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eiw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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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개월 가량 조경 실무를 같이 배운 수강생 중 A씨와 B씨가 기억이 난다.
A씨는 5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고등학교 때 정구 선수로 뛴 적이 있고 성인부문 지역대표로 나가 우승을 한 경력도 있는 여장부였다. 족구도 웬만한 남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공 다루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런 그녀가 정구는 오래 전에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만 한다고 했다. 의외였다. 자식도 장성했고 지역 정구 클럽의 코치도 할 수 있는데 전업주부로 사는 연유를 물으니 남편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 본인도 정구를 계속하고 싶지만 아내가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남편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편이 직장에서 집에 들어왔을 때 무조건 여자가 집에 있길 원한다는 것이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서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운동을 할 때 만면에 희열이 넘치는 그녀. 본인의 의사에 반해 한 남자의 편안함과 소유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썩히는 그녀를 생각하니 가슴이 막막해졌다.
또 다른 50대 초반의 B씨는 도면 그리기를 처음 하는데도 대상물을 정확하고 빠르게 작성을 했다. 특히, 평면도에 표기한 시설물의 모양, 계단, 대상 지역의 고도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공간 지각능력이 뛰어났다. 그럼에도 그녀는 매사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한참 후에 알았는데 명문대 출신의 남편한테 자주 무시를 당해 상대적 열등감 갖고있어 ‘나는 무엇을 해도 안 돼’ 라는 패배주의에 빠져 있었다.
내년이면 50이 되는 나를 포함하여 현재의 40대 후반에서 50대의 남성들은 보수적인 유교문화권에서 자란 세대이다. 신붓감으로 시부모 잘 모시고 현모양처가 이상향이었다. 신랑감으로 성실 근면한 남자가 그렇듯이. 사고가 그렇게 길들여졌다. 시대가 변해 여성의 사회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결혼 적령기의 젊은 세대에선 결혼 후 맞벌이가 필수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중년 남성의 굳어진 사고방식은 좀처럼 바뀌기 힘든 것 같다.
결혼 후 자식을 낳고 키우고 그 자식들이 장성하면 여자는 어느새 50대에 접어든다. 인생의 전반부에는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종속(?)의 삶을 살았다면, 인생의 후반부는 이제는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서가 아닌 잊혀졌던 자신의 이름을 찾고 늦었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집을 떠나라는 얘기가 아니니 오해는 하지 마시라. 자신의 숨겨둔 재능을 찾아 그 곳에 몰입하는 것이다. 이제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지 않은가!
매일 새벽에 운동을 하면 집 앞 공원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기타 연습에 열중인 한 중년의 여성을 만난다. 기타를 배운지 2년 8개월 되었으며 이제는 지역 사회에서 소규모로 연주도 한다고 한다. 꿈이 있기에 하루에 3시간 이상 연습을 한다고 한다. 막 잠에서 깨어 화장도 안하고 머리는 헝클어진 모습이었지만 연주에 몰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살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에 집착하는 것도 아닌, 상대방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고 한다. 영혼이 아름다운 조셉 켐벨은 결혼이란 상대방을 책임지고 사랑함으로써 상대방과 진정한 일체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배우자와의 관계가 삶에서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 부문에서 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의 책을 좀 더 일찍 접했더라면 내 삶도 달라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단지, 너무 늦게 철이 든 중년의 남자로 결혼과 자녀 양육으로 모험을 중단한 중년의 여성들의 재능이 안타까울 뿐이다. 인생의 후반부!, 더 늦기 전에 이제는 자신의 영적 잠재력을 찾아 당당히 떠나보면 어떨까.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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