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香仁 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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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대하여]
저서: 아담의 배꼽 이레(2007) 곽영미 옮김
저자: 마이클 심스 (Michael Sims)
1958년 미국 출생으로 신문, 라디오, 각종 잡지에 과학과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전문 칼럼니스트이다. 현재 내슈빌에 살면서 편집자, 희귀본 사서, 서적상 등으로 일하는 그는 <다윈의 오케스트라: 역사와 예술의 자연 연감>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던 듯 하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경부 디스크에 걸려 입원을 하면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인체에 대해 꼼꼼히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 그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워서 메모를 적으면서 허리가 회복되자 그는 인체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었다. 자료 발견과 더불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여 마이클 심스 그 만의 방식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 만의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들 신체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 번에 한 부위씩 여행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부위’라는 표현이 독특하다.
이런 스타일의 책은 어쩜 누군가에 의해 씌여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만의 독특한 필체는 신체의 여러 독립적이면서 상호의존적인 부위들의 탐구와 더불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아주 신선하고 감각적이게 느껴진다. 읽으면서 많이 웃었고 빠른 진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번역 또한 상당히 깔끔했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홈페이지를 첨부한다.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 데 눈을 부릅뜬 사진이 인상적이다.
http:ppwww.michaelsimsbooks.compHome.htm
[내 가슴에 들어 온 글귀들]
전 세계의 문화가 아무리 다양해도 우리 인간은 결국 우리와 같은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가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삶을 재연하는 셈이다. 대도시의 길을 걷다 보면 다종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 남녀노소 각기 다른 체격, 외양, 색깔을 가지고 있다. 피부 색조와 얼굴 윤곽도 다르고 눈매와 머릿결도 다양하다. 우리 각자의 몸은 하나이며 태어난 문화에 따라 그 몸을 다루는 방식도 다르다. 14p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는 자연의 부단한 창조력이 도장자국처럼 찍혀있다. 우리는 돌출된 코와 넓적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두 다리로 똑바로 선다. 우리의 귀는 소리를 모으고 소리의 위치를 추적하기 좋은 곳에 붙어 있으며 배꼽은 우리가 태반을 가진 포유동물임을 나타낸다. 우리의 털북숭이 동물친구들과 견주어보면 우리는 벌거숭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몸에는 상당히 많은 털이 모여있다. 대부분의 털이 냄새를 숨기기 위해 전략상 한데 모여 있을 뿐이다. 17p
우리는 피부의 보호기능을 당연하게 여기고 피부가 제공하는 기쁨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외피를 보이지 않게 장식하고 있는 신경망은 주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질 세계에서 몸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37p
피부는 출입구 같은 문들로 가득하며 이 문들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연료처리기, 독소 감별기, 마이크 구실을 하며 잔업을 많이 하는 입은 면적이 커서 지속적인 주의를 요한다. 셔터처럼 열리고 닫히는 항문은 입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숨어있고 흡입보다는 주로 배출을 많이 한다. 39p
“지구상에는 193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이 존재한다. 그 중에 192종이 털로 덮여있다.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종만이 예외적으로 털 없는 유인원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1967년에 펴낸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현명하다고 칭하는 이 종도 사실 완전한 벌거숭이는 아니다. 48p
