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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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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일 05시 39분 등록

일년은 365일이니 여기에 나이를 곱하면 이 땅에 태어난 지 어언 15,000일이 넘었다. 그럼 내 머릿속에 15,000일에 대한 기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심심할 때, 울적할 때, 방향을 종잡을 수 없을 때 거기에 어울리는 기억의 레테르를 끄집어 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살아온 기억은 살아온 날들의 천분의 일도 되지 않고 그나마도 조각조각 깨진 유리창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일쑤다.

 

20대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암울한 수험생의 때를 벗고 파릇파릇한 봄 공기가 맡아진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햇빛이 비치면 비치는 대로 오감이 조응하고 경이로웠던 시절이 있었다. 우산 든 두 팔이 스치는 것만으로 그녀와 나는 방전하며 전율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방향은 분명치 않았지만 온몸의 감각이 더듬이처럼 예민했던 그 시절을 나는 청색시대라고 부르겠다.

 

30. 코발트 블루에 빨간색이 곁들여졌다. 실연도 있고, 방황도 있고, 에너지는 넘치는데 나아가지를 못하여 약간 피멍이 든 색이다. 내면의 생채기를 어루만지다 손에 잡힌 덩굴을 잡아 당기니 낯선 장면들이 우르르 따라 나온다. 보라의 시대다.

 

40대의 나. 무엇이 나인지 알겠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겠다. 다만, 어떻게 가야 하는지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 변화를 본격적으로 추구해야 할 연령이니 일단 주황의 시대라고 해두자.

 

우리는 시간=시계열이라는 개념에 익숙하다. 시간은 일상의 바탕이 되는 사유의 틀이다. 시간은 강물처럼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흘러간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과연 그런가. 생애 첫 비행으로 북극 상공을 날아본 후 나는 시간 속에 숨어 있는 관념의 허상을 깨닫게 되었다. 눈 덮힌 산의 야경을 보고 있었는데 한 순간 해가 밝았다. 몇 시간 후 또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라고 할까.

 

이처럼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생활의 편리나 불순한 권력의 목적으로 정해놓은 기준들을 절대적인 것인 양 착각하는 경우가 간간이 있다. 그것들에 속박되는 한 나의 모습은 타인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 시간이란 내면의 목소리를 좇아 재배열한 활동사진이다.

 

20대는 돌이킬 수 없는 추억이다. 비록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오감이 생동하는 시대정신은 복원이 가능하다. 그 넘치는 에너지에 40대의 방향성을 실을 수 있다면 황금시대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30대는 나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준 시기다. 여러 갈래의 슬픔과 아픔이 있었지만 그 시절이 없었다면 40대의 선명함 또한 없었을 것이다.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믿음의 연금술을 통하여 미래를 현재로 치환하는 일이며, 과거의 껍데기에서 현재와 상통하는 시대정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내는 일이다. 시계열상으로 나의 과거는 청색에서 보라, 보라에서 주황으로 흘러왔지만 가치를 부여하는 주해자의 해석에 따라 미래는 달리 전개될 수 있다. ‘꿈 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은 결국 환경을 딛고 스스로의 길을 개척한 평범한 영웅을 기리는 말이다.

IP *.201.237.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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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2010.03.01 11:18:23 *.166.181.45
미래를 현재로 치환하는 일이 정말로. 가능하다면. 그것만큼 신나는 일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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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2010.03.01 17:42:16 *.124.89.207
아...코발트 블루... 언제부턴가.. 파란것만 보면 눈물이 먼저 난다..
기다리던 상현님의 칼럼, 와우.. 역시... 충분히 상현스럽다..ㅋㅋ (이건 좀 오버다)
그치만..느낌 팍팍.. 공감 만빵...우산든 두팔이 스치는 것만으로도..전율..찌릿찌릿..
코발트 블루가 보라로 변한 사연을 이제야 알겠다... 맞다 그랬었구나..
나에게 시간은 뛰어넘어야 할 경계였구나... 칼럼 쓸 때도 몰랐었는데...
밖에 비와요..상현님.. 또 소주 생각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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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
2010.03.01 23:12:27 *.53.82.120
인생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믿음의 연금술을 통하여 미래를 현재로 치환하는 일이며,
과거의 껍데기에서 현재와 상통하는 시대정신의 줄기세포를 추출해 내는 일이다.

카~! 바로 그거였습니다.
명쾌함이 가슴을 울립니다.
아주 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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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2010.03.02 03:32:15 *.83.68.7
지금 이 순간이 완전하다 . 그런 느낌이 드는 글이네요.
40대의 선명함이 깨끗하게 확실하게 느껴지는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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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2 10:07:56 *.106.7.10
주황의 시대에서 그려질 오라버니의 풍광이 너무도 궁금해집니다.
주황색! 전 오히려 청색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 한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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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주
2010.03.06 17:21:25 *.152.55.9
40대에 선명함을 얻으셨다니...정말 축하드려요...
저도 30대의 성찰의 기회를 적극 활용하면 40대의 선명함의 행운이 오겠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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