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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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콴인의 전설>
중국의 어느 시골 마을에 콴인(관음)이 현현했는데, 마침 그 마을에서는 아무도 깨달음에 관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경.마 같은 남자다운 일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리하여 콴인은 매우 아름다운 처녀로 변신해서 마을에 내려와, 강에서 잡은 생선을 팔았다. 생선이 다 팔려서 바구니가 비면 처녀는 곧바로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이면 이 예쁜 생선장수 처녀는 다시 마을로 왔다가 또다시 사라졌다. 이렇게 계속하다 보니 온 마을의 청년들이 이 처녀에게 홀딱 반해 버리고 말았다.
어느 날 아침, 이 처녀가 나타나자 스무 명 가량의 청년들이 처녀를 둘러싸고 말했다. "우리 가운데 한 사람과 결혼해 주시오." "글쎄요." 처녀가 대답했다. "한꺼번에 스무 분과 결혼 할 수는 없으니까 내일 아침까지 <관음경>을 모두 암송할 수 있는 분이 있으면, 그분하고 결혼하도록 하죠."
다음 날 아침, 열두어 명의 청년이 경전 전체를 외워 오자, 처녀는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그렇다고 이분들 모두와 결혼할 수는 없으니, 내일 아침가지 이 경전의 뜻을 제게 해석해 줄 수 있는 분이 있으면, 그분과 결혼하도록 하죠."
다음 날, 네 명의 청연이 그 뜻을 해석해 주자, 처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단 한 사람뿐이니 네 분 모두와 결혼할 수는 없지만, 혹시 오늘부터 사흘 안에 이 경전의 의미를 '경험한' 분이 계시면, 바로 그분과 결혼하도록 하죠."
사흘 뒤, 이번에는 단 한 명의 청년만 나타났다. 그러자 처녀가 말했다. "강굽이를 돌아가면 제가 사는 작은 집이 있어요. 오늘 저녁에 그리로 오시면 제 남편으로 맞아들이겠어요."
그날 저녁, 청년은 강굽이에 위치한 작은 집으로 갔다. 어는 노부부가 바깥에 나와 있었는데, 그 중 남편 쪽이 말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자네가 오기를 한참 기다리고 있었네. 우리 딸아이는 안에 있다네." 하지만 청년이 들어가 보니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처녀는 거기 없었다. 청년이 창밖을 보니 발자국이 나 있었고, 청연은 그 뒤를 따라 강으로 향했다. 그곳 물가에서 청년은 작은 신발 한 짝을 발견했지만, 처녀의 모습은 간 데 없었다.
거기 멍하니 서 있는 동안 갈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자, 청년은 그제야 그 갈대며 세상 만물이 바로 그 처녀임을 깨달았다. 처녀의 유혹과 매력 - 마하야나의 이미지에서 표상된 여성의 형상 -을 통해서 그는 마침내 우주의 아름다움의 니르바나적 은혜를 깨달았던 것이다. 그 경전을 이해함으로써 그는 자신이 경험한 바가 무엇인지를 알았고, 깨달음을 얻었다.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첫번째, 동양적인 신비감
선불교적인 홀연한 깨달음이 주는 묘한 아름다움, 의식의 도약과 초월이 주는 매력
두번째, 의도하지 않은 결과
아름다움을 쫓아 가다보니 의도하지 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극적 반전
세번째, 시험 과정의 긴장감과 재미
암송, 해석, 경험이라는 세 가지 시험의 통과가 영웅들이 시험을 통과 하는 장면을 연상 시킴
연구원과정의 50권의 책리뷰, 50개의 칼럼, 100개의 코멘트, 해외여행 그리고 1권의 책을 떠올리기도 함
<나의 신화>
Y는 화력발전소 한 귀퉁이에 근무한다. 수백명의 사람들이 똑같은 옷을 입고 거대한 기계 덩어리 속에서 맡은바 일을 책임지고 있다. 발전소는 거대한 기계 덩어리 이지만 그 기계를 움직이는 건 살아있는 인간들이다. 발전소는 하나의 유기체다. 먹고 마시고, 소화시키고 열을 발산하고 배설하는 생명체다. Y는 이런 유기체적 산업사회의 평범한 일원이다. 그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긴 하지만 그는 답답하다. 꼭 자신이 아니어도 그 일은 돌아간다는 사실이 그의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든다. 그는 무수히 태어나고 죽어가는 세포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를 구분짓는 것은 작업복 위에 붙은 이름표 하나. Y가 사는 동네는 지방의 작은 도시다. 공단이 많고 수도권과 가까워 외부에서 일자리를 찾아 들어온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아파트나 땅, 주식에 관심이 많으며, 남자들은 밤마다 술을 마시고, 여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 속에서 그는 알 수 없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찾고 싶었다.
얼마전 읍내에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가 문을 열었다. 비가 오는날 그는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 2층의 큰 유리창가에 앉아 비오는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유럽과 인도풍의 인테리어를 섞은 듯한 그곳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안에는 몇 명이 방석을 깔고 앉아서 대화를 나누거나, 쿠션에 기대 누워 있는 사람도 있었다. 테이블마다 큰 초가 켜 있었으며, 강한 향내가 났다. 몇몇은 기다란 물담배를 빨며 수증기를 내뿜는 묘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사장은 녹색 두건을 두르고 인도풍의 밝은 옷을 입은 여자였다. 나이는 사십대 정도로 보였지만 얼굴은 보통의 아줌마 같지 않고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눈에 그녀는 아름다웠다. 비오는 날 그곳에서 만난 풍경들과 그 여자의 분위기에 Y는 빠져들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을 찾게 되었다. Y는 차츰 그 여사장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으며, 그녀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신내림을 받은 신녀였다. 옛날로 치면 무당이다. 그런데 그녀는 현대적 신녀다. 소위 신내림을 받은 후 유럽에서 신학과 심리학을 공부했고, 뉴욕에 가서는 현대미술을 공부했으며, 인도의 히말라야로 떠나 몇년간 수행을 했었다고 한다. 그녀는 다시 한국에 돌아와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찾게 해주는 것이었다.