우리 대다수는 머리카락이 모여 있거나 제대로 된 두상에 붙어 있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대체로 낱개의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아름답다기보다 혐오스럽다고 느낀다. 83p
털 없는 얼굴의 미덕은 얼굴에 결집된 정보 수집 도구들이 표현을 전하는 방송국으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88p
우리의 눈은 얼굴처럼 보이는 것은 어떻게든 알아본다. 콜론대신 세미콜론이 찍혀있어도 그것이 윙크하는 눈임을 금세 알아본다. 참 어이없지 않은가?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얼굴을 왜 자꾸 보는 것일까? 그것은 진화의 방향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을 인식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쪽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이 일을 온 종일, 우리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재빨리 수행한다. 뇌가 묻는 질문들을 생각해보라. 아는 사람인가 모르는 사람인가? 친구인가 적인가? 화가 나 있나 기분이 좋나? 우리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야 하고 그것도 될수록 빨리 알아야 한다. 99p
우리는 타인이 우리와 시선을 마주쳐 고개를 끄덕이고 심지어는 미소까지 지어주길, 마치 ‘그래요, 당신을 보았어요.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에요. 우리는 함께 있어요.” 라는 뜻의 말 없는 동작을 취해주길 열망한다. 104p
시각만큼 강력하게 감각의 상호 연결성, 즉 뇌에서 하나의 목소리에만 복종하는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도 없다. 눈은 왕이다. 다른 감각을 강조하려면 눈의 지위를 먼저 떨어뜨려야 한다. 111p
시각적인 것에 의존한 결과 우리는 지나치게 현상에 집착한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인간은 타고난 신체 기관을 통하지 않고서는 당연히 지각할 수 없다.” 라고 단호히 말하면서도 우리가 “눈을 통해서” 가 아니라 “눈으로 본’ 거짓을 믿는 것을 걱정한다. 112p
….도킨스는 눈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제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가 제시한 가장 간단한 예는 이렇다. 시력이 손상되었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장애물을 피하거나 꼭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은 볼 수 있다. 또한 시각적 예리함이 떨어졌다고 해서 실명인 것은 아니다.
포식자를 피해 다녀야 하는 동물은 햇빛을 차단하는 그림자에만 반응할 수 있어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빛 반응 기술이 계속 진보하는 것은 그 생물의 방어체계가 향상되고 주위세계에 대한 반응이 점점 세련되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120p
눈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감정 표현에서 눈이라는 주연의 연기를 받쳐주는 조연 역인 것 같다. 122p
포유동물의 목록에서 귀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는 다음의 세 동물만 떠 올려라. 산토끼, 아프리카 코끼리, 잎코박쥐. 151p
…축축한 귀지가 우성이고 마른 귀지가 열성이라는 것을 알아냈는 데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상관유전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154p
비록 포르노 영화에서는 무시되지만 귀도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의 성감대이다. 158p
코는 여러 수사적 표현에 쓰이기도 한다. 또 관절이 빠지거나 제자리가 아닌 곳에 처박히기도 한다. 175p
이 콧속 통로는 일생 동안 축축이 젖어 있고 알레르기나 감염에 의해 자주 막히기도 한다. 그 결과 생기는 물질이 딱딱한 고체나 축축한 액체인데 어느 쪽이든 제거해주어야 한다. 180p
우리의 피부는 내부기관들이 땀과 호흡으로 대항할 수 있는 열보다 체온을 치명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추위를 더 많이 걱정한다. 열 손실을 경고하기 위해 동정맥 연결이라는 영리한 구조가 중대한 부위, 특히 눈꺼풀과 코와 입술과 손과 발에 운집해 있다. 198p
…자연은 우리의 아주 열띤 상상만큼이나 엉뚱한 구석도 있지만 성에 대해서는 비엔나의 신사들처럼 꽤 규칙적이고 고정적이다. 206p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오지 부족들 사이에서는 “키스하다”라는 말이 “냄새 맡다” 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고 냄새는 언제나 키스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214p
