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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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4세.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미국의 어느 가정. 오후 이 시간이면 늘 혼자 집에 있다. 아줌마, 아저씨는 일하러 나가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조용한 집안에서 나는 늘 이 시간이 되면 부엌에 있는 전화기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국가번호, 집전화번호를 꾹 누른다. 잠자고 있던 엄마가 전화를 받는다.
“엄마, 나야”
“어, 미나야 잘 어떻게 지내??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어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어 걱정 마 또 전화할게”
그러던 어느 날, 아주머니가 나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영어로 마구 화를 낸다. 다음 날이 학교 졸업식이었는데, 벌이라며 집에 있으라고 한다.
#2. 졸업식 날
.한 달여간 함께 지냈던 친구들, 선생님들과 마지막으로 얼굴 볼 수 있는 날인데 아주머니가 못 가게 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건지 모르겠다. 전화비가 많이 나와서 그런건가?? 아줌마가 그냥 전화 써도 된다고 얘기했었는데??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혼자서 펑펑 울었다. 영문도 모른 채 아주머니는 아침에 나만 혼자 남겨두고, 자기 딸 둘만 데리고 학교로 가버렸다. 그렇게 집에 혼자 남아 서럽게 펑펑 엄청 울었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하루 전, 저녁에는 그 집 딸이 동전을 모은다길래 가지고 있던 한국 동전을 모조리 주고 왔다. 그제서야 아줌마와 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마지막에 웃으면서 헤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사람들, 왠지 가식적이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ð 카를 융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엄마가 있는 돈 없는 돈을 싹싹 긁어 모아서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미국으로 연수를 보내줬다. 한달 동안 백인 꼬마여자아이 두 명이 있는 집에서 함께 지냈다..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말도 안 통하고, 불편한 것들이 생겼다. 서로 불편했겠지만, 나는 그때 사회성이 그리 좋은 아이가 아니었기에 살갑게 사람한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매일 방과 후엔 방에 쳐 박혀 있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아주머니께서 화가-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이 났다. 아마 내가 쓴 국제전화요금 때문-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이었을 것 같다. 신기하게 엄마한테 그 때 미국 다녀온 직후 나의 모습을 물어보니 엄마는 기억을 하고 있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많이 화가 나시는 모양이다. ‘후진국에서 와서 무시한거라며, 밥도 안 먹였는지 한 달동안 뼈다귀가 되서 돌아와서는 한달 내내 밥을 엄청 먹어댔다’고 회상하신다. 미국에서 특히 집안에서 있었던 기억의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스키타러 갔던 것 정도 기억이 날까? 아무튼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 때의 기억 때문인지, 중학교부터 성격이 조금씩 바뀌었다. 조금 더 활발해졌다고 할까? 최소한 초등학교 때처럼 ‘내성적이다’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내 감정에 솔직해 질 수 있었고, 다름으로 차별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해 민감해지게 된 것, 나에게 싫은 언행을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 개인주의적 성향 등이 당시에 내가 겪었던 경험이 크게 작용하지는 않았을까..라고 추측 해 본다.
#3. 길.
보행 중.. 내 앞에 한 아이와 엄마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러다 오토바이가 그 아이를 치었다. 아이가 도로를 가로질러 누워있다. 그 아이 엄마는 앰뷸런스나 경찰에 전화를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아이 옆에 앉아서 울고만 있다. 답답한 마음에 나는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뒤에서 오던 차에 그만 누워있던 아이가 다시 치어서 그 아이는 영원히 하늘 나라로 가버렸다. 어머니의 통곡 소리와 함께. 그리고 나는 죽어버린 그 아이와 눈이 마주친 채 장면이 사라졌다.
#4. 거울 앞
어제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다. 임신을 했단다. 어쩐지 몸이 이상하다. 배는 불룩하고, 내 몸의 온갖 살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금방이라도 닿아 버릴 것 같이 축 쳐져 있다. 거울 앞에서, 너무나 갑자기 이상하게 변한 내 모습을 보고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기분이 나쁜 꿈을 2주 연속 꾸었다. 엄마랑 동생들은 다들 나가버렸고, 혼자 집에 남아있어 더욱 등골이 오싹하다. 이 꿈들은 나에게 무엇을 얘기해 주려고 한 것일까? 예전 같았으면 ‘에잇, 개꿈, 퉤~액땜했다~’ 하고 잊었을텐데 융의 자서전을 읽고 나니, 잠깐 꾸었던 꿈도 어느 것 하나 그냥 흘려버리지를 못하겠다. 지난 몇 년간 꿈을 꾼 적이 별로-기억을 못하는 것이겠지만.- 없는데, 최근 융의 책을 읽으며 이상한 꿈을 두 개나 꾸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첫 번째 꿈은 최근에 차를 사서 사고가 날까봐 걱정하고 있는 나의 무의식이 반영되어서 나타나게 된 것 같고, 두 번째는 나도 모르게, 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살이 찌거나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라기보다는 요즘 만성피로에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잠이 늘 모자라는 등 건강에 대한 스트레스 있었는데 그것이 꿈에 나타난 것 같다.
융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꿈이 하는 역할이 참 중요하고 신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예전에 알고 지냈던 한 친구가 생각 났다. 그 친구의 침대 머리맡에는 항상 일기장이 하나 놓여 있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친구는 ‘꿈 일기’를 썼다. 밤에 꾼 꿈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까먹기 전에 적어 두는 것이다. 그 때는 그 얘기를 듣고서 그 친구가 마냥 신기했었다. ‘아~~ 저렇게 사는 애도 있구나, 꿈 일기라니..ㅋㅋ 재미있네~~’
그런데, 나도 꿈 읽기를 써보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내 친구가 얘기했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쓴 꿈 일기가 있었다면, 나의 무의식을 알아보는데 꽤 큰 도움이 됐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라도 써 볼까? ‘꿈 일기??’ 헤헤

좋은 분 만나리라 생각했는데....
언제 꼭 만나뵙고 싶네요.
함께 하자고 하셨는데 언젠가 함께 하는 날이 있으시겠죠.
뭔가 방법을 찾으면 찾아질 것입니다.
힘내세요.
제 이메일inheenet@hanmail.net 인데 연락주시면 상생의 길을 마련해 볼게요.
나름대로 인생의 노하우를 좀 터득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