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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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녀는 내가 미술관에 갈 때만 나타나는 마녀다. 작품 앞에 서서 내가 작품과의 무언의 교감을 나누고 있을 때 마녀는 여지 없이 나타난다. 그리고는 이야기를 들려 준다. 사실 지금부터 여러분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는 나의 마녀가 직접 내게 들려준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좀 더 솔직히 이야기 하자면 그 이야기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짜인지 나는 잘 모른다. 나의 마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때로는 나의 상상력이 가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겪었던 경험이 함께 녹아 버리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는 나의 마녀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 주는 그 시간들을 무척이나 즐긴다. 왜냐하면 그이야기들이 팍팍한 닭고기 가슴살 같은 삶에 양상추와 치커리를 잔뜩 넣고 상큼한 오리엔탈 소스를 부어 먹는 샐러드 같은 맛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샐러드는 상당히 중독성이 있다. 어느 주말부터인가 나는 마녀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주말이 너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마약같은 이야기들에 내가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오늘부터 나는 내 마녀가 들려준 이야기들을 하나씩 여러분들에게 들려 주려 한다. 믿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에겐 억지로 믿으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마녀의 존재는 적어도 나에겐 사실 이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들려 주는 이야기들도 내가 믿기엔 모두 사실이다.
오늘은 꿈을 찾아 떠난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달빛은 그날 밤 나에게 찾아왔다.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을 내지 못하던 밤, 냉장고 안에 양파가 몇 개나 남아있는지 사과가 몇 알 남아 있는지를 생각해 내던 밤, 그러다가 ‘나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해 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학창 시절 내가 무슨 책을 읽었었던가, 그리고 대학 시절 내 꿈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 밤이었다.
달빛이 자꾸 너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지만 나 자신 조차도 내 꿈의 세상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난 전혀 기억을 해내질 못했었다. 내 꿈이 무엇이었던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던가 전혀 생각을 해 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달빛은 끈질겼다. 나에게 끊임없이 또 말을 걸었다. 하루도 빼먹지 않고 날마다 나에게 말을 걸어 주었다.
“네 꿈이 무엇인지 생각을 좀 해봐.”
“모른다는데도 너는 막무가내구나! 이제는 너한테 화가 나려구 해”
“화가 나면 화를 내려무나. 지금 이대로 너의 모습 그대로가 좋다면 그냥 그렇다고 말해도 좋아.그렇담 정말 더할 나위가 없는 거지. 지금 이대로가 좋은 거니?”
아니라고 선뜻 답은 못했지만 그건 절대 아닌 것 같다.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가슴 안에서 따끈한 무언가가 팔딱 이고 있는 걸 보니 아직 살아 있는 그 무엇인가가 내 가슴 안에 있다는 말일 것이다. 팔딱팔딱 살아서 뛰면서 나에게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이다
머리 속에 복잡해져서 또 잠을 잘 못 잘 것 같았다. 공책을 하나 꺼내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말들을 그냥 내리 적었다.
‘나는 여행을 하고 싶고 세계 여행을 하고 싶고 그리고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에이, 오랜 만에 쓰는 문장은 문법이 엉망이다. 게다가 별안간 세계 여행의 꿈이 왜 떠오른단 말인가? 학창 시절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두 발바닥이 모두 부르트도록 전 세계를 누비고 싶었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아직 꿈을 잊지 않고 살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 나에게도 꿈이 있었다. 세계를 여행하고 싶었고 지금보다 훨씬 더 꿈을 품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마음이 매우 부자인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그런데, 왜 그 꿈을 포기했냐구? 꿈이라는 것은 원래 실현이 잘 되지 않아서 ‘꿈’인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학창 시절 세계 일주를 꿈꾸던 사람들이 한 둘이었을라구?
그런데 갑자기 가슴이 뜨끈뜨끈 해지고 심장이 팔딱팔딱해졌다. 그날 밤은 더 이상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큰 아이 방에 살금살금 들어 가서 지구본을 가만히 들고 부엌으로 갔다. 식탁에 불을 켜 놓고 지구본을 한 바퀴 휘휘 돌려 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새끼 손가락 마디보다 더 조그맣게 지구본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서울이 조그만 점으로 보였다.
“내가 여기 사는구나.”
내 꿈, 세계 일주. 그걸 하려면 적어도 10년이 필요한데 게다가 돈도 많이 필요 할텐데. 도대체 무엇부터 그리고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고만고만한 아이들의 얼굴이 생각이 났고 퇴근해서 지친 얼굴로 돌아오는 남편의 얼굴도 생각이 났다.
“에이, 내가 미쳤구나. 진짜 미친 게 분명하구나!”
“아니야, 아닐 지도 몰라. 내가 이대로 내 꿈을 포기하고 그 상태로 아이들과 남편을 괴롭히며 사는 것 보다 내가 내 꿈을 이루어 가며 그들과 조화롭게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며칠 뒤, 나는 신문에서 자전거로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기금을 마련하는 한 소아암 환자를 보았다. 소아암 퇴치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랑 둘이서 곳곳을 여행하고 있었다.
“자전거다. 내 여행의 시작은 자전거로 해야겠다.”
나는 꼬박 다섯 달, 용돈을 모았다. 자전거를 한 대 마련했고 내 꿈의 한 편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난 후에 난 강변을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나라씩, 좀 크면 이 주일이나 한 달에 한 나라씩 내가 가고 싶은 나라에 대한 정보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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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현재 글이 완성도가 좀 떨어진다고 스스로도 생각합니다. 사부님,
글의 구성에 대해서 고민을 하다가 마녀가 제게 미술관에 갈 때마다 들려주는 이야기로 글을 썼는데..
이상한 것이 제가 아는 사람의 그림을 보고 글을 쓰자 스스로 상상력의 한계를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뭔가 이상한 글이 나오고 말았네요. 그렇다고 안 올릴 수도 없고 말입니다.
그런데 다른 그림으로 계속 시도해 보려 하니 좀 지켜봐 주십시오. 길게 끌고 가는 글보다는 그림 하나가 주는 상상의 세계로 그림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빌려 그림을 표현해expess 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Explain하는 글은 쓰지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책들과 차별성도 없으니까요.
아..그런데 요즘 좀 힘듭니다. 회사일이 너무 많아서 개인적인 시간을 낼래야 낼 수가 없으니..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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