우리가 상실한 이상적인 기관의 대타인 것 치고는 입술은 키스에 썩 잘 이바지 하는 편이다. 민감한 신경종말들이 집중되어 있는 입술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거의 자동적으로 찾아낸다. 우리 인간이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남녀간의 키스가 뜨겁게 달아올라 다른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가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33p
뱀의 두 갈래 혀는 사실 대기중의 수분 분자만을 읽고 있을 뿐인데 뱀에 관한 만연된 편견 때문에 부정직을 의미하게 되었다. 239p
구달과 다른 학자들이 침팬지를 통해 관찰한 바에 따르면, 키스와 포옹과 인사처럼 손을 잡는 행위도 고대 영장류가 인간보다 앞서 한 행동 습성이다. 275p
우리의 동료인 고등 영장류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잡기는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수컷에게 복종의 의미로 축 늘어진 손을 내미는 동작을 의미한다. 고대 문학에서는 빈 손을 내미는 행위가 휴전을 뜻했다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생면 부지의 그대를 앞으로 친구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276p
신체의 많은 부위가 중세의 문장을 연상케 하는 온갖 찬사를 이끌어온 반면 배꼽은 서정과 유머가 섞인 독특한 잡종을 낳았다. 379p
아담의 배꼽은 그에게 부모가 있었다고 믿게 하려는 속임수였을까? 392p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신체의 이 부위는 그저 신체의 한 부분으로만 그치지 않는 듯하다. 다이엔 스켐펠런은 이야기와 그림이 있는 책 ‘헌신의 형상’에서 “ 그 다름에 외음부가 있다. 이 곳은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소동이 집중되는 부위이다” 라고 썼다. 405p
새 천년의 문화에서 페니스는 포르노 영화와 비아그라 광고에서, 미국 대통령들의 탄핵 소송과 매 맞는 아내들의 복수극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455p
두 발 보행이 낳은 한 가지 별난 형상은 제 종족의 뒤태를 평가하며 “멋진 엉덩이야’ 라고 찬양하는 영장류가 거의 인간뿐이라는 것이다. 490p
발가락이라는 것에 손톱만큼도 관심도 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다 발가락이 의자 다리에 채이기 전까지 발가락이 저 아래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살 것이다. 510p
마틴 루터 킹과 간디는 둘 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 영향을 받았다. 소로의 에세이 ‘시민의 불복종’은 도덕적 모순에 찬 정부 정책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지금도 영감을 주고 있다. 530p
직립보행은 오래 전에 척추를 갖춘 우리의 몸을 계속 이동시켜 태양계 저 멀리까지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후손들은 먼 우주의 이국적인 풍경 속을 거닐 때 경치와 소리에는 포유류의 얼굴을 들이밀겠지만 손은 영장류처럼 도구를 쥐고 있을 것이다. 542p
[내가 저자라면]
아 정말 이 책처럼 [내 마음속에 들어온 글귀]를 그대로 전부 옮기기가 힘들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배를 잡고 웃는 부분은 하나같이 19세 미만이니 눈 딱 감고 계속 페이지를 넘겨야만 했다. 저자가 신체의 여행을 머리 끝에서 시작하였는지라 딱 어느 부분이나 민감한 표현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통과했다. 위의 글은 그 중 아주 점잖으며 이 정도라면..하는 수위에서 선택되었음을 밝힌다.
나는 일단 이 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련다. 군말 말고 무조건 사서 읽어라. “안 읽는 자여! 그럼 인생에서 놓치는 게 많을 것이여…..”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책이었다. 이런 책이라면 얼마든지 허리가 아파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시간 내서 읽고 마는 책일 듯하다. 일단 저자의 글 솜씨가 유려하다. 치고 빠지는 기술이 천부적이다. 번역도 아주 훌륭한 듯 지루한 부분이라곤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궁금해 할 것들이 아주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대충이 없는 것이다. 저자만이 가능한 설명과 위트는 독자를 아주 유쾌하게 한다. 왜 이 책이 올해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지 납득이 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거울이 필요하다. 눈썹도 씰룩 해 보아야 할 것이고 귀와 코도 평소와는 다른 관찰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반드시 거울을 지참하고 책을 읽으시라고 부탁한다.
귀에 관한 이야기에서 혹시 나의 그것이 움직일 수 있는가를 실험 해보았다. 혹시 염력이라도 작용하는가하여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지만 안 된다. 그래 어금니를 꽉 깨무는 방법을 취했더니 한 영점 일미리 정도 귀가 움직이는 듯하다. 외재근이 퇴화라는 설명이다.
