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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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0년전의 책이다. 10년.
그리고 10년이란 세월은 이 책이 한국사회에서도 맞는 이야기임을 증명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새삼스러울것도 없는데, 나는 왜 2011년 이 책을 집어든걸까?
조직생활을 하면서 듣는것과 프리랜서가 된 뒤 직접 체험하고 느끼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자유로울 것 같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낭만을 품고 있는 단어이다.
실제로 겪어보니 아주 작은 무언가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지난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길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니에 핑크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해졌다. 시간을 되돌려 2001년에 나온 그의 책을 집어든 이유이다..
어째서 조직생활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새삼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우리 모두 현실에서 부딪혀 알고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신기술이 많은 인간을 대체하고, 아웃소싱이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는 21세기는 분명 화이트 칼라로 대변되는 조직의 시대인 20세기와는 많이 다르다.
그런만큼 난 그 원인보다는 프리에이전트 시대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초점을 맞추고 책을 읽어 나갔다. 지금은 그것이 더 관심의 대상일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다. 나 스스로도, 사회적으로도..
다니엘 핑크는 프리 에이전트들이 흡사 르네상스 시대의 "장인"들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제작자이자 공급자가 되어야 함이 그러하고, 일과 가정이 분리되지 않고 통합됨이 그러하고.
그러나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던 장인들과 프리 에이전트와 가장 기초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찰스 핸디가 주장하는 "수입의 다변화" 즉, "수입 구조의 포트폴리오"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인 기업가들은 흡사 투자자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의 다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핑크의 말이, 프리랜서의 삶으로 접어드는 모든 이들이 첫 번째로 기억해야 할 일임을 길목에서 바로 깨닫게 된다. 대개 지식산업의 연장선상에서 홀로서기를 하려는 사람일수록 더 극명하게 다가오는 현실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수입의 포트폴리오를 이루는 근원, 즉 각자의 필살기 혹은 밥벌이의 근원이 다변화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밥벌이의 근원은 하나의 원류일지라도 수입을 창출하는 물줄기는 다양화해져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프리 에이전트로 가는 첫 번째 문과도 같다는 생각에 동의하였다.
두번째로 중요한것이 다름아닌 수평적 충성심에 기반한 네트워크적 관계이다.
프리 에이전트가 되었다고 홀로 사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중요해진다. 이전에는 상사 한 사람에 의해 내 커리어가 좌지우지될 수도 있었다면, 프리 에이전트가 된 지금에는 내가 만나는 고객들과 주변 동료와의 관계 모두가 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버팀목같은 역할로 변해버린다. 더군다나 그들과는 더 이상 예전처럼 사회적 가면이 그리 통하지 않는다. 대조직에 가려져 있던 사회적 가면이 1인 기업가로 나서면 그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에 말이다.
세번째로 중요한건, 핑크의 표현을 빌자면 "시간의 통제력"이다.
자유는 자유 하나로 존재하지 않는다. 책임감이 뒷받침 될 때, 그 때 비로소 빛나기 시작하는 것이 자유인듯 싶다. 적어도 프리 에이전트의 나라에선 그러하다. 그러므로 프리 에이전트에게 주어진 시간의 자유는 통제권을 벗어나 한없이 날뛰거나 무심하게 흘러가기 쉬운 아주 모호한 실체로 다가온다.
다니엘 핑크는 한 권의 책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넓고 방대하게 담고 있다.
프리 에이전트의 개념부터 시작해서 그 실체를 건드리고 나아가 어려운점과 현실적 문제점까지 쉽게 말하면 읽기 뻑뻑할 정도로 많은 내용을 한권에 담아내고 있다. 놀라울 정도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한것처럼 개념이야 더 이상 주장해야 할 필요도 없는 시기에, 이미 나 자신 프리랜서의 길에 접어들며 그 실체가 궁금하여 집어든 책에서 현재의 내 상황을 많이 비추어 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위안 아닌 위안도 받고, 문제점도 재정립하기도 하고. 뒷부분으로 갈 수록 아직도 프리에이전트로 확실한 독립을 이루지 못한 내게는 여전히 미래의 이야기와 같은 이슈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그 또한 십년이 지난 어느 날 다시금 들춰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
결코 읽기 쉬운 책은 아니다.
핑크정도의 필력이니 이만큼 흥미롭게 풀었구나..싶을 정도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가볍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프리랜서 혹은 1인 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거나, 그런 미래를 꿈꾸는 독자라면 한번쯤은 짚고 넘어갈 책임에는 확실하다.
마치 프리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나라의 지도를 보여주는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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