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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15일 18시 39분 등록

왕 평범: 이제 그만 헤어지자.

헛 똑똑: 그게 무슨 말이야?

왕 평범: 헤어지자는 말 몰라? 헤어지자고.

헛 똑똑: ? 어째서? 갑자기 왜 이래?

왕 평범: 왜라니? 헤어지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그리고 갑자기는 무슨.

헛 똑똑: 그게 무슨 뜻이야? 갑자기가 아니라면. 다른 여자 생겼어? 이러지 마. 너 없으면 나 안 되는 거 알잖아.

왕 평범: 그게 싫어. 바로 그게 싫다고. 너랑 있으면 숨이 막히는 것 같아. 답답해 미치겠다고! 그리고 기왕 말이 나온 김에 다 하겠는데, 가급적 빨리 다른 회사로 옮겨주기 바래. 우리가 사귀는 거 다 아는데, 헤어지고도 한 부서에서 일할 수는 없잖아.

헛 똑똑: , 뭐라고. 아니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 

 

아무리 똑똑한 여자라도, 아니 똑똑한 여자일수록 사랑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린다. 반면 아무리 평범한 남자라도 사랑에 빠진다 해서 자신의 일까지 잊어버리며 헤메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그것이 선천적이던 후천적이던 남자는 사랑에 빠지면 그 여자를 위해서도 더욱 자신의 일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투지로 불타는 반면,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제 아무리 똑똑한 여자라도 그 남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걸고 싶어 한다. 끊이지 않는 남녀간의 갈등이 시작되는 아주 중요한 갈림길이 아닐 수 없다.

 

사내연애.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늘어나게 된 사회현상 중의 하나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은 누구나 자주 만나야 정이 들고 할 이야기도 늘어난다. 하물며 같은 공간에서 비슷한 문제를 늘 공유하는 사내 동료 혹은 선후배 사이의 남녀 사이에는 다른 분야를 걷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동지애 비슷한 것이 형성되면서 그 관계는 더욱 끈끈할 수 밖에 없다. 사내연애의 뜨거운 동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헛 똑똑이는 소위 말하는 대한민국 최고 학벌을 지닌 앨리트 여성으로 커리어 여성으로 성공할 것에 대해 본인은 물론이고 그 누구도 그녀의 능력을 의심해본 적이 없다. 반면 왕 평범이는 그저 그런 학벌을 지닌 정말 평범한 남자로서 주변에서는 그런 그가 하늘이 도와 지금 회사에 취직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랴. 찬바람 쌩쌩 나게 이지적인 똑똑이는 입사동기인 다정한 왕 평범이의 친절한 매너에 한 순간에 마음을 빼앗겼으니.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 두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하였다. 하지만 도저히 숨길 수 없는 것이 사랑에 빠진 남녀관계인 것을. 얼마 가지 않아서 한 사람, 두 사람에게 들키기 시작하여 결국에는 상사를 포함한 주변 모든 사람들이 아는 공개적인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헛 똑똑이는 이 모든 과정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했다. 대학 때조차 공부만 하느라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했던 그녀인지라, 다정다감한 평범씨가 있는 회사는 봄바람보다 더 부드러운 공기가 감도는 달콤한 장소였다.

 

그런 그녀였기에 평범씨가 부탁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자신의 일을 뒤로 미루고라도 도와주었다. 어떨 때는 그가 상사에게 야단맞는 것이 안쓰러워서 자진해서 철야를 해서라도 그가 해야 할 일을 해주느라 정작 자신의 일은 제때 처리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똑똑이가 뒤에서 열심히 도와준 덕분일까? 왕 평범은 입사 초기보다 서서히 상사들에게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있었고, 반면 우수한 성적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입사한 헛 똑똑이는 오히려 상사들에게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변함없이 평범씨가 부탁한 일을 처리하느라 혼자 빈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다 몰려오는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뽑으러 가는데

 

직원 A: , . 그 얘기 들었어?

직원 B: ? 무슨 얘기?

직원 A: 왕 평범 말이야. 헛 똑똑이 사귄다는 그 사람.

직원 B: 그 사람이 뭘? 못 들었는데.