배꼽에 관한 설명에는 갑자기 고양이 배꼽이 생각나 애꿎은 녀석이 고생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오늘 갔던 동물병원 의사에게 녀석의 배꼽의 위치를 물었다. 털 때문에 잘 안보이고 털을 밀면 아주 조그마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 신성하게 진료하는 그 와중에 배꼽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덤비는 주인은 처음 본다는 표정이셨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 정도의 서비스는 해주어야 한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 일단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우리 몸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 어원의 파생과 더불어 생리학에 문학작품까지 총 망라되어 독자를 즐겁게 한다. 1958년 생이니 젊다. 그가 살고 있는 주변의 사건들과 사람들의 등장은 우리들도 익숙한 인물로 비유에서 감칠 맛이 있다.
덕택에 즐거움뿐만 아니라 몸에 관한 새로운 견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못 생겼건 잘 생겼건 다 그 생긴 대로의 역할들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요즘 인간들의 미의 기준으로 잣대로 들이대는 것에 기가 막힐 지도 모르겠다. 내 몸의 구석구석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구석이 없고 어디 하나 쓸모 없는 부분이 없다. 열심히 잘 위하고 소중하게 써드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찬사 한 구절을 소개한다.
"심스는 우리의 몸을 잘개 쪼개어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지혜롭고 재치있고 박학하며 정말 유쾌하다!"
(알베르토 망구엘)
IP *.48.40.19
저서: 아담의 배꼽 이레(2007) 곽영미 옮김
저자: 마이클 심스 (Michael Sims)
1958년 미국 출생으로 신문, 라디오, 각종 잡지에 과학과 문화, 예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전문 칼럼니스트이다. 현재 내슈빌에 살면서 편집자, 희귀본 사서, 서적상 등으로 일하는 그는 <다윈의 오케스트라: 역사와 예술의 자연 연감>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던 듯 하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경부 디스크에 걸려 입원을 하면서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인체에 대해 꼼꼼히 생각하기 시작하게 된 것이 그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누워서 메모를 적으면서 허리가 회복되자 그는 인체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에 뛰어들었다. 자료 발견과 더불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여 마이클 심스 그 만의 방식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 만의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들 신체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한 번에 한 부위씩 여행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부위’라는 표현이 독특하다.
이런 스타일의 책은 어쩜 누군가에 의해 씌여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만의 독특한 필체는 신체의 여러 독립적이면서 상호의존적인 부위들의 탐구와 더불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아주 신선하고 감각적이게 느껴진다. 읽으면서 많이 웃었고 빠른 진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번역 또한 상당히 깔끔했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홈페이지를 첨부한다.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 데 눈을 부릅뜬 사진이 인상적이다.
