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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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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8일 02시 16분 등록

  홍콩 콜센터가 주최하는 컨퍼런스 및 콜센터 벤치마킹에 참여하느라 21일부터 26일까지 홍콩과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공식일정 전에 잠시 짬이 있어 홍콩거리를 헤매어 다녔습니다. 몽콕 지하철역 근처였는데.

세이부 백화점 입구 위에 터를 잡은 헬로우키티가 조명을 받아
 찬연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어요. 형님이 생각난 게. 현재와 미래가 한 공간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한자로 된 네온사인이 여기저기서 존재를 밝히고 있었죠. 처음 와보는 곳인데 친숙한 나머지 현지인들처럼 걸음을 옮길 뻔 했습니다. 동행자와 "라이라이~" 이러면서요. 뒷골목으로 접어들자 아기돼지 바베큐를 비롯한 온갖 통 바베큐와 창자들을 걸어놓은 선술집들이 나타났어요. 커지노 분위기가 풍기는 곳에서는 마작을 하고 있더군요. 國際夜總會(국제 야총회) 란 입간판에 무희 출연이라는 글자를 보고 이곳도 분장이 좀 다를 뿐 사람 사는 곳임을 알았습니다. 

밤의 홍콩은 부유하는 섬이었어요. 영화속 그 숱한 장면들이 카메라 연출인줄 알았는데 홍콩은 낮은 섬, 밤은 구름이 되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고 있더군요. 상해에서 온 한국기업 지사장이 사연을 말해줬어요. 이소룡과 성룡을 낳았고, 그 전에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열었던 장철과 호금전 감독이 활약한 홍콩.  江湖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 국민당은 무협과 허구가 판치는 영화를 국민들의 현실인식을 오도하는 매체로 봤습니다. 강력한 규제 때문에 영화산업은 공산화이전에 이미 상해를 떠나 홍콩에 자리를 잡습니다. 유럽의 식민지이면서 中華라는 중국인의 자존심이 공존한 나라, 가부장적인 유교문화와 개인주의적 서구문화가 혼재된 나라,  도시이면서 국가, 중국의 특별행정구이면서 국경을 넘을 때는 여전히 여권이 필요한 나라, 홍콩입니다. 그러니 맘보춤을 추던 장국영의 뒷모습이 왜 그리 쓸쓸했고, 메리야쓰 하나 달랑 걸쳤을 뿐인데 유덕화의 째진 눈이 여심을 울린 건 다 사연이 있었던 겁니다. "시계를 봐. 지금 1분을 평생 잊지 못할거야."  열혈남아 유덕화가 장만옥을 공중전화 부스안으로 밀어붙일 때 여자관객들만 찔끔 눈을 감은 건 아니었습니다. 누가 믿음을 심었건 믿음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자 실체이니까요. 1분동안 나를 감흥시킨 게  꿈이냐 생시냐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형님이 평소 꿈꾸신 대로 세계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창조한 기반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한계는 한층 멀어졌습니다. IT가 만든 여섯번째 감각덕분에 구글 어스가 생활이 되어 갑니다. 형님의 작품인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이젠 아이클라우드도 큰 몫을 하고 있죠. 지금 이 순간에도 형님의 철학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서 전세계에 전파되고 있으니 형님은 구름 저 위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겠네요. 남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통찰력과 창조성이 세상을 이렇게 바꿔놨어요. 사람들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계란과 바위'에 비유하곤 하는데 형님은 참 통쾌하셨습니다. 

앞길이 구만리 남은 후배 입장에서 형님의 족적을 만분지일이라도 따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를 산이 까마득합니다. 다행히 후배들이 딛고 오를 단서들이 엿보이기는 하네요. 삶이든, 예술이든 원작자의 뜻이 관객의 해석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제 눈의 안경인 거고 그게 소통의 원리죠. 근시용이냐 노안용이냐, 타깃이 상위 1%냐 하위 99%냐는 디자이너의 몫이지만 그 안경으로 무엇을 볼 건지는 사용자가 결정할 일입니다. 대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 형님에게는 새로울 게 없는 얘깁니다만. 그래서 전 아이폰으로 위치정보를 무단 수집했다는 언론 보도에 흔들리지 않았어요. 형님은 대중에 반해 불순한 의도를 가질 분이 절대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i시리즈의 최후작으로 iMan이 나온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거에요.  사람이 정보의 단말기가 되는 거죠. 말하자면 사람의 머리에 빨대를 꽂아 브레인이 가진 정보와 아이디어를 직접 활용하는 겁니다. 이걸 누가 활용하냐구요? 정보를 집약하고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A, G, M사 같은 기업이 하겠죠.  어디에 가고 누구를 만나고 뭘 사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모든 정보가 하나의 중앙 서버에 모이겠죠. 클라우드라고 하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효율을 높이려면, 부와 편의를 유지하려면 뭐 하나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i의 의미가 internet, interactive, individual이다 말이 많은데 아무래도 거느적거리는 individual이 양보하는 게 좋겠죠. 페이스북 사장이 사생활의 시대는 갔다고 큰소리쳤다는데 걔가 어린 티 내느라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생활만한 자원의 보고가 또 있을까요. indivisual이니 public이니 다 옛말인 듯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올까요. 형님이 그런 계획을 세웠을 리는 만무하고 허황된 공상입니다. 설사 그 날이 오더라도 그게 형님의 책임은 아니니 염려 놓으세요. 눈덩이
 처음 굴릴 때야 방향보고 굴리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면 그게 어디로 튈 지 누가 아나요. 하여간 이승과 저승의 연은 엄연히 다른 것이니 형님은 영원한 안식을 즐기시면 됩니다. 우리는 정상을 가린 구름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기어이 올라가볼랍니다.