Y는 그녀에게 모든것을 맡기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전하려는 것이 자기가 찾더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Y는 그녀의 제자가 되기로 했다. 그는 일주일에 한번 그곳을 찾았다. 처음에 그녀는 Y에게 어떤 의식을 알려 주었다. 자신의 길을 열어주는 의식이라고 했다. 우선 집에 24시간 꺼지지 않는 불을 켜두라고 했다. 그는 파라핀을 이용해 24시간 초를 켜두었다. 그 앞에서 매일 아침 몸 동작 몇 가지와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그녀는 매 주 한 권의 책을 내밀었다. 다음주에 올때 그는 그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제출해야 했다. 서양과 동양의 신화에 관한 책들도 있었고, 역사책들, 간혹 철학책들도 있었다. 주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었으며, 위대한 사람들의 자서전도 있었다. 습관이 되기까지는 강한 근기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어느 단계가 넘어서자 그의 세계가 커져가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읽은 책들 중 특히 마음에 와 닿는 것들도 있었으며, 그런 책이 생기면 그 책의 저자가 쓴 다른 책들도 찾아 보았다. 매주 그녀는 간단한 코멘트를 해주었다. 일년이 지나고 그녀는 Y에게 이제는 글을 써오라고 했다. 그녀는 주제를 정해 주었다. 일년 동안 그가 읽은 책들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는 그가 정리했던 내용을 되씹으며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서 그녀에게 가져갔다. 그에게 글을 쓰는 작업은 그가 읽었던 책들을 자기식으로 해석하는 과정이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는 글쓰기를 통해 책속의 내용들을 내면 깊이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그는 그녀에게 자기와 같은 제자가 여럿 있었음을 알게 된다.
어느날 그녀는 제자들에게 실크로드 여행을 제안한다. 그 여행이 자신의 수행법의 마지막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십여명의 제자들이 한 여름 중국 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부터 유럽의 로마까지 그들은 기차와 버스, 배를 타고 또는 걸어서 이동했다. 그 길을 가며 그들은 책으로 읽었던 신화를 온 몸으로 느꼈다. 여행의 마지막에 다다를 무렵 그들은 유럽의 어느 한적한 숲속을 찾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파티를 열었다. 디오니소스적 또는 무당의 굿과 비슷한 분위기의 파티였다. 포도주를 마시며 그들은 밤새 춤을 추며 웃고 울었다. 누군가는 죽은자의 영혼이 되어 이야기를 했고, 불위를 걸었으며, 미친듯알 수 없는 말을 하기도 했다. 새벽이 다가올 무렵 Y는 자신의 에너지가 변하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황홀을 보았다.
그 때 그는 눈을 떴다. 눈부신 아침이었다. 6살짜리 아이가 자신을 깨운다. 아내는 밥을 짓고 있었고,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났다. 모든 것이 꿈이었다. 그는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평범한 회사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변한것은 없었지만 Y는 달라져 있었다.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2012년 그는 여전히 평범한 회사원의 몸으로 사진학교를 들어간다. 2012년 말에 그는 권위있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사진비평상의 평론부분에 뽑혔다. 그는 전문사진과 아마추어 사진, 예술사진과 상업사진을 연결하는 많은 글들과 평론을 썼다. 그는 파워블로거가 되었으며, 다음해 초에 아름다운 책을 한 권 낸다. 그의 가족은 여행을 떠났다. 세계의 실험적인 공동체들을 찾아나선 여행이었다. 인도의 오로빌, 영국의 핀드혼, 파리의 떼제, 콜럼비아의 가비오따스... 인류의 이상적인 가치를 내세운 영성, 평화, 생태적 대안 공동체였다. 그 여행을 다녀와 그는 사진전을 열고 사진 에세이집을 출간하게 된다. 그의 사진과 글은 파편화된 현대 이후의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전해주었고 사람들은 서서히 그 가치를 삶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여전히 사람들의 삶은 불안하고 두려웠지만, 사회의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도 그의 사진과 글이 알려졌다. 그는 수도권 근방에 작은 도시 공동체를 만들게 된다. 그곳은 여행자들의 쉼터이기도 했고, 예술가를 키워내는 학교이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젊은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분위기는 동서양의 건널목쯤되는 새로운 공간이었다. 새로운 시대의 향기가 그 곳에서부터 퍼지게 되었다. 그것은 아시아 르네상스 시대의 서막이었다.
질문 1.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희열을 따르는 삶, 가슴뛰는 삶, 삶을 기뻐하는 삶
질문 2. 나에게 사진과 글이란 무엇인가?
나를 표현하는 몸의 일부, 표현도구, 세상과의 소통의 매체
질문 3. 공동체를 꿈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안적인 삶을 살아가는 기초적인 단위, 혼자선 재미없다. 다양한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이 어우러져야 진짜 대안 사회라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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