http:ppwww.michaelsimsbooks.compHome.htm
[내 가슴에 들어 온 글귀들]
전 세계의 문화가 아무리 다양해도 우리 인간은 결국 우리와 같은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가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이 삶을 재연하는 셈이다. 대도시의 길을 걷다 보면 다종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볼 수 있다. 남녀노소 각기 다른 체격, 외양, 색깔을 가지고 있다. 피부 색조와 얼굴 윤곽도 다르고 눈매와 머릿결도 다양하다. 우리 각자의 몸은 하나이며 태어난 문화에 따라 그 몸을 다루는 방식도 다르다. 14p
우리 몸의 구석구석에는 자연의 부단한 창조력이 도장자국처럼 찍혀있다. 우리는 돌출된 코와 넓적한 엉덩이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두 다리로 똑바로 선다. 우리의 귀는 소리를 모으고 소리의 위치를 추적하기 좋은 곳에 붙어 있으며 배꼽은 우리가 태반을 가진 포유동물임을 나타낸다. 우리의 털북숭이 동물친구들과 견주어보면 우리는 벌거숭이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의 몸에는 상당히 많은 털이 모여있다. 대부분의 털이 냄새를 숨기기 위해 전략상 한데 모여 있을 뿐이다. 17p
우리는 피부의 보호기능을 당연하게 여기고 피부가 제공하는 기쁨만을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우리의 외피를 보이지 않게 장식하고 있는 신경망은 주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물질 세계에서 몸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진화해왔다. 37p
피부는 출입구 같은 문들로 가득하며 이 문들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연료처리기, 독소 감별기, 마이크 구실을 하며 잔업을 많이 하는 입은 면적이 커서 지속적인 주의를 요한다. 셔터처럼 열리고 닫히는 항문은 입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숨어있고 흡입보다는 주로 배출을 많이 한다. 39p
“지구상에는 193종의 원숭이와 유인원이 존재한다. 그 중에 192종이 털로 덮여있다.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르는 종만이 예외적으로 털 없는 유인원이다.” 영국의 생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1967년에 펴낸 “털 없는 원숭이”라는 책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스스로를 현명하다고 칭하는 이 종도 사실 완전한 벌거숭이는 아니다. 48p
우리 대다수는 머리카락이 모여 있거나 제대로 된 두상에 붙어 있을 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는 대체로 낱개의 머리카락에 대해서는 아름답다기보다 혐오스럽다고 느낀다. 83p
털 없는 얼굴의 미덕은 얼굴에 결집된 정보 수집 도구들이 표현을 전하는 방송국으로서의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다. 88p
우리의 눈은 얼굴처럼 보이는 것은 어떻게든 알아본다. 콜론대신 세미콜론이 찍혀있어도 그것이 윙크하는 눈임을 금세 알아본다. 참 어이없지 않은가?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얼굴을 왜 자꾸 보는 것일까? 그것은 진화의 방향이 다른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을 인식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는 쪽으로 이루어져 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이 일을 온 종일, 우리 자신이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재빨리 수행한다. 뇌가 묻는 질문들을 생각해보라. 아는 사람인가 모르는 사람인가? 친구인가 적인가? 화가 나 있나 기분이 좋나? 우리는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야 하고 그것도 될수록 빨리 알아야 한다. 99p
우리는 타인이 우리와 시선을 마주쳐 고개를 끄덕이고 심지어는 미소까지 지어주길, 마치 ‘그래요, 당신을 보았어요. 우리는 다 같은 사람이에요. 우리는 함께 있어요.” 라는 뜻의 말 없는 동작을 취해주길 열망한다. 104p
시각만큼 강력하게 감각의 상호 연결성, 즉 뇌에서 하나의 목소리에만 복종하는 우월성을 보여주는 것도 없다. 눈은 왕이다. 다른 감각을 강조하려면 눈의 지위를 먼저 떨어뜨려야 한다. 111p
시각적인 것에 의존한 결과 우리는 지나치게 현상에 집착한다. 윌리엄 블레이크는 “인간은 타고난 신체 기관을 통하지 않고서는 당연히 지각할 수 없다.” 라고 단호히 말하면서도 우리가 “눈을 통해서” 가 아니라 “눈으로 본’ 거짓을 믿는 것을 걱정한다. 112p
….도킨스는 눈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제 구실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가 제시한 가장 간단한 예는 이렇다. 시력이 손상되었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경을 쓰지 않고도 장애물을 피하거나 꼭 필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은 볼 수 있다. 또한 시각적 예리함이 떨어졌다고 해서 실명인 것은 아니다.