직원 A: 그 인간이 말이야, 양다리를 걸친데. 저쪽부서 나여우랑 말이지.

직원 B: 어머! 정말! 세상에 똑똑이 걘 지금도 일하던데. 어휴. 내 그 꼴 당할 줄 알았어. 주구장창 평범이 그 인간 일만 도와주다니. 바보같이 말이야.

 

설마! 그 다정다감한 평범씨가 설마!”

 

너무나 충격을 받은 헛 똑똑이는 어떻게 사무실로 돌아왔는지도 모르게 돌아와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둘이서 데이트를 한 적이 까마득했다. 그저 점심시간에 잠깐 같이 밥을 먹는 정도가 전부였다. 어쩌다 견디지 못해 똑똑이가 먼저 영화라도 보러 가자고 하면 그가 늘 하는 말은 자기는 상사들이나 고객들과 술을 마셔야 하니 자기 대신 페이퍼 워크를 처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랑한다면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지?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고서 말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 그의 말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는 똑똑이였다. 과연 헛 똑똑하다.

 

여자들이 헛 똑똑이가 아니라 참 똑똑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점에 가면 여우가 되는 법에 대한 책이 참 많이 깔려 있는데 대개 책들의 공통점은 당당해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당당해질 수 있을까? 잠시 두 사람의 대화로 돌아가 보자.

 

참 똑똑: 우리 이제 헤어지자.

왕 평범: 헤어지자고? ? 이유가 뭐야?

참 똑똑: 언제까지 날 속일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나 여우랑도 데이트 하는 거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왕 평범: 그건 오해야. 그건 말이야.

참 똑똑: 내 말 끊지마. 그 동안 내가 아무 말 하지 않았던 건 기회를 준 거야. 그래. 딴 여자 한 번쯤 궁금할 수 있어. 호기심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 두 번 가볍게 만나는 것까지 일일이 간섭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건 아니잖아?

왕 평범: 그게 말이야, 있잖아. 내가 좋아하는 건 여우가 아니라 너야. 그건 너도 알잖아.

참 똑똑: 내가 그 동안 쿨하게 참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줄 알아? 이젠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아. 더 이상 그럴 필요도 없고 말이야. 나 말이야, 내일부터 삼송전자로 옮겨.

왕 평범: , ? 어떻게?

참 똑똑: 뭐가 어떻게야. 네가 여우 만나는 동안 난 구 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다니면서 쓴 책이 그 쪽 회사 임원 눈에 띄어서 스카우트 된 거야. 그 동안 고마웠어. 너를 통해서 다음 회사에서 다른 동료들과 어찌해야 할지 참 중요한 배움을 얻었거든. 고마운 마음으로 한 마디 충고할게. 제발 이 여자, 저 여자 집적거리지마. 진정한 보석은 간절함이 없으면 결코 얻을 수 없다고!

 

참 똑똑이는 이 말을 남기고 하이힐 소리도 경쾌하게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는 평범이를 뒤로 하고 회사 문을 나서고 있다.

 

<쿨한 동행>을 읽는데 왜 사내연애라는 주제가 떠올랐을까? 그건 아마도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자들은 조직 생활을 함에 있어 남자들과 달리 남자 상사 혹은 동료들과의 관계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우선은 품행이 어떻고 하는 입소문이 이유이지만 그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관계가 틀어졌을 때 아직까지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회사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회 심리가 무겁기 때문이다. 물론 회사를 그만두는 극단으로까지 가지 않는다고 해도 남자보다는 훨씬 관계지향적인 여자들이 헤어진 남자와의 관계는 물론이고 어딘가 어색하고 무거운 주변 상황을 견뎌내기 더 힘들어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헛 똑똑이가 아닌 참 똑똑한 여자들은 사내연애를 하지 말아야 할까? “오우, 노우이다. 남녀관계란 것도 한 순간의 가슴 콩닥거리는 묘한 감정이 지나면 진한 우정 혹은 동지애가 바탕이 될 때 지속하기가 수월하다. , 사내연애란 성공하기만 한다면 비슷한 목표를 지향하며 같은 길을 걷는 최고의 동지를 만나는 인생에서 아주 멋진 기회가 될 수 있기에, 절대 인위적으로 뒷걸음치는 바보짓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현명한 여자라면 관계를 시작하면서 관계가 끝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이 사람이 내 운명의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상대를 나만큼 아끼고 배려하지만, 절대 나를 잃지는 않는 현명함. 그것이 회사에서 일과 사랑 양쪽을 모두 거머쥘 수 있는 똑똑한 여자의 준비자세가 아닐까 싶다.

