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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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시모키타자와의 골목을
걷는다. 늦은 낮잠
후, 개운치 않은
기분을 전환해 볼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
2월의 짧은 해는
벌써 졌다. 무작정
밤 길을 걷는다.
공기가 차갑다. 하얀
입김과 함께 주변의
풍경들이 그녀의 시야
속으로 어두운 물결처럼
밀려 들어온다. 뎅뎅뎅뎅,
소리와 함께 내려온
노랗고 까만 줄무늬
막대가 길을 가로막는다.
철도 건널목에 멈춰서서
잠시 숨을 깊이
들이켰다 내쉰다. 괜히
몸이 어스스해져 패딩의
앞깃을 여며 본다.
덜컹대는 소음과 함께
사람을 가득 실은
시부야행 전철이 지나가고,
앞을 가로막고 있던
기다란 바가 허공의
원 위치로 되돌아간다.
일시
정지되어 있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다시 플레이되고,
그들과 함께 철길을
가로지르던 그녀는 순간,
먹먹해진다. ‘나는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물론
모든 길은 그
어디론가 이어질테지만, 그
어딘가를 원하지 않는
그녀에게는 사방 모든
곳이 마치 불가능한
선택인 듯 느껴진다.
그 때다. 전화벨이
울린다. 다행하게도.
그녀는 짐짓 태연한
듯 다시 일상을
연기해내고, 그렇게 무심한
듯 시모키타자와의 밤은
깊어간다. ------------------------------------------------------------------ 도쿄에서는 서울과는 다르게 심심찮게 철도 건널목 - 후미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