포식자를 피해 다녀야 하는 동물은 햇빛을 차단하는 그림자에만 반응할 수 있어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빛 반응 기술이 계속 진보하는 것은 그 생물의 방어체계가 향상되고 주위세계에 대한 반응이 점점 세련되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120p
눈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감정 표현에서 눈이라는 주연의 연기를 받쳐주는 조연 역인 것 같다. 122p
포유동물의 목록에서 귀의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는 다음의 세 동물만 떠 올려라. 산토끼, 아프리카 코끼리, 잎코박쥐. 151p
…축축한 귀지가 우성이고 마른 귀지가 열성이라는 것을 알아냈는 데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그 상관유전자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154p
비록 포르노 영화에서는 무시되지만 귀도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의 성감대이다. 158p
코는 여러 수사적 표현에 쓰이기도 한다. 또 관절이 빠지거나 제자리가 아닌 곳에 처박히기도 한다. 175p
이 콧속 통로는 일생 동안 축축이 젖어 있고 알레르기나 감염에 의해 자주 막히기도 한다. 그 결과 생기는 물질이 딱딱한 고체나 축축한 액체인데 어느 쪽이든 제거해주어야 한다. 180p
우리의 피부는 내부기관들이 땀과 호흡으로 대항할 수 있는 열보다 체온을 치명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추위를 더 많이 걱정한다. 열 손실을 경고하기 위해 동정맥 연결이라는 영리한 구조가 중대한 부위, 특히 눈꺼풀과 코와 입술과 손과 발에 운집해 있다. 198p
…자연은 우리의 아주 열띤 상상만큼이나 엉뚱한 구석도 있지만 성에 대해서는 비엔나의 신사들처럼 꽤 규칙적이고 고정적이다. 206p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오지 부족들 사이에서는 “키스하다”라는 말이 “냄새 맡다” 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이고 냄새는 언제나 키스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214p
우리가 상실한 이상적인 기관의 대타인 것 치고는 입술은 키스에 썩 잘 이바지 하는 편이다. 민감한 신경종말들이 집중되어 있는 입술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짝을 거의 자동적으로 찾아낸다. 우리 인간이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는 것은 남녀간의 키스가 뜨겁게 달아올라 다른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가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233p
뱀의 두 갈래 혀는 사실 대기중의 수분 분자만을 읽고 있을 뿐인데 뱀에 관한 만연된 편견 때문에 부정직을 의미하게 되었다. 239p
구달과 다른 학자들이 침팬지를 통해 관찰한 바에 따르면, 키스와 포옹과 인사처럼 손을 잡는 행위도 고대 영장류가 인간보다 앞서 한 행동 습성이다. 275p
우리의 동료인 고등 영장류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잡기는 자기보다 서열이 높은 수컷에게 복종의 의미로 축 늘어진 손을 내미는 동작을 의미한다. 고대 문학에서는 빈 손을 내미는 행위가 휴전을 뜻했다고 나와 있다. 다시 말해, 내가 생면 부지의 그대를 앞으로 친구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276p
신체의 많은 부위가 중세의 문장을 연상케 하는 온갖 찬사를 이끌어온 반면 배꼽은 서정과 유머가 섞인 독특한 잡종을 낳았다. 379p
아담의 배꼽은 그에게 부모가 있었다고 믿게 하려는 속임수였을까? 392p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신체의 이 부위는 그저 신체의 한 부분으로만 그치지 않는 듯하다. 다이엔 스켐펠런은 이야기와 그림이 있는 책 ‘헌신의 형상’에서 “ 그 다름에 외음부가 있다. 이 곳은 전통적으로 가장 많은 소동이 집중되는 부위이다” 라고 썼다. 405p
새 천년의 문화에서 페니스는 포르노 영화와 비아그라 광고에서, 미국 대통령들의 탄핵 소송과 매 맞는 아내들의 복수극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455p
두 발 보행이 낳은 한 가지 별난 형상은 제 종족의 뒤태를 평가하며 “멋진 엉덩이야’ 라고 찬양하는 영장류가 거의 인간뿐이라는 것이다. 490p
발가락이라는 것에 손톱만큼도 관심도 두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다 발가락이 의자 다리에 채이기 전까지 발가락이 저 아래 있다는 것조차 잊고 살 것이다. 510p
마틴 루터 킹과 간디는 둘 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 영향을 받았다. 소로의 에세이 ‘시민의 불복종’은 도덕적 모순에 찬 정부 정책에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게 지금도 영감을 주고 있다. 530p
직립보행은 오래 전에 척추를 갖춘 우리의 몸을 계속 이동시켜 태양계 저 멀리까지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후손들은 먼 우주의 이국적인 풍경 속을 거닐 때 경치와 소리에는 포유류의 얼굴을 들이밀겠지만 손은 영장류처럼 도구를 쥐고 있을 것이다. 542p
[내가 저자라면]
아 정말 이 책처럼 [내 마음속에 들어온 글귀]를 그대로 전부 옮기기가 힘들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배를 잡고 웃는 부분은 하나같이 19세 미만이니 눈 딱 감고 계속 페이지를 넘겨야만 했다. 저자가 신체의 여행을 머리 끝에서 시작하였는지라 딱 어느 부분이나 민감한 표현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통과했다. 위의 글은 그 중 아주 점잖으며 이 정도라면..하는 수위에서 선택되었음을 밝힌다.
