤼식톤의 모습은 참담합니다. 탐욕에 익사한 정신을 구원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에뤼식톤의 참담함을 면한 길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나마 우리가 미다스의 이야기를 교훈삼을 수 있길 바랍니다.
" 순전히 인간의 경제적 측면에만 바탕을 둔 이 시스템은 이익과 시장의 법칙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개인과 인간이 누려야할 위엄과 존경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
탐욕이 정도를 넘어 발호하는 세상에 대해서 1999년 교황이 하신 말씀입니다. 저는 감히 교황의 권위에 기대어 다음과 같이 변용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 순전히 인간의 탐욕에만 바탕을 둔 이 시스템은 이익과 시장의 법칙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개인과 인간이 누려야할 위엄과 존경을 앗아 같다.”
삼가와 절제와 나눔만이 괴물 ‘탐욕’을 거세하고 나를 건져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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