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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테오라(Meteora)는 '공중에 떠 있는 수도원'이라는 뜻으로, 바다속의 기암군이 형성되어 만들어진 지역으로 1980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깍아지른 기암괴석 천혜의 고도 바위산 정상 위에 수도사들은 공동체원이 함께 살아갈 수도원을 지었다. 외부인들이 쉽게 범접할수 없는 이질적인 낯선 장소에 그들은 정주(定住)를 하는 생활을 스스로 선택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쾌락을 선호하며 세상사의 외적인 즐거움을 향유하는 것이 사람들의 원초적 본능이거늘, 그들은 왜 그렇게 욕구를 억누르면서 그런 외롭고 힘든 조금은 동떨어진 삶을 선택한 것일까?
그들의 목표는 하나였다.
이세상에서의 삶을 신앙적인 거룩한 정신과 육신의 수련을 통해 한걸음더 하느님에게로의 존재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이세상에서의 현실적인 삶을 뒤로한채 하느님 나라로 다가서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고고한 달빛만 흐르고 있는 새볔녘. 세상 잠든 가운데 그들은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이 모시는 하느님을 찬양하기 위해 성당으로 향하는 것이다. 정좌를 한후 신호와 함께 그날 새로운 날을 주신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성서 시편과 독서로써 찬미의 노래를 합창한다.
세상을 여는 새벽은 개개인의 가치 기준에 의해 다르게 시작된다.
종교에 가치를 두는 이는 교회나 법당, 성당으로 향한다.
어학에 가치를 두는 이는 학원으로 향한다.
체력단련에 가치를 두는 이는 헬스클럽이나 조깅을 한다.
글쓰기에 가치를 두는 이는 먼저 원고지를 챙기거나 컴퓨터를 부팅 시킨다.
중요한 것은 어느것하나 우선순위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들이 염두에 두고 목표를 두는 것을 향해 나아간다.
수도사들의 삶은 단순하다. 오직 기도와 노동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그날 하루를 마감한다. 기도는 하느님에게로 좀더 가깝게 향하는 대화의 행위이다.
이날은 주께서 마련하신날. 이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그들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춤들을 춘다.
라즈니쉬가 이야기했듯 <삶의 춤, 침묵의 춤>을 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하루의 기쁨에 절로 흥겨워 생의 춤을 즐기는 것이다.
노동은 육적인 본능을 극복하는 수단이자 자급자족의 공동체를 영위하기 위한 중요한 꺼리이다. 맡은 소임지에서 그들은 각자의 땀을 흘린다. 그들이 흘리는 땀은 단순한 땀이 아니다. 하느님에게로 향하는 노력의 한걸음 한걸음이 합쳐진 거대한 발걸음이다.
하지만 천국으로 향하는 길을 선택한 그들이지만 이곳의 생활도 세상 사람들의 생활과 별반 다름이 없다. 환경만 다를뿐이지 우리네 세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수도원 내부안에서 형제들 또는 자매들간에 내면 깊숙이 억눌러 놓았던 시기, 질투, 욕심, 명예의 욕심 등이 천천히 되살아가면서 수면위로 떠올라진다. 바깥 세상과 이곳이 다른점은 그들은 그런 이해관계가 있더라도 공동체안에서 먹고, 마시고, 노동하며 심지어 잠자리에 드는 와중에도 동료들과 맞딱뜨린다는 것이다. 관계의 이질성을 느끼면서도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신을 찬양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할 수는 없다는걸 그들은 안다.
도망갈수 없다는걸 그들은 안다.
회피할수 없다는걸 그들은 안다.
이곳이 결코 세상밖과 격리된 장소가 아님을 그들은 절실히 느낀다.
현실의 세상과 결코 다르지 않는 또하나의 세상속에서 그들은 살아간다.
그런 그들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오스만 투르크족들이 이곳에까지 침략군의 야망을 드러내며 점령한 것이다. 고민하였다. 어떻게 해야하나. 같은 형제들인 마을 주민들은 싸우며 피를 흘리고 있는데 우리는 어떡해야 하나?
결정을 내렸다. 신을 찬양하는 수도사의 신분이지만 총칼을 들고 농기구 연장을 들었다. 같은 형제들을 위하여 그들의 공동체를 위하여 자신의 조국 그리스를 위하여 그들도 함께 싸움에 동참하였다. 임진왜란 당시 우리의 승려들이 왜군을 향하여 그러했던 것 처럼.
세상은 바뀌었다. 한때 많은 이들이 함께 나누던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고작 손에 꼽을만한 소수의 인원들만이 각 수도원에 존재하며 관광객들의 카메라 플래쉬에 화답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안다.
그들의 역사를, 그들의 기도신앙을, 면면이 이어져온 그들의 정신을,
그리고 주어진 미션(mission)을.
오늘도 수도사들은 새벽으로써 하루를 시작한다.
세상 사람들의 이성적 잣대가 아닌 자신 스스로의 가치관의 선택에 의하여.
기억하라. 이순간 날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힘들고 외롭고 지치고 삶이 버겁다고 느낄 때,
멀리 메테오라(Meteora)의 수도사들이 당신을 위한 촛불 하나씩을 켜고 새벽 어둠속 침잠속에서 묵상하며 염원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염원에 오늘 하루를 화답해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