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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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이스와 토마스 만과 슈펭글러를 읽었다. 슈펭글러는 니체를 언급했다. 나는 니체도 읽었다. 그러다가 니체를 읽으려면 쇼펜하우어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쇼펜하우어도 읽었다. 그러다가 쇼펜하우어를 읽으려면 칸트를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식으로 해서 칸트도 읽었다. 일단 거기까지만 가도 되긴 했지만, 칸트를 출발점으로 삼자니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거기서 다시 괴테로 거슬러 올라갔다.
(...) 그 다음으로 나는 융을 읽었고, 그의 사고체계가 근본적으로 슈펭글러의 사고 체계와 똑 같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이 모든 것을 한데 버무리기 시작했다.
- 조지프 캠벨 지음, 다이앤 K. 오스본 엮음, <신화와 인생> 중에서
위 글은 지난번에 올린 글과 마찬가지로 조지프 캠벨이 20대 중반 우드스톡에서 보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이 지금의 제 가슴에 너무나 강력하게 침투해 들어왔나 봅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내용이 많음에도 이 부분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캠벨은 우드스톡의 숲으로 들어가 5년 간 문화인류학, 생물학, 철학, 예술, 역사, 종교를 아우르는 방대한 책의 숲에서 빠져 지냈습니다. 그의 독서 방식은 조금 특이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되, 자신이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사람 하나를 붙들고 늘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그 사람의 책에서 중요하게 인용되는 다른 한 사람을 붙잡고 늘어집니다. 이런 독서 방식이 캠벨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훗날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엄청난 독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어떤 학생이 “선생님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이 과목만 듣는 게 아니고 다른 세 과목을 함께 듣고 있습니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도 독서량을 할당하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이걸 일주일에 어떻게 다 읽으라는 겁니까?”하고 불평했답니다. 그러자 캠벨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해보기는 했다니 놀랍군.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일주일에 읽으라는 것이 아니고 평생 읽으라는 것이네.”
이 이야기는 캠벨과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빌 모이어스의 대담을 엮은 ‘신화의 힘’에 나옵니다. 이 책에서 캠벨은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는 “아주 멋진 방법”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방에 앉아서 읽는 겁니다. 읽고 또 읽는 겁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 쓴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읽는 행위를 통해서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이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삶에서 삶에 대한 이러한 깨달음은 항상 다른 깨달음을 유발합니다.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붙잡아서, 그 사람이 쓴 것은 모조리 읽습니다. 이러저러한 게 궁금하다. 이러저러한 책을 읽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베스트셀러를 기웃거려서도 안 됩니다. 붙잡은 작가, 그 작가만 물고 늘어지는 겁니다. 그 사람이 쓴 것은 모조리 읽는 겁니다. 이렇게 읽으면 우리는 일정한 관점을 획득하게 되고, 우리가 획득하게 된 관점에 따라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이 글을 쓸 때 1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만 캠벨만큼은 예외로 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그럴 만 한 가치가 충분한 사람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인물이 캠벨입니다. 저는 2002년 여름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었고, 2005년 연구원을 하면서 ‘신화의 힘’을 읽었으며, 올해 2월에 ‘신화와 인생’을 읽었습니다. 그의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세 권의 책은 제대로 두 번씩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게 캠벨은 매혹적이고 커다란 산입니다. 오랫동안 읽고 또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캠벨의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라면, 저와는 반대 순서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먼저 ‘신화와 인생’을 읽고 그 다음에 ‘신화의 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순으로 보세요. 보다 재미있고 부드럽게 캠벨의 세계에 빠질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 그의 다른 책을 읽어도 좋지만 제 생각에는 이 세 권을 계속 붙들고 늘어져도 좋습니다. 그의 삶과 사상의 정수가 이 세 권에 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순서 외에 유의할 점 하나. 캠벨의 책은 천천히 곱씹듯이 읽어야 제맛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읽으며 음미하면 더욱 좋습니다. 자신의 소명을 쫓으며 살고 싶은 분이라면 캠벨을 놓치지 마세요. 그는 보고(寶庫) 같은 인물이니까요.
IP *.234.26.137
(...) 그 다음으로 나는 융을 읽었고, 그의 사고체계가 근본적으로 슈펭글러의 사고 체계와 똑 같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 이 모든 것을 한데 버무리기 시작했다.
