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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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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1일 05시 46분 등록

먹으면 안되는 콩을 집어먹은 병아리.

내가 꼭 지금 그 꼴이다. 그렇지만 나는 괜찮다. 어른들은 내가 그걸 먹으면 안되었다고 말씀들을 하셨지만, 나는 그걸 스스로 집어 먹었다.  


이상한 콩을 먹은 이야기는 네트웍마케팅 사업을 설명하는 책에서 보았다. 병아리들과 암탉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 콩 이야기를 기억한다. 조금 자란 병아리들이 마당 한켠에서 앞에 그 콩을 두고 이야기를 했다. 그 콩에 대해서 전해지길, 그 콩을 먹게 되면 죽지는 않지만 처음엔 배가 몹시 아프고, 그리고 앞으로는 잘먹는다고 해도 키가 잘 크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건강하고 좋은 닭으로 성장하려면 절대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 그 콩이었다. 엄마 닭은 마당에서 먹어야 하는 것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을 구분하여 병아리들에게 가르치는데, 그 콩은 먹지 말아야 하는 콩으로 분류된 것이었다. 내가 본 바로는 콩을 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병아리들은 청소년 병아리처럼 보였다. 엄마 닭의 교육이 없었다면 그 콩을 모르고도 먹었을 수 있지만, 병아리들은 이미 엄마닭에게 주의를 들었고, 그것은 절대 먹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몇몇 호기심 많은 병아리들이 그 콩을 스스로 집어 먹었다.


나는 그 비슷한 이야기를 일본의 무술 비법 전수자의 이야기에서도 보았다. 그 집안에는 비법이 전수되어 내려오는데, 그 비법을 전수받아 수련해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제법 괜찮은 가라데의 고수이다. 아들과 아버지의 대련중에 아버지는 아들의 특정혈맥을 짚었다. 그것을 짚히게 되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무지 아프다. 그것의 고통은 다른 곳을 짚어서 조금 덜어줄 수는 있지만, 자신의 힘을 다 끌어 쓰고자 할 때에 제약이 되어서 고통이 따른다. 이미 한번 짚힌 혈맥에 의해 기순환이 원할하지 않아 수명은 단축되어 일찍 죽게된다. 그런데, 일부러 아버진 아들의 그 혈맥을 짚었고, 고통 속에 일그러져 있는 아들에게 그것을 설명해 주었다. 너는 이제부터 너를 제약하는 것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평생을 따라 다닐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 수련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고. 나는 이 이야기가 이상했다. 왜 아버지는 아들에게 그 커다란 짐덩이를 일부러 주었을까? 그 이야기는 만화 시리즈여서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읽지 못하였다. 


최근에 일이다. 아들의 수명을 단축하지만 그것을 막기위해 계속 수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무술 고수 아버지의 이야기가 어렴풋이 이해된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그게 맞을 것 같다는 것이다.  마당 한켠에서 먹는 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제약을 주는 콩을 스스로 집어 먹은 병아리들과 같이.


어제밤에는 카페발전 방향 회의를 했다. 밤이 늦었고 난 집에 돌아와 누워서도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그것은 내 무의식까지 들어와 있어서 나는 꿈속에서도 어제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선 사람이 하늘의 별을 잡겠다고 꿈을 꾸는 것. 자신을 몹시도 아프게 할 줄 알면서도 콩을 스스로 먹은 병아리. 아들의 죽음을 앞당기는 것을 알면서도 제약을 가한 아버지. 이들은 모두 현실의 우리들의 모습이다. 


하여간 나는 콩을 먹었다. 사부님은 모든 설명은 나중으로 미뤄둔채 아들들에게 몹시도 고통스러운 혈맥을 짚으셨다. 나는 이런 상황이 이제 막 마당을 제마음대로 휘졌고 다니고 스스로 성장할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본다. 이미 먹은 콩으로 인해 앞으로 먹게되는 그 어떤 것도 나를 다른 병아리들만큼이나 성장시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좋다. 나는 그것을 극복하지 위해 마당을 더 휘젔고 다니고, 어쩌면 마당 밖을 벗어나 멀리까지 가볼 것이다. 난 죽지 않았고, 그것이 나를 한계 지웠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것을 뛰어 넘으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볼 것이다. 나도 나름 멋진 닭으로 성장하고 싶으니까. 콩을 먹었으면서도 성장하고픈 욕심을 버리지 못한다. 난 그 둘을 다 가져야할만큼 욕심이 많다.  


니체를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를 죽이지 않은 것은 나를 성장시킨다.' 죽을 만큼 아플 때는 이말은 아주 짜증나는 말이다. 그러나결국은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 성장한다는 것이라서 나는 이말이 좋다. 젊은 시인 랭보는 이런 말도 했단다. '세상에 참을 수 없는 것이 딱 하나 있는데, 참을 수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말도 니체 만큼 기분이 나빠지는 말이다. 그럼 지금 상황은 뭐라고 하고 얼굴이 확 찡그려지는 말이지만 나름대로 맞는 말이다. 이말도 기분은 나쁘지만 아직 덜자란 놈들이게 해줄 수 있는 말쯤은 되는 것 같다. 


가라데 전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끝까지 다 보지 못했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의 전형적인 패턴을 알고 있다. 아들은 그 힘을 꼭 써야 할 때에 그것 때문에 죽을 고비를 여러번 겪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그 제약이란 벽을 뚫어버릴 것이다. 원래 그런 이야기들이 그렇다. 그리고 제약을 넘어버리는 순간은 어려서 먹은 그 콩으로 인해 죽을 것처럼 아팠던 그 고통이 다시 찾아와 극에 달하는 점이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불가능한 꿈을 꾸며, 현실에서 머리카락을 날리는 사람이다. 땅에 발을 디뎠지만, 하늘에 머리를 두고 있는 존재다. 그래서 그랬던가, 밤늦게 귀가하면서도 허공중에서 멍하게 돌고 있는 머리가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은. 밤은 어둠 속에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가려주기도 한다. 그래서 닿을 듯 말듯 다가가기 불가능한 별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콩을 먹지 않았다면 쉬이 성장했을 것이라고? 우리는 그게 얼마나 지루한줄 알기에 콩을 스스로 집어 먹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콩을 먹는 순간에 그게 우리를 더 건강하게 크게 성장시킨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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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16:22:02 *.43.131.14

살기 위해 수련한다는 말이 남아요.

살기 위해 하는 일은 해도 좋고 안해도 좋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이겠네요.

이런 게 매일, 오래까지 가는 듯 해요. 정화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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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2 23:13:37 *.131.89.236

콩두님이 먹은 콩은 괜찮은 가요? 그거도 꽤 아플텐데...ㅋㅋㅋ 우리 끝까지 살아남아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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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8 19:38:36 *.62.164.120
가끔 이런 생각 해봅니다. 아담과 에화가 하느님 말씀 잘 들어서 선악과 안먹었으면.... 지금 우리의 삶은 없는 것 아닌가... 말입니다. 고통과 좌절이야 말로 저 세계로 도약하는 문이라는 문구도 기억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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