근데 형님, 구름 너머에 쓸만한 게 있을 거라는 믿음은 내가 만든 거겠죠?

IP *.236.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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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11.28 03:42:30 *.111.206.9
iMAN의 실체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감이 안잡힙니다. 상황을 설정해서 말씀해주시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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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11.28 12:45:53 *.12.196.3
반가운 글이 올라왔네요..^^

누가 믿음을 심었건 믿음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자 실체이니까요..
참으로 동감되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혹은 어떤 믿음을 지니고 있느냐가 그리 중요할수도 있을 것 같고요.
믿음 또한 결국 나의 분신과도 같을 수 있겠구나..라고 잠시 생각에 젖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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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11.29 09:35:52 *.236.3.241
구상중인 이야기를 SUMMARY해봤습니다.
잡스 형님은 출연하지 않습니다. 

창조놀이하시면서 책도 번역하시고 시간을 참
알차게 꾸리셨네요. ㅎㅎ
책 대박나시길 바랍니다. ~~

송년회 때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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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옥
2011.11.28 14:00:43 *.1.160.2
다음 이야기, 기대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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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11.29 09:31:13 *.236.3.241
100배 즐기기 잘 읽고 있다.

다음 이야기는 완성된 후에 공개할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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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갱
2011.11.28 14:43:24 *.111.51.110
반갑습니다. 선배님의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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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11.29 09:30:26 *.236.3.241
계속 써야 하는데 컴백이라 하니 쑥스럽네요. ~
요새 경황이 없어서 코멘트를 달지 못했는데
조만간 몰아서 댓글 한번 달게요.

가족을 주제로 잡은 거 괜찮은 것 같아요.
사진도 특유의 정감이 묻어나고.
힘 내고 정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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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11.28 17:43:42 *.111.206.9
한층 더 뚜렷해진 느낌입니다. 좋은데요. 

iMAN, 블레이드러너 같은 느낌도 듭니다. 기존의 인조인간과는 다른 개념일것이라는.

형, 어느 작가 이야기 들어보니 자기가 쓴 글을 소리내어 읽어본다고 하더군요. 소설이라면 특히 운율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작가가 작가에게'라는 책 있더군요. 소설가 한유주가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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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11.29 09:27:19 *.236.3.241
그래 다 쓰고 나서 함 읽어봐야겠다.
운율은 작가와 독자의 호흡을 맞추는 일이니까.
고마워. 네 데일리 컬럼 잘 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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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9 08:53:07 *.69.159.123

오랫만...홍콩 몽콕 홍콩 몽콕 홍콩 몽콕......

나도 함 가봐야겠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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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11.29 09:23:07 *.236.3.241
홍콩은 생겨 먹기를 밤이 민낯인 것 같아요. ㅋㅋㅋ

꾸준히 활약하시는 모습 잘 보고 있습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시면 작년 송년회때 아이디어 내신
칠레에 집필실 내시는 거 조만간 이뤄지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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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
2011.11.29 09:46:16 *.30.254.21

그리운 S...
소통이 원래 S 의 화두였으니
S 에 대한 남다른 감회가 짐작되는..
오랫만에 글을 보니, 반갑다.

그리운 것들이 많군
전주의 빠가사리도 그립고..
전주에 놀러간 처자도 그립고

홍콩이라..
홍콩에는 못 갈 것 같고
연구원 송년회 때나
홍콩에 가야겠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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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11.29 11:32:30 *.236.3.241
전주가 우리에게는 홍콩이었던 셈이네요~~
그리운 것들의 대명사 홍콩
그리운 것을 그리운 대로 두면
홍콩이 킹콩될 수도 있습니다.
거대한 발목아지가 머릿속을 찍어 누르기 전에
한번 떠야겠네요.

Let's go Hong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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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뵤
2011.11.30 11:04:35 *.169.218.37
소설인가. 사실인가. 하면서 읽었어용. ^^;
오빠가 사샤언니 글에 단 댓글.
예술적 댓글, 댓글형 예술 읽은 후 오빠 글은 무조건 좋아~ ㅋㅋㅋ
(그동안 그렇게 올린 글에서는 감동 받지 못하다가 글 뒤에 달린 댓글에 반하다뉘. ㅋ)
이 이야기는 왠지 나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넹.
사실, 나폴레옹은 나테 너무 어려웠다긔요. ㅋㅋㅋ
화이링화이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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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
2011.11.30 13:16:40 *.236.3.241
칼럼을 쓰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가
사실과 허구가 분간이 안 된다는 것,
현재는 굳이 구분하고 싶지 않다는 것.^^
뎀뵤 선배,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해줘 감사합니다.
그 빠워를 받아 나도 뎀벼 볼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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