- 조지프 캠벨 지음, 다이앤 K. 오스본 엮음, <신화와 인생> 중에서
위 글은 지난번에 올린 글과 마찬가지로 조지프 캠벨이 20대 중반 우드스톡에서 보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이 부분이 지금의 제 가슴에 너무나 강력하게 침투해 들어왔나 봅니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내용이 많음에도 이 부분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캠벨은 우드스톡의 숲으로 들어가 5년 간 문화인류학, 생물학, 철학, 예술, 역사, 종교를 아우르는 방대한 책의 숲에서 빠져 지냈습니다. 그의 독서 방식은 조금 특이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되, 자신이 읽고 싶고 읽어야 하는 사람 하나를 붙들고 늘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그 사람의 책에서 중요하게 인용되는 다른 한 사람을 붙잡고 늘어집니다. 이런 독서 방식이 캠벨에게 상당한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훗날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엄청난 독서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한 번은 어떤 학생이 “선생님께서 아시다시피 저는 이 과목만 듣는 게 아니고 다른 세 과목을 함께 듣고 있습니다. 다른 과목 선생님들도 독서량을 할당하십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이걸 일주일에 어떻게 다 읽으라는 겁니까?”하고 불평했답니다. 그러자 캠벨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답니다. “해보기는 했다니 놀랍군.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일주일에 읽으라는 것이 아니고 평생 읽으라는 것이네.”
이 이야기는 캠벨과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빌 모이어스의 대담을 엮은 ‘신화의 힘’에 나옵니다. 이 책에서 캠벨은 삶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한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는 “아주 멋진 방법”이라며 이렇게 말합니다.
“방에 앉아서 읽는 겁니다. 읽고 또 읽는 겁니다. 제대로 된 사람이 쓴 제대로 된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읽는 행위를 통해서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마음이 즐거워지기 시작합니다. 우리 삶에서 삶에 대한 이러한 깨달음은 항상 다른 깨달음을 유발합니다.
마음에 드는 작가가 있으면 붙잡아서, 그 사람이 쓴 것은 모조리 읽습니다. 이러저러한 게 궁금하다. 이러저러한 책을 읽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베스트셀러를 기웃거려서도 안 됩니다. 붙잡은 작가, 그 작가만 물고 늘어지는 겁니다. 그 사람이 쓴 것은 모조리 읽는 겁니다. 이렇게 읽으면 우리는 일정한 관점을 획득하게 되고, 우리가 획득하게 된 관점에 따라 세상이 열리게 됩니다.”
이 글을 쓸 때 1페이지를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했습니다만 캠벨만큼은 예외로 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그럴 만 한 가치가 충분한 사람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놀라운 인물이 캠벨입니다. 저는 2002년 여름에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을 읽었고, 2005년 연구원을 하면서 ‘신화의 힘’을 읽었으며, 올해 2월에 ‘신화와 인생’을 읽었습니다. 그의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세 권의 책은 제대로 두 번씩 읽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게 캠벨은 매혹적이고 커다란 산입니다. 오랫동안 읽고 또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캠벨의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이라면, 저와는 반대 순서로 읽을 것을 권합니다. 먼저 ‘신화와 인생’을 읽고 그 다음에 ‘신화의 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순으로 보세요. 보다 재미있고 부드럽게 캠벨의 세계에 빠질 수 있을 겁니다. 그 다음, 그의 다른 책을 읽어도 좋지만 제 생각에는 이 세 권을 계속 붙들고 늘어져도 좋습니다. 그의 삶과 사상의 정수가 이 세 권에 잘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책의 순서 외에 유의할 점 하나. 캠벨의 책은 천천히 곱씹듯이 읽어야 제맛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번 읽으며 음미하면 더욱 좋습니다. 자신의 소명을 쫓으며 살고 싶은 분이라면 캠벨을 놓치지 마세요. 그는 보고(寶庫) 같은 인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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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선배께서 말쌈하시니 한 마디만 더 할께용~
댓글놀이요. 첨엔 진짜 제가 심한 아이여서 동료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약속한 거였거든요.
근데 이게 하다보니까요, 뭐랄까...
자주 만날 수 없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좋은 연결고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그 시간들 속에서도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소중한 만남...? 머 그런거요.
특히 저처럼 낯가림이 심한 아이한테는 이렇게 미리 친해놓으면 만났을때 서먹하지 않아서 좋구요 ㅎㅎ
(그치만 아직도 전혀 모르는 분 글에 댓글다는 용기까지는 없어요 ^^::: )
무튼 결론은, 자주 뵐 수는 없지만 제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올리는 선배의 글에는
저의 댓글놀이는 계~~~속 될거라는거죠. ㅎㅎㅎ
제 댓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선배가 더 고맙슴다!!
댓글놀이요. 첨엔 진짜 제가 심한 아이여서 동료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약속한 거였거든요.
근데 이게 하다보니까요, 뭐랄까...
자주 만날 수 없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좋은 연결고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리적으로 만날 수 없는 그 시간들 속에서도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쌓아갈 수 있는 또 다른 소중한 만남...? 머 그런거요.
특히 저처럼 낯가림이 심한 아이한테는 이렇게 미리 친해놓으면 만났을때 서먹하지 않아서 좋구요 ㅎㅎ
(그치만 아직도 전혀 모르는 분 글에 댓글다는 용기까지는 없어요 ^^::: )
무튼 결론은, 자주 뵐 수는 없지만 제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올리는 선배의 글에는
저의 댓글놀이는 계~~~속 될거라는거죠. ㅎㅎㅎ
제 댓글에 댓글을 달아주는 선배가 더 고맙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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