 

사내 연애 팁!

1.     절대 입사 초기에 다가오는 남자와 무조건 데이트를 하지 않는다.

2.     적어도 3~6개월 정도는 사내 분위기 및 남자들을 파악한다.

3.     남자로서, 한 인간으로서 여려 명의 남자들을 충분히 파악한 후, 정말 멋진 남자가 있다면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다.

4.     그와의 데이트가 성공한 그 순간부터 (만약의 경우 다른 회사로 승진하며 옮길 수 있도록) 자기계발에 더욱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노력은 그만 바라보는 것보다 당신을 훨씬 더 빛나게 해주어 일과 사랑 양쪽에서 모두 아름다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여자들이여, 사내연애도 쿨한 동행으로 승화하자!

 

IP *.204.15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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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칸양
2009.02.16 17:28:57 *.122.143.214
푸하하핫!!!
너무 웃기고, 재밌습니다.
상사와의 쿨한 동행에서 사내연애라는 주제를 끌어내는 것도 그렇지만,
현명한 여자가 사내연애를 하는 법이라뇨... ㅋㅋㅋ

본인의 직접 경험인지, 아니면 친한 분의 경험담인지 모르겠지만
주제에 대한 엉뚱함과 글을 풀어나가는 전개형식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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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21:30:57 *.204.150.176
차칸양님,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칼럼을 올려놓고 주제나 형식 양쪽 모두에서 전전긍긍 염려하고 있었거든요 ^^::
이렇게 한 분이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마음이 참.. ^^

주제에 대해서는 제 나름 일하면서 생각하는 "현명한 여자"의 한 부분입니다
(테스트 중이라서 더 자세한 말씀은 언젠가 기회가 되면 말씀드릴게요~ ^^).

아무쪼록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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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17:48:42 *.8.27.5
'진한 우정 혹은 동지애가 바탕이 될 때 지속하기가 수월하다'에 한 표 던집니다.

저희 회사에 CC(Company Couple)분들이 좀 계신데, 처신들을 잘 해서인지 여러 모로 보기가 좋습니다. 특히 유의할 점은 서로 자신의 위치에서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평판을 얻을 수 있어야 CC라는 것이 더 이상 아무 가십거리가 되지 않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회사에서는 평판이 제일 중요한데, CC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상대를 만나 CC가 되어 서로 역량을 키워 사내의 모범이 되는 커플이 될 수만 있다면, 정보 교환 되지요 수입 2배 되지요 상호 네트웍 시너지 낼 수 있지요 좋은 점 많습니다.

다만 남자분들은 사내 모든 benefit(월급,보너스,후생복리,하다 못해 명절 선물에 짜투리 수입까지) 공개되어 비밀이 없기 때문에 뒷주머니 못 챙기는 단점이 있습니다. 참고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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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6 21:35:42 *.204.150.176
제 글에 공감해주시는 부분이 있다니 참 감사합니다^^
저는 장성우님의 말씀 중에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평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남자분들께 주시는 충고는 정말 그렇겠는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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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7 12:43:19 *.96.12.130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메시지가 분명하고 시원하게 잘 읽혀서 좋네요. '현명한 여자라면 관계를 시작하면서 관계가 끝날 때를 대비해야 한다.'라는 말이 좀 아프게 들리긴 하지만요.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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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7 13:08:30 *.255.182.40
신종윤님 감사합니다. 저도 신종윤님의 편지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아무래도 남자분들은 연애를 해도 일도 잘 병행하시는데
여자들은 아무리 똑똑한 여자라도 (혹은 똑똑한 여자일수록) 일과 연애를 병행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아마 진정 현명한 여자라면 사랑도 일도 다 잘 해나가리라 믿습니다^^

화이팅 응원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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