나는 일단 이 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련다. 군말 말고 무조건 사서 읽어라. “안 읽는 자여! 그럼 인생에서 놓치는 게 많을 것이여…..”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책이었다. 이런 책이라면 얼마든지 허리가 아파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시간 내서 읽고 마는 책일 듯하다. 일단 저자의 글 솜씨가 유려하다. 치고 빠지는 기술이 천부적이다. 번역도 아주 훌륭한 듯 지루한 부분이라곤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궁금해 할 것들이 아주 자세하고 정확하게 기술되어 있다. 대충이 없는 것이다. 저자만이 가능한 설명과 위트는 독자를 아주 유쾌하게 한다. 왜 이 책이 올해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지 납득이 가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거울이 필요하다. 눈썹도 씰룩 해 보아야 할 것이고 귀와 코도 평소와는 다른 관찰 모드로 들어가게 된다. 반드시 거울을 지참하고 책을 읽으시라고 부탁한다.
귀에 관한 이야기에서 혹시 나의 그것이 움직일 수 있는가를 실험 해보았다. 혹시 염력이라도 작용하는가하여 눈을 부릅뜨고 노려보지만 안 된다. 그래 어금니를 꽉 깨무는 방법을 취했더니 한 영점 일미리 정도 귀가 움직이는 듯하다. 외재근이 퇴화라는 설명이다.
배꼽에 관한 설명에는 갑자기 고양이 배꼽이 생각나 애꿎은 녀석이 고생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오늘 갔던 동물병원 의사에게 녀석의 배꼽의 위치를 물었다. 털 때문에 잘 안보이고 털을 밀면 아주 조그마한 흔적이 있다고 한다. 신성하게 진료하는 그 와중에 배꼽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덤비는 주인은 처음 본다는 표정이셨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 정도의 서비스는 해주어야 한다.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이 일단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는다. 우리 몸과 관련된 역사와 문화, 어원의 파생과 더불어 생리학에 문학작품까지 총 망라되어 독자를 즐겁게 한다. 1958년 생이니 젊다. 그가 살고 있는 주변의 사건들과 사람들의 등장은 우리들도 익숙한 인물로 비유에서 감칠 맛이 있다.
덕택에 즐거움뿐만 아니라 몸에 관한 새로운 견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못 생겼건 잘 생겼건 다 그 생긴 대로의 역할들을 잘 수행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몸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요즘 인간들의 미의 기준으로 잣대로 들이대는 것에 기가 막힐 지도 모르겠다. 내 몸의 구석구석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구석이 없고 어디 하나 쓸모 없는 부분이 없다. 열심히 잘 위하고 소중하게 써드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언론의 찬사 한 구절을 소개한다.
"심스는 우리의 몸을 잘개 쪼개어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지혜롭고 재치있고 박학하며 정말 유쾌하다!"
(알베